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 등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스크린 독과점 뿐 아니라 상영관 측이 부당한 압력 등을 이유로 상영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방지하고 최소상영기간을 보장하는 것도 포함돼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에 격침됐다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천안함 프로젝트>는 메가박스에서 상영되다가 의문의 단체에게 압력을 받아 상영이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었다. 의도치 않게 IPTV 시장에 일찍 진출하게 됐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으나 역시 의문을 알 수 없이 서비스가 중단되고 만다. 이게 12월 초 즈음이었고, 이에 영화를 만든 감독과 제작진은 이 영화를 12월 31일까지 온라인에 무료로 배포하기로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이유도 밝히지 않은채 누군가의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는 이에 대해 지적하거나 언급하는 어떠한 행정적인 액션도 없었다.
다시,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격침됐다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다. 천안함이 격침됐다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제시한 근거에 의문을 제기한다. 2010년 3월 26일 밤 9시경 백령도 근해에서 천안함이 침몰했다. 다음 날인 27일, 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은 침몰 직후 새벽 브리핑에서 “우리 함정의 선저(바닥)가 원인 미상으로 파공돼 침몰했다”고 밝혔다. 28일, 해군 해난구조대(SSU) 잠수사들은 구조작업을 위해 사고해역에 첫 입수했다. 하지만 작업 도중 해군특수전여단 수중폭발팀(UDT) 소속 한주호 준위가 함수 부분 탐색 도중 실신해 후송된 후 순직했고, 그 후로 구조 작업은 중단됐다. 4월 2일 이명박 전대통령은 “내가 배 만들어봐 아는데... (중략)... 사고 원인 규명과 관련해 ”굉장히 오래 걸릴 수 있따. 1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결론이 한 달 뒤인 5월 20일 발표된다. ”북한제 250kg 어뢰에 의해 격침됐다“고. 국방부 주관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배가 좌초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배의 밑바닥에 긁힌 자국이 없어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천안함이 인양됐을 때 너무나도 분명하게 긁힘 자국이 있었다. 이 커다란 배는 육중한 무게를 견디기 위해 표면이 되게 얇다. 실제 천안함이 인양됐을 때 배의 하단엔 길게 긁혀있는 자국이 선명했다. 5월 15일 언론에 공개된 어뢰 사진과, 5월 20일에 실제 현장에 등장한 어뢰의 모습이 달라 당시 이슈가 됐다. 어뢰 속에는 맑은 물에만 사는 참가리비가 발견됐고, 백령도는 서해안에 위치했다. 국방부는 서해안에서도 발견되는 2.5cm 정도의 비단가리비라고 했고, 실제 어뢰의 구멍은 2cm 남짓했다. 크루즈 미사일의 항법과 유도법의 개발과 응용으로 전기전자 학회(IEEE) 특별회원, 미우주항공협회(AAA) 특별회원, 다수가 1급 기밀로 분류 된 미 해군 대잠수함전에 관한 기술 논문 보고서 1000여 편 작성한 안수명 박사는 잠수함에서 초계함을 ‘탐지’, ‘추적’하고, 발사된 의뢰가 다시 초계함의 아래에서 ‘탐지’해서 폭발되는 과정은 0%라고 밝혔다(한겨레 12.06.22 15:13). 천안함 음탐사는 ”사고순간 이상신호 감지된 것 없었다“고 밝혔고, 천안함 재판 3년간 군은 진행한 조사목록을 제출하지 않았다. KAIST의 열역한전문가 송태호 교수는 어뢰 폭발 시 3,000℃의 화염이 단열 팽창하며 0.1초 만에 상온(28℃)까지 냉각된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천안함 열상감시장비 TOD(Thermal Observation Device) 영상은 사고 직후에도 열이 감지되지 않는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정부 발표 보고서가 너무 급하게 작성됐고, 그래서 허점이 많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북한의 어뢰 공격이 아닌 다른 이유로 좌초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생존했다. 그리고 생존자 중 단 6명만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됐다. 3명은 몸을 심하게 다쳤고, 3명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등의 이유였다. 이명박 전대통령은 사망자들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하며 ‘46용사’라는 칭호를 붙였고, 박근혜 전대통령 역시 ‘영웅들’이라 칭했으나, 어떠한 보상도 없었다. 모든 치료비는 개인이 부담했다.
