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

5. 배우자를 찾습니다.

by 조종상

살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도 살고 싶다… 그것도 잘!

만만치 않은 인생살이에,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 준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인간은 혼자 살기엔 많이 부족한 존재다. 뭐… 인간뿐이겠는가? 거의 모든 동물이 가정(?)을 이루고 무리 지어 살지 않는가. 그게 이치고 순리다.




우리는 과거보다 더 다양한 생각과 가치 속에서 살고 있다. 20-30년 전만 해도 당연했던 일들이 지금은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 된 것도 적지 않다. 거의 기계적으로 인식되었던 남녀의 성(性) 역할, 어른에 대한 무조건적 공경, 자녀에 대한 부모의 태도 등이 적절한 예가 되지 않을까. 물론 여전히 변함없는 인식도 존재하고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문화도 생겼다.


결혼도 그 양상이 많이 바뀐 문화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결혼 적령기부터 결혼 생활에 대한 인식까지 과거와는 많은 차이가 보인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변하면서 바꿔야 할 것들은 바꾸는 게 당연하고, 그럼에도 지켜야 할 것들은 지키는 게 당연하다.

나는 결혼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이라면 꼭 해야 할 절대적 의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뚜렷한 목적과 이유로 독신을 주장하거나 그 상태를 지속하고자 함이 아니라면 결혼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결혼이 필요 없는 제도라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생물학적, 사회학적 증거를 찾아 결혼의 필요성과 그 적령기를 주장하는 이들도 존재할 것이다. 개인의 선택이지만, 하기에도 쉽지 않고 안 하기에도 껄끄러운 것이 결혼이다.


20대 후반? 요즘은 30대 초반쯤이려나? 어느 정도 연령에 달하면 남녀를 불문하고 보통은 결혼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결혼을 하지 않을 확실한 이유와 뚜렷한 소신을 지닌 이들 외에 결혼을 하고 싶거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결혼은, 인생에서 해결해야 할 커다란 숙제처럼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하면 그 숙제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결혼을 잘 하고,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결혼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인 남녀, 단둘만의 문제도 아니다. 결혼 후를 생각하면 그냥 인생 그 자체다. 복잡다단하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어떤 배우자를 선택할 것인가

먼저 짚어 볼 사안이 있다.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기간. 간단히 말해 연애 기간을 말한다. "결혼에 연애 기간이 왜 중요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딱히 논할 내용이 아닐 수도 있다. 이성을 만나 사랑을 느끼고 결혼을 결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기간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완전히 무시할 내용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나는 연애 기간이 적어도 1년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경우엔 특히 더 그렇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1년이라는 시기에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 적어도 사계절은 모두 함께 겪어 볼 필요가 있다. 우스운 이야기라 여길지도 모르지만 계절에 따른 신체와 감정의 변화는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더욱이 어느 정도 물리적 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상대방을 좀 더 정확히 그리고 바르게 아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연애 기간이 짧아도 잘 사는 부부가 있고, 연애 기간이 길어도 잘 못 사는 부부가 있다. 다만 결혼을 염두에 둔 이들이라면, 남녀가 서로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잘 알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물리적 기간은 확보하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연애 기간을 너무 무시하지는 말자.


배우자 선택은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가? 누구는 첫눈에 반한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도 하고, 누구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람과 사랑을 시작해 결혼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 조건을 우선순위로 보고, 어떤 사람은 성격이 서로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정 환경이나 배경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오롯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는 이도 있다.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다. 무엇이 맞을까? 아니, 과연 무엇이 맞는 방법이라 얘기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같이 살아 보지 않는 이상 배우자 선택에 대한 정오(正誤)를 판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배우자에 대해 잘 모르겠다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인생은 자동판매기가 아니다. 기대하는 결과를 위해 필요한 재료를 투입해도 기대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여기서도 기본이다. 상식의 범위에서 이성을 바탕으로 기본을 생각해 보자.


배우자의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외모? 능력? 성격? 재력? 건강? 가정 배경? 사실 고려할 요소는 참으로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모든 요소를 100% 만족시키는 배우자는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결국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볼지, 여러 고려 사항의 각 비중을 어떻게 적절히 배분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곤란하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나와 배우자의 생각이 같은가'이다.


