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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Dec 11. 2017

두 사람

피렌체에서

내 앞에 한 커플이 앉는다. 두 젊은 남녀 중 여자가 여독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의자에 늘어진다. 그리고 조금씩 잠에 깊게 취하면서 그녀의 머리는 남자를 향해 기울어진다. 남자는 조금 더 버티다 스르륵 눈을 감는다. 그와 동시에 남자는 손을 뻗어 여자의 손을 잡는다. 잠에 취해 쓰러지면서도 손을 놓지 않는다.

어떤 심리학 책에서 악수는 무기가 없는 손을 보여줌으로써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두 인물이 하는 행위로 화합과 평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읽은 기억이 난다. 굳이 그런 분석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넘어져있거나 어딘가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때도 손을 잡으니, 두 사람이 손을 잡는다는 것엔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음이 분명하다.

다시 두 사람을 슬쩍 바라본다. 여자는 남자를 신뢰하고 내가 쓰러져 기대도 되는 완벽한 자신의 편으로 여기고 있음을, 남자는 자신의 손을 여자에게 뻗음으로 어떤 상황이나 위기에서도 그녀를 구할 것임을 서로에게 약속한다.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그들은 하나의 조각처럼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맞잡은 채 달콤한 잠에 취한다.

창 밖의 햇살이 따뜻한 것이, 참 달콤한 오후다.










All Photograph by Jongmin Kim

(Canon 1000D + EF-S 18-55mm & iPhone 7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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