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eroid City, 2023
상영관에서 눈을 감으니 영화가 시작되는 것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2017)의 오프닝과 닮았다. 넷플릭스도 디즈니플러스도 너무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할 이유로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아무거나 하나 대도 되지 않을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은 물론 <개들의 섬>(2018)이나 <프렌치 디스패치>(2021)도 너무나 좋다. 상영관의 불이 꺼지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내가 예스라고 대답했나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마음으로 예스라고 했어요.”
수줍어서든, 말할 기회가 없었든, 어떤 장벽이 장해가 됐든, 어떤 이유로든 말을 전하지 못하게 됐던, 못하게 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웨스 앤더슨이 연극의 구성을 빌린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는 어쨌든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극이기에 모든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내가 고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리듯, 카메라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패닝하니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건가 싶은 새로운 인물들이 눈에 보인다. 다시, “인물이” 아니고 “인물들이” 보인다. 화려한 출연진의 많은 이름들은 단순히 많은 수의 배우들이 참여했음이 아니라 한 자리에 모인 많은 이들의 힘을 말하기 위함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리된 상황에서 창과 창 너머로, 카페의 테이블 끝과 끝에서, 수화기 너머로 인물들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야 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난 이 씬에 안 나오나? 쏘리, 난 안 나오는 씬이네.”
아무렴 어때. 누군들 어때. 그럴 수 있지. 상관없어. 지금 하던 대로 해. 다소 딱딱한 표정의 인물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하는 말은 따뜻하기 그지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시간이 흐를 테고, 그 시간이란 것이 약이 되진 못해도, 반창고 정도는 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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