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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Nov 01. 2015

타협이라는 이름이 있어 소신은 빛난다.

영화 <극비수사 The classified File, 2015>

극비수사 The classified File, 2015 / 감독 : 곽경택 / 출연 : 김윤석, 유해진, 장영남 외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사람을 존중하는 법이나, 곤란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법 같은 것들이 그 예다.


그러한 것들 중 하나가  '타협'이다. 내가 가진 것 또는 나에게 주어질 어떠한 이득의 일부나 전체를 내려놓는 것이다. 자의에 의해서 하는 내려놓음을  '양보'라고 본다면, 타의에 의해 내려놓게 되는 것을  '타협'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스릴러의 필수요소라고 볼 수 있는 긴장감을 과감히 포기하고 두 주인공의 감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변하는가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를 기대하고 갔다가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며 나오기 쉽다.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감정은 어떤 흐름을 가지는가를 집중하고 봐야 진정한 재미가 느껴진다.


그렇게 인내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다 보면 후반에 이르러서야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보인다. 극 중 김중산이 놀이터 흙 밭에 쓴 두 글자. '소신(所信)'이다.


두 주인공은 하나의 사건을 다른 목적으로 접근한다. 겉으로는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김중산에게는 다른 의도가 깔려있다. 영화 속 길영의 표현대로 먹물 좀 묻힌 사람이 갑작스레 선택한  '도사'의 길, 그 길을 선택한 그의 가족에게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 궁극적인 그의 목표다. 그 목표를 위해 그는 아이를 찾아야만 한다. 그가 그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한 소신과, 그 일을 하면서 자신이 가진 직업적인 소신. 그것을 지키는 것이 목표다. 공길영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상금은 나눠 갖더라도 나쁜 놈은 반드시 잡아야 하고,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공길영의 소신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타협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 묵직한 한 방을 맞았을 때 중산과 길영에게서 보이는 그 표정은 순간적으로 눈물과 탄성이 터지게 만든다. 물론, 안타까움의 눈물이고 탄성이다. (또 김윤석과 유해진의 연기에도 감탄하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개념들은 사실 그 개념에 반대되는 다른 어떤 것 때문에 더 값지게 된다. 거짓이 넘치기에 진실이 소중해지고, 죽음이 있기에 삶은 가치가 있어진다. 소신도 마찬가지다. 타협이라는 개념이 있기에 소신 또한 그 가치가 상승한다.


두 주인공, 길영과 중산의 소신은 타협으로 인해 무너지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의 소신은 꺾였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소신' 은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내가 믿고 따르는  것'이다. 세상은 타협을 강요하고, 우리의 것을 빼앗아가려 하지만, 그 타협으로 인해 내가 믿고 따르는 것이 무너진다는 법은 없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동설의 세상에서 지동설을 주장하다 잡혀 재판받을 때에 그는 천동설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풀려난다. 그는 그렇게 타협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재판장을 나서며 유명한 말을 내뱉는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의 소신은 여전히 살아있었던 것이다.


타협이 있기에 소신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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