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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Oct 14. 2015

첫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왜곡.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You Are the Apple of My Eye, 2011 / 감독 : 구파도 / 출연 : 가진동,  천옌시 외



첫사랑. 이 단어만 들어도 뭔가 풋풋한 느낌이 든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슬프더라도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소중하고 아련하고 더욱 오래 기억되지 않는가?


한국에서 '첫사랑' 에 관한 영화로는 단연 <건축학개론> 이 꼽힐 것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라는 모토가 현실적이지는 않아도 첫사랑의 설렘을 공감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데에는 크게  한몫했으리라.


본인에게 어느 나라 영화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장르별로 다른 국가를 이야기한다.  그중 로맨스 영화를 꼽으라면 제일 먼저 꼽는 국가가 일본이고, 그 뒤로 꼽는 곳이  '대만'이다. 대만의 영화는 대만 영화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대만의 영화 중 '첫사랑' 에 관한 영화가 하나 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이다.


제목만 들어도 이미 첫사랑의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가?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본인은  <건축학개론>의 모토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처음 사랑한 적은 있을지라도, 처음 사랑한 대상이 된다는 건 힘든 이야기이지 않는가? 그런데 이 영화의 제목은 현실적이면서도 첫사랑의 기억을 풋풋한 영상으로 덧칠해 꺼내오게끔 만든다.


영화는 한 소녀에 대한 한 남자의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도 모르지만 순수하게 좋아하고, 끝은 후회와 미련으로 남을지라도 그 기억만큼은 아름답게 남음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도 모르지만 순수하게 좋아하고, 끝은 후회와 미련으로 남을지라도 그 기억만큼은 아름답게 남음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영화 스틸컷)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순수했던 첫사랑을 지나 어느새 조건과 상황과 현실을 보게 되는 사랑을 하게 된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현대의 사랑에서 직업이나 수입 그리고 자동차의 유무가 기준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 영화는 그러한 우리의 시간, 우리의 사랑에서 벗어나 잠시 과거로의 여행을 시켜준다. 직업, 수입, 자동차가 기준이 아니던 시절의 순수했던 사랑을 보여주며 우리를 각자의 과거로 보내준다. 그리고 그 기억을 흐뭇하고 풋풋한 아름다운 기억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풋풋한 사랑이 아련하고 그리운 것은 그 순수함을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이며, 순수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영화의 영어 제목이 <You are the apple of my  eye>이다. "넌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야."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가 우리를 과거로 보내는 촉매제의 역할을 한다면 <You are the apple of my  eye>는 그 시절로 돌아간 우리를 대변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에도 재미있고 특별한 점이 숨어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볼 때 우리는 편의상  첫'사랑'이라고 많이들 표현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제목은  '좋아했던'이다. 이 제목이 특별한 점은,  '사랑'이라는 크고 숭고한 감정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이라는 단어로 풋풋한 우리의 감정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라기엔 풋풋하고 어리며, 다른 말로는 달리 설명한 길이 없는 그러한 감정말이다.


이 영화의 참된 재미는 주인공의 외모가 나와는 다른 차원에 있더라도, 그들이 쓰는 언어가 한국어가 아니더라도, 그 모습 속에서 우리의 과거를 찾는 데에 있다. 그리고 그 흐뭇함을 느끼는 데에 있다.


첫사랑. 앞으로는 내 머릿속에 <건축학개론> 이 아니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가 먼저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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