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

6. 결혼 전과 결혼 후는 다르다.

by 조종상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나와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같았다. 특별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서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결혼했다. 그렇게 올해로 결혼 생활 10년 차다. 강산이 한 번은 변했을 시간이지만 내가 느끼는 사랑의 크기는 변하지 않았다. 처음과 비교해 커졌으면 커졌지 결코 작아지진 않았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 중 일부는 분명 “네 아내도 너처럼 생각할 것 같니?”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내 아내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사실, 이 글의 첫 독자는 내 아내다. 여기에 글을 올리기 전에 늘 아내가 먼저 글을 본다. 지금 이 글도 아내의 동의와 공감이 있었기에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다. 천천히 가자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많은 기대는 하지 말자고. 다들 그렇게 묻지 않는가? 보통 결혼하고 나면 남편 혹은 아내가 몇 점이냐고. 그 순간 우리는 분명 100점이라 말할 만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만점(滿點)으로 시작하면 더 이상 올라갈 점수가 없으니 50점부터 시작하자 했다. 그렇게 매년 1점씩 더 나아지자고, 더 아끼고, 더 사랑하자고. 그래서 50년 뒤에 100점 되자고. 그때까지 건강하게 서로 잘 살아 보자고. 그 뒤로도 계속 살면 그때는 만점을 높이고(^^) 혹 그보다 짧게 살더라도, 살면서 해마다 1점씩 점수가 높아졌다면 잘 산 삶 아니겠는가.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러려면 더 노력해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배우자 선택 기준으로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삼았든 배우자를 선택해 결혼했다면, 이제는 남편이든 아내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만 한다. 결혼에 이르기까지가 쉬운 과정이 아니듯 결혼 후 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결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부부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모든 것이 아름답고 수월하게 진행되진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감정은 늘 한결같지도, 지속적이지도 않다. 실상 사랑은 노력의 또 다른 말이나 다름없다. 특히 결혼한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결혼 후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결혼 전과는 다른 모습의 배우자와 대면하게 된다. 일정 기간 동거 후 결혼하는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결혼 생활은 서로 다른 생활을 하던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혼 전 보던 모습보다 두 배, 세 배, 아니 훨씬 더 많은 모습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역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때, 배우자의 다른 모습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고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다. 장점을 발견하면 좋지만 못 보던 단점이 발견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내가 몰랐던 배우자의 단점을 보는 순간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기혼자들이라면 보통은 직접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럴 경우, 다툼이 일어날 때도 있고 단순히 실망하는 선에서 그칠 때도 있다. 또는 단점이라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보자. 과연 배우자의 단점이 결혼 전에는 보이지 않다가 결혼하고 나서야 드러난 것일까? 물론 이런 경우가 더 많으리라 본다. 이 경우에는 사안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배우자의 단점이 고쳐지길 바라거나 본인이 배우자의 단점을 받아들이고 그 모습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의 책임은 배우자에게 있고 그것이 정말 고쳐야 할 단점이라면 그 단점을 고치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해야 할 사람 역시 배우자여야 한다.

하지만 결혼 전부터 배우자가 보였던 특성이었는데 결혼 후에 이를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는 없을까? 이런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성을 압도할 때에는 거의 모든 모습이 좋아 보이거나, 혹 단점이라 여길 특성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점을 심각하게 또는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다른 얘기가 될 수도 있지만, 심지어 장점이라 생각하는 어떤 특성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는데, 결혼 후 그 특성이 단점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아무튼 원래 있던 단점이었는데 뒤늦게 이를 인식하는 경우, 결혼 뒤에 드러난 자신의 변심(?)은 생각하지 않고 배우자만을 탓한다면, 과연 맞을까? 사람의 마음이야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고 하지만 배우자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 그동안 일부러 감춰 온 모습도 아닌데 왜 결혼 후에 문제를 삼는지 의아해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런 경우는 배우자가 자신의 단점을 고쳐야 할 필요성은 차치하고, 결혼 전 배우자의 단점을 단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거나 가볍게 보아 넘긴 본인의 잘못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도 본인의 역할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래서 이성이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 초기, 경험해 보지 못한 결혼 생활, 예상치 못한 배우자와의 갈등, 낯설다. 하지만 해결하고 이겨 나가야 한다. 이때야말로 감정과 이성의 차이를, 그리고 이성의 힘을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혼인 지속 기간별 이혼율이 가장 높은 부부가 20년 이상 부부라고 한다. 이는 황혼 이혼이 늘어난 결과로도 볼 수 있지만 그 기간을 ‘20년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잡은 이유가 크다. 실제 4년 단위로 분류한 결과에 따르면 이혼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혼인 지속 기간이 4년 이하인 경우다. 더욱이 해당 통계 자료를 보면 2011년까지는 혼인 지속 기간이 4년 이하인 부부의 이혼율이 기간을 광범위하게 잡은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율보다도 더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이혼은 결혼 초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자신의 뜨거운 기대와 차가운 현실이 가장 크게 부딪치는 때가 그 시기이기 때문 아닐까.


나는 이혼 자체가 부정한 일이고 잘못이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 생각지는 않는다. 꼭 필요하다면, 정말 더 이상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이혼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달리 볼 문제다. 이혼은 그냥 해도 아무렇지 않은 일이 아니며 권장해야 할 일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결혼 후 배우자에게서 못 보던 모습을, 그것도 부정적인 모습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부부로서 어떤 자세로 결혼 생활에 임해야 이런 문제를 포함해 함께 살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를 잘 해결하고, 가능하면 오랫동안 서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결혼 생활에 임하는 기본자세

여러 방법이 존재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가정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서로 목숨처럼 받아들이는 인식이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서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노력해야 하며 그 결과 결혼을 결심하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면 그 이후로는 둘이 힘을 모아 가정을 이끌어 가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래는 이에 대한 나의 제안이다.


