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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Oct 18. 2015

상처받은 청춘을 위한 청춘예찬.

영화 <스물 Twenty, 2015>

스물 Twenty, 2015  / 감독 : 이병헌 / 출연 :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 외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우리의 삶이나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드는 순간들을 맞이한다. 그것은 사춘기 무렵일 수도 있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라는 모습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 또 사업의 실패 같은 일일 수도 있고, 나열한 것과는 달리 긍정적인 것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순간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보호받는 사람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나이가 되는 순간, 많은 제한들이 사라지는 그 순간 '스무 살' 이 된 그 시절이다.


영화의 초반 세 친구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많은 변수 속에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인간의 삶에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길을 정해야 하는 상징적인 '인생의 중간지점' 이 바로 그 '스무  살'의 시점이다.  그동안은 현실과는 거리를 둔 채 생각하고, 꿈을 꾸었다면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세상과 마주해야 하는 그런 시점 말이다.

스무살의 세 친구는 '인생의 갈림길' 에서 고민하고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런 스물의 고민을 참 부질없는 것이라 치부하는 사람들을 왕왕 보게 된다. 젊음이 좋은 것이라 말하며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말 같지도 않은 말,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건네는 무성의하고 잔혹한 행위를 일삼는 난폭한 어른들. 그들이 올챙이 적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 혹은 그들의 스무 살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고 단순하게 살았는지, 혹은 지금과 다른 시절에서 걱정 없이 살아온 것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이야기하는 것은 스무 살 그리고 그 무렵의 수많은 청춘들이 요즈음 가지는, 어찌 보면 시대적 고민을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며, 결정을 내린다. 그 어떤  선택에도 우리는 비난 할 수 없다. 다만 지지할 뿐.

영화는 대부분을 웃음기 가득하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흘러간다. 세 친구의 표정이 그렇고 그들의 삶을 엿보는 관객이 표정이 그렇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은 어찌 보면 쓸데없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의 중간중간 보이는 그들의 표정과 말에서 그들의 고민을 가볍고 당연한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어른들이라는 존재의 폭행으로 얼룩진 상처들이 보인다.


소소해 보이는 청춘들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소소한 소소반점과 그곳에 모인 청춘들의 고민에는 항상 '소주' 가 등장한다. 그러나 소소한 고민이지만 그 고민들은 뭇 어른들처럼 소주와 함께 깊어지고 무게가 실린다. 소소반점이라는 이름과 그들 앞에 놓인 소주는 그들의 고민이 소소한 것들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그들의 고민이 그들에게 절대 가볍지 않은 고민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좋을 때다." 하는 어른들의 말에 왜 좋을 때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말한다. 답답하고 막막해한다. 그리고 그들은 어차피 내일도 슬프다는 걸 짐작할 수 있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며, 포기하는 게 힘든 것임을 아는 사람들이고, 그런 나이이다.

세 친구의 아지트인 '소소반점' 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세 친구.

사실, 모든 스무 살들이 그리고 그 무렵의 풋풋한 청춘들이 고민하는 것이 말한 바대로 무겁고 진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시절이기에' 할 수 있는 고민들이고, '그 시절이기에' 아픈 고민들이다. '그 시절이기에' 당연한 고민이고, '그 시절이기에' 추억이 되는 것들이다.


이 영화는 스무 살과 그 또래의 청춘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의 느낌이 강하다. 그들이 가진 고민에 대해 공감해주고 그들이 어른들의 정신적인 폭력에 받은 상처에 위로의 메세지를 던진다. 그러면서도 그 스물의 유쾌함을, 그들이 맞이한 인생 2막의 즐거움과 설렘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그들의 삶을 닮아 영화도 시종일관 웃음을 이끌어낸다.


영화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이끌어내는 장면은 소소반점에서의 최후의 결투이다.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는 슬픈 <Without  you>와 처절한 싸움이 뒤섞이는 그 장면은 충분히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장면, 익숙하다. 낯설지가 않다. 이병헌 감독은 영화  <써니>와 <타짜 2 - 신의  손>을 각색한 각색가로도 알려져 있는데, 두 영화 모두 비슷한 장면이 등장한다.  <써니>에서 데모 현장에서 싸우는 장면이라던지, <타짜  2>의 자동차 추격씬에서도 상황과는 반대의 음악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인데, 각색가인 이병헌 감독의 기법인지 아니면 강형철 감독에게 영감을 받은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손을 거쳐 간 작품들에서 비슷한 장면을 보는 것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이자 반가움을 더하는 요소이다.


<스물> 은 스무 살이라는 나이를 안게 된 세 친구를 통해 그 시절의 가벼움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들의 고민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아파하는 친구를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스물' 도 아프다고. 당신들이 보기에는 가볍고 쓸데없는 고민일 수 있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아프다고. 그리고 '스물' 들과 그 무렵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한다. "너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어." 영화를 보고 스물과 그 또래의 청춘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길. 그리고 이해하고 공감해주길. 그리고 나의 지나간 스물과 나의 지나간 청춘에서 또 남은 청춘에서 추억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길.

<스물> 의 세 친구.
그들은 그저 묵묵히 그들의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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