인생에 대한 배우자의 생각 또는 지향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생각이 나와 같거나, 같지는 않더라도 공유가 가능한가?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요즘에는 외적 측면, 이를테면 외모, 가정 배경, 물질 등이 좀 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이성이 있고 생각이란 것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내 배우자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인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를 가볍게 여기는 이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생각이 맞지 않으면 기나긴 인생을 함께 살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을 텐데 왜 그런 걸까? 아마도 사랑이 감정만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사랑은 감정 그 이상으로 이성의 힘을 요구한다. 결혼 후, 배우자와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성을 덧입히지 못한 까닭이다.


'하숙생'이라는 가요에 '인생은 나그네(넷)길'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처럼 우리는 보통 인생을 길로 표현하곤 한다. 인생이라는 그 쉽지 않은 길을 나와 함께 걸어 줄 상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어 같은 길을 바라보고 같이 힘을 모아 나아가는 것, 그 시작이 바로 결혼이다. 그런데 결혼 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배우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다면? 사랑하는 배우자와 함께라면 인생이라는 길을 행복하게 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나와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그 길을 가자고 한다면 어떨까? 여기서 길을 선택하는 기준이 바로 인생에 대한 생각이다. 달리 말하자면 철학이라 할 수 있겠다. 성격이 좋아서, 돈이 많아서, 무엇이 있어서 등 다른 조건들은 사실상 같은 길을 선택해야 비로소 그 효과를 드러낼 수 있는 요소다. 길이 다른데,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데,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방향으로 가려 하는데 성격이 좋으면 뭐하고, 돈이 많으면 뭐하겠는가? 그러면서 잘 살길 바라는 건 욕심 아닐까? 사람들이 보통 이혼을 생각하거나 이혼할 때 꼽는 첫째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중 매체에서 언급되는 이유는 대체로 성격 차이다.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거의 다 알 것이다. 그것은 성격 차이가 아니라 결국 생각 차이라는 것을.


사랑은 감정이다. 그러나 그만큼 혹은 그 이상 이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 완성된다. 그래야 바른 사랑을 할 수 있다. 감정이 이성보다 강하면 이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작동되어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미 감정이 어느 정도 이성을 만족시켰든가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심각한 문제점도 당사자에게는 별문제가 아닌 게 된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그렇다'는 말이 바로 그런 의미 아닌가. 물론 이것도 누구나 용인할 수 있는, 서로가 순수한 감정을 바탕으로 할 경우에는 좋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결코 아름답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매우 위험하다.


사실 누군들 자신의 감정을 쉽게 통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올바른 결혼과 그 이후의 삶을 위해서는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는 것보다 이성이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더 낫다. 감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제나 관계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오히려 너무 이성에 기대어 감정 없이 이런저런 조건만을 따진다면 그것이야말로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니다. 사랑하되 이성이 그 감정을 통제할 수 있으면 된다. 쉽진 않겠지만 그래야 한다.

결혼은 현실이다. 단순히 감정만으로 유지되지는 않는다. 사실 감정은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생각도 달라질 수 있지만 한 인간이 어느 정도 인생을 살면서 구축해 놓은 철학 또는 생각은 어떤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감정은 오히려 노력해야 유지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누군가는 '사랑에 유효 기간이 있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설령 유효 기간이 실제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 이성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이성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도 당연히 작동되어야 한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내 배우자의 생각이 어떠한가는 성별과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니까. 생각이 내 삶을 좌우하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 아직 짧은 기간(10년 차)이긴 하지만 그동안 배우자와 함께 살아온 내 결혼 생활을 곰곰이 반추해 보면, 나와 배우자의 기본 철학과 여러 사안에 대한 생각이 같았고 혹 차이가 있었다 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맞춰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차이였다는 점이 결혼 생활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럼 생각만 같으면 된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은 조금 어리석어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과 고려 사항의 각 비중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고려하면 된다. 다만 배우자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 것이며,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해 나와 생각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가를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보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살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값질 때가 많다. 철학과 함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부분까지 가능하면 모두 확인해 보라. 그래야 문제는 최소화하고 열매는 극대화할 수 있다.


쉽지 않다고, 지레 겁먹고(?) 피할 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완벽히 잘 알 수도 없고 또 신중하게 내린 판단이 틀릴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 결혼은 어쩌다 한 번 하고, 필요하면 다음에 또 하면 되는 간단한 행사가 아니다. 너무, 너무나, 너무도 소중한 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