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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Oct 25. 2015

사랑은 무엇인가?

영화 <그녀 Her, 2014>

그녀 Her, 2014 / 감독 : 스파이크 존즈 / 출연 :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 스칼렛 요한슨(목소리) 외





우리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 가운데에 있다.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스마트폰이  '황소개구리'로 불리며, 내비게이션이나 PMP 등을 잡아먹고 있다는 뉴스가 며칠 전에 뜨더니, 스마트폰이 불러온 '스마트  열풍'으로 시계, TV, 냉장고 등 많은 가전제품들이 스마트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태어나고 있다.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할 수도 있고, 스스로 작동 환경을 설정할 수도 있다. 이러다가 정말 말하는 가전제품들과 같이 살판이다.


영화  <그녀>는 그러한 사회의 모습이다. 멀지 않은 미래. 사람들은 이어폰을 꽂고 혼잣말을 구시렁 거 린다. 그러나 그것은 각자가 가진 미니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음성으로 메세지를 보내기도 하고, 전화는 기본이다. 말을 하면 글로 수정을 해주기도 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미래는 사실 좀 암담하다. 사람끼리 이야기하는 장면보다는 컴퓨터와 이야기하는 장면이 더 많다. 사람들은 혼잣말하는 사람이 당연한 듯 생각하고, 기계와 가까워진 나머지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 손수 손 글씨로 편지를 적던 로망은 없고, 대신 편지를 써주는 회사가 생겨났다. 감정을 대신 전달하는 것이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그 편지 대필 회사에 다닌다. 한 단어 가지고 화려한 문체의 편지를 만들어내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그는 외로움과 함께 살고 있다. 그에게 미래 사회의 절정인 '인공지능 OS(운영체제)가 다가온다.

여성의 목소리를 가진 이 OS는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테오도르'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OS를  '그녀'라고 부른다. 하나의 인격체처럼.


영화의 암담한 미래를 그리며 감독은 그래도 인간 사이의 기본적인 소통을 강조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찾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소개팅에도 나가기도 하며,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즐겁게 참여한다.


이러한 모습들이  보여지면서 영화의 핵심은 시작된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여러분, '사랑' 은 무엇입니까?"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 메세지를 듣고 생각에 빠진다. 사랑은 무엇일까?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영화를 통해 이야기한다. 사랑의 조건은 무엇일까? 돈? 육체적인 결합? 감독은 그것보다는 고차원적인 무엇을 이야기한다.


영화를 보며 내가 감독의 그 질문에 나름의 대답을 내놓았다. 사랑은,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것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정서적인 교류이자 감정의 공유이고 생각의 교환이다. 사랑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의 정서가 나에게 전해지고, 그 정서에 내가 공감하고 또 내 정서가 상대에게 전해지고 공감되는 것. 그리고 감정이 서로에게 공유되는 것이며, 자연스러운 생각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것이 내 대답이었다.

주머니 밑을 옷핀으로 여미고 카메라를 밖으로 꺼내 같은 시선을 공유하고 대화하며 '교류' 하는 '테오도르'


영화 속의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관계도 결국 정신적 교감으로 시작되어 정신적 교감으로 끝이 난다. 정신적 교감에 성공한듯하던 두 캐릭터의 관계는 정신적인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또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이해의 부재를 보이며 관계도 정리된다. 내가 영화를 보며 내 놓았던 답, “정서에 공감하고 감정이 공유되며 생각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것” 에 대해 확신을 얻었던 순간이다.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과정을 보다가 문득 느낀 점이 하나 있었다. 저들의 사랑의 과정이 현실 속의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빠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영화가 끝난 후 영화를 정리해가는 작업에서 테오도르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사만다에게 빠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사람들과 멀어짐으로 인해 느꼈던 외로움과 감정의 공백들을 사만다와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헀고, 그 극복의 과정에서 테오도르는 섣불리 사랑이라 여겼다는 생각이었다.


현실 속 우리 주위를 보면 이러한 경우들을 왕왕 볼 수 있다. 외로움에 감성적으로 치우친 나머지 이성적인 판단이나 감정에 대한 확신 없이 본인의 감정을 사랑이라 단정 짓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버리는 그런 경우들 말이다. 그 결과 그들의 사랑이  오래가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잦은 다툼과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결국 상처와 분노만 껴안은 채 헤어지는 경우들을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경우에 대입시켜 볼 때, 테오도르가 사만다의 지능을 너무 높이 평가했고, 본인과 대화가 잘 통하는 사만다를 보며 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이다.


결국 사랑은 공감과 공유와 교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공감과 공유와 교환이라는 개념이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이성적인 조건이라면, 결국 사랑이라는 것은 그 이성적인 조건보다 그것을 뛰어넘는 보다 고차원적인 감성(감정)이라는 것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사랑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다시금 재정립시켜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특별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영화를 보며 두 가지에 주목하길 바란다. 하나는 "사랑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감독의 질문에 답하며 사랑의 정의에 대해 찾아가는 것이며, 하나는  '스마트'와  '편리함'으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추측이다.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는 컴퓨터와 인간과 비슷해진 컴퓨터. 그리고 감정의 공유와 전달, 공감이라는 인간의 고유영역이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가? 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가 가능하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미래는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덧) 스칼렛 요한슨은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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