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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ug 13. 2023

<욕망의 대지>

Burnning Plain, 2008

 황량한 벌판에 트레일러 하나가 불에 타고 있다누가 지내던 트레일러인가누가 그 트레일러에 불을 질렀나그 욕망이 무엇에 대한 것이었든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불길처럼 각자의 욕망은 모든 것을 불태워 파괴한다하지만 그 주위의 모든 것을 불태울 것 같았으면서도 결국 벌판이어서 얼마 번지지 못하고 잦아들 것이다지나(킴 베이싱어)는 몇 해 전 유방암으로 수술을 했고그의 남편 존(존 코빗)은 어떤 이유로 성기능이 저하된 상태이다지나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닉(조아큄 드 알메이다)이라는 남성과 외도를 하는데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딸 마리아나(제니퍼 로렌스)에게 들켰음을 알고 닉에게 만남을 그만하자고 말하지만 그 욕구가 더 이상 채워질 수 없음은 곧 욕망이 된다리비도는 타나토스가 되어 폭발한다.


불타는 트레일러의 오프닝 직후 실비아(샤를리즈 테론)의 모습이 보인다대낮에 활활 타오르는 불과 대조적으로 심지어 차갑게 얼어붙어 있는 것 같은 새벽녘의 모습이다한눈에 봐도 그녀의 눈은 공허했다하네케의 <피아니스트>(2001)에서 에리카(이자벨 위페르)가 그랬던 것처럼사타구니에 스스로 상처를 낸다과거의 어떤 기억을 억누르고 있든망각하려고 했든 간에 나오는 신경증으로 보인다.


마리아나는 지나와 닉의 불륜을 알고둘에게 경고를 할 목적으로 트레일러에 불을 붙였다아예 트레일러 채로 불태울 생각은 아니었고그저 불타는 냄새와 연기 정도에서 그치려 했으나불길은 가스통에 이어져 폭발하고 만다잡초 정도나 태울 요량이었던 마리아나는 지나와 닉이 불에 타는 냄새를 맡게 된다닉의 아들 산티에고(J. D. 파르도)는 자신의 아빠가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궁금했는 모양으로 마리아나에게 다가간다마리아나는 자신의 과오를 산티에고에게 말하진 않는다자신의 행위 때문인지 불의 뜨거움을 느끼지 못한다혹은 너무나 뜨겁지만 그 고통 자체를 감내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선인장 유목을 태운 연기가 사람을 정화시켜 준대”라며 손목에 라이터로 화상 흉터를 낸다. “널 기억하기 위한 거야(This is for you).”라면서.


마리아나는 지나의 옷을 입고산티에고는 닉의 옷을 입고 침대에 눕는다이젠 알 수 없는 지나와 닉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라는 듯이이젠 떠나간 둘에게 자신들을 동일시하여 결국 그 모든 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스스로 뛰어들기라도 하듯이산티에고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마리아나는 그래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마리아나는 그렇게 평생을 살며 자기 파괴적 모습을 보이는 실비아가 됐다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내면서 항상 어떻게든 버텨왔는데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어.”라 말하는 그의 앞에 그의 딸 마리아(테사 이아)가 나타난다산티에고와 낳은 아이인데낳은 지 이틀 만에 버리고 떠나왔던 것이다스스로 죄책감에 뛰어들었고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있던 마리아나는 그것이 딸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제는 무엇 때문이라고 딱 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상태가 되어 늪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깊게 빠져드는 상태가 됐다산티에고는마리아는 마리아나와 똑같은 혹은 유사한 흉터가 평생 남아있을 텐데그것을 덮으려보지 않으려 하지 말고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나아가자고 말한다그 옛날 닉이 지나의 유방암 수술 자국을 보고서도 죽음도 이겨냈잖아싸워서 이겨낸 거야그러니 그 흉터를 아름답게 생각해.”라고 말했던 것처럼.


#욕망의대지 #제니퍼로렌스 #샤를리즈테론 #킴베이싱어 #조아큄드알메이다 #존보킷 #JD파르도 #길예르모아리아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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