북한의 독재체제로 300만 명 이상이 아사했고,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격침됐고,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 2명 사망, 16명 부상, 민간인 2명 사망, 10명이 부상당했다. 전역한 지 5년도 넘게 지난 군에서 ‘정신교육’이라며 받은 내용이 아직도 기억난다. 심지어 “집중 정신교육 주간”이라며 A4 용지 4장 분량의 내용을 백지에 외워서 쓰는 경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저 시키는 것을 열심히해야했던 말단 일등병의 나는 최선을 다해서 외웠고, 서너 개의 문장을 제외하곤 그대로 써냈다. 내 시험지를 본 중대의 담당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100점이야, 100점!”이라며 모두에게 들리게 소리치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의심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와 관련 부처의 발표에 의문을 가지면 종북 좌파로 몰리는 시대가 있었다. 공개된 자료가 틀리고, 근거가 부실하니 의문을 갖는 게 당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프로젝트>는 정부가 발표한 자료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질의응답과 소통이 당연한 것이라 주장한다. 2011년 6월 민주당 추천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직접 보지 않아 확신하기 어렵다.”고 답변했고, 일부 언론에서는 “일부 종북 세력”과 같은 말을 한다며 자질을 의심했다. 조용환 전헌법재판관 후보는 긴 시간 진행됐던 국회 본회의에서 결국 부결되고 만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대형 멀티플렉스 중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건 메가박스 뿐이었다. 하지만 주말을 앞둔 개봉 2일 만에 돌연 중단됐다. 결국 기업이 진행하는 사업이기에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더러 있는 사례 중 하나일 수 있다. 관객이 너무 들지 않아서, 조금 더 이익을 내기 위해서. 하지만, 당시 <천안함 프로젝트>는 다양성 부문 박스오피스 1위(개봉1일차 10,735명/2일차 10,605명/3일차 1,189명)를 달리고 있었다.(같은 날 개봉했던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개봉1일차 4,959명/2일차 5,049명/3일차 6,138명)가 곧 추월했다. 메가박스는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인해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돼 일반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배급사와의 협의하에 상영을 취소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작은 개인영화관이 아닌 메가박스였다. 기업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그 “현장 충돌”이란 것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해야할까. 영화를 만든 정지영 감독은 일제강점기의 ‘임검석의 부활’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임검석이란 일본 순사가 영화의 검열을 위해 마련된 좌석이었으며, 영화 상영 도중 호루라기를 불어 경고를 표했고, 세 번째가 됐을 때 상영을 중단하던 것이었다. 애초에 CGV와 롯데시네마는 상영조차 하지 않았다. 요즘에야 있던 ‘독점개봉’은 물론 아니었다. 나는 같은 정권 하에서 CGV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이런 이슈가 되는 소재의 영화가 개봉을 할 때면 직원들이 항상 이런 ‘현장 충돌’에 대해 당부를 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그런 일 따위는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이제 공공연한 화젯거리가 됐다.
<천안함 프로젝트>가 비상식적인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정말 종북 세력의 선전물인지는 관객이 판단하면 됐을 일이다. 불편하다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는 없다. 영화는 초중반 본인들이 가진 의문과 그것에 대한 근거를 나열하고, 후반에 가서는 시민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여준다. 정부 발표를 신뢰하는 이도 있고, 논리적으로 근거가 부실하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고, 사는 데 치여 관심을 갖지 못하는 이도 있고, 그야말로 다양한 의견이다. 영화는 질문을 하자고 한다. 질문과 답변이 소통의 출발점이라고, 소통하자고 한다. 이 영화는 어떤 답을 내리지 않는다. 이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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