제안 1

그 무엇도 가정보다 우선이 될 수는 없다. 남편은 아내를 최우선으로, 아내는 남편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가능한 한 남편은 아내가 싫어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되며 아내 역시 남편이 원치 않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보통은 배우자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자신이 해야 할 우선순위로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원치 않는 일을,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늘 좋아하고 원하는 일만 해 줄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연스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당신 변했어.”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서로가 싫어하고 원치 않는 일은 가능한 한 하지 않기. 첫째는 이것이다.


제안 2

남편은 아내를 목숨처럼 사랑해야 한다. 자신만의 생각을 내세우기보다 아내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 주어야 할지,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생명을 아끼듯 아내를 아끼고, 자신의 생명을 챙기듯 아내를 챙겨야 한다.

아내는 남편을 존중해야 한다. 남편의 생각이 옳은 경우에 한해, 그 의견에 공감하고 동의하고 따라 주어야 한다.

아내는 남편을 적당히 사랑해도 되고 남편은 아내를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님은 굳이 얘기할 필요 없…으리라. 남편과 아내가 각자 배우자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자세라 이해하면 좋겠다.


제안 3

가정 내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질서란 존재한다. 가정도 하나의 조직이다. 남편과 아내 중 한 사람이 가정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 및 책임 역시 둘 중 한 사람에게 있어야 한다. 오해하지 말자. 주도권 싸움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1인 1표라도 총원이 짝수면 어떻게든 결론을 내는 방법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남녀의 차이, 각각의 역량 등을 잘 감안하여 가정 내에서 각자 주도해야 할 일(분야)을 설정하고 각각의 일에 대해서는 주도하는 이가 결정권을 갖고 책임을 지면 되나, 그 모든 일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한 명이어야 한다. 이는 부부의 특성과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차이’와 ‘차별’은 엄연히 다르다. 성(性)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이를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 서로 동등하되 가정 내 남녀의 역할을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각자의 역할과 책임 설정이 용이하다.




부부는 동등하고, 수평적이며, 상호 보완적 관계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기회의 수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아내의 말을 몇 번 들어주었으니 아내도 남편의 말을 몇 번 들어주어야 한다는 둥 부부간에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 수평을 논하는 것은, 몇 번은 재미있는 거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좀 유치하지 않은가. 부부는 서로 객체(客體)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심동체(一心同體)’다. 부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상대방은 나를 위해 존재하고 나 역시 상대방을 위해 존재함으로써 하나의 완성된 주체(主體)를 이루는 것이다. 남녀가 부부로 하나의 몸을 이루었다는 표현이 현대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할지는 모르지만 남편과 아내가 하나의 생각으로 하나의 길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당위성에 문제를 제기할 이유는 없다. 이는 부부가 모든 것을 함께 하고 모든 생각이 같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안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무엇이든 함께 논의하고 생각과 방향을 일치시키며 서로 동의하고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면 된다. 서로 의견을 맞춰 하나의 일치된 결론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부부에게는, 누구의 생각에 더 맞춰 주고 따르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부부는 서로가 종속적 관계다. 부부가 된 이상 상대방은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존재가 된다. 물론 요즘에는 이와 전혀 다른 생각, 다른 가치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 듯하다. ‘부부는 부부고 나는 나다’라는 생각 혹은 이와 유사한 가치들. 나는 이들의 주장을 이해한다. 하지만 인정하진 않는다. 이 말은 그런 생각을 서로 공유하는 부부가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하다면, 혹 행복하지 않더라도 둘의 마음이 그렇다면 아무 문제없다고 보지만 그런 주장이 사회적으로 권장해야 할 생각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부는 부부고 나는 나다’라는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결혼 생활은 내 기준에서 바른 결혼 생활은 아니다.


부부가 되면, 맞벌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남편이 돈을 벌고 아내가 가사를 담당하든, 아내가 돈을 벌고 남편이 가사를 담당하든 함께 돈을 벌고 함께 가사를 담당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는 산술적인 노동 비율을 의미함이 아니다.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아내의 도움 없이 남편의 돈벌이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으며 후자 역시 남편의 도움 없이 아내의 돈벌이가 무탈하게 이어질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남편의 도움 없이 아내의 가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아내의 도움 없이는 남편의 가사가 별 탈 없이 진행될 수 없다. 저마다 자신의 주 업무를 전담하되 서로 의견을 나누고, 가능한 범위에서 돕고 힘을 모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 요즘은 부부에 대한 관념이 많이 달라지는 추세지만 남편이든 아내든 부부의 한 주체로서 자신의 역할을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가능하다면, 애를 써서라도 부부 중 한 명이 가사를 전담하고 한 명이 돈벌이를 전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한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더 지혜로운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다만 부부가 맞벌이라는 생활 방식을 선택할 때에는 과연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 즉 가정의 안정, 육아, 교육, 가족의 건강 등 결혼을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삶의 요소들과 경제적 상황을 잘 비교해서 결정해야 한다. 물론 자신만의 삶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란 게 내 삶을 따로 떼어 생각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 아닌가.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더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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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장난이 아니다. 결혼은 내가 편하자고,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을 내 삶에 초대하고, 나 또한 그 사람의 삶에 들어가 함께 또 하나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매우 고귀한 창조 과정이다.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인생 그 자체다.

결혼을 생각한다면, 결혼하고 싶다면, 배우자 선택에 감정뿐 아니라 그 이상, 이성을 활용하라. 결혼했다면,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감이 옳을지 고민하면서, 고민의 결과에 따라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라.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옛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