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Bombshell, 2019

by 박종승

2017년, “나도 당했다”면서 이른바 미투 운동이라는 것이 일어났었다. 성희롱 가해자들로 국내외를 막론한 저명한 인사들이 거론됐었다. 그보다 1년 전인 2016년의 이야기가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하 밤쉘)에 있다. 국내 극장업계 1위인 CGV는 여성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생기 있는 피부 화장을 하라고 했으며, 관련하여 립스틱 색을 지정해주기도 했었다. 남성 아르바이트생들은 너무 광택이 나지 않는 선에서 왁스 등으로 이마가 보이게 머리카락을 넘겨야 했으며, 화장을 하진 않더라도 피부가 너무 건조해 보이면 안 됐고, 구레나룻의 길이 규정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 나는 봉준호도, 홍상수도, 이창동 감독님도 아닌 다른 감독을 국내 최고라 생각했었으나, 그를 내 인생에서 지웠다. 2018년엔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없었으면... 싶은 영화의 부제는 곧 영화를 모두 설명한다.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라니. 그러나 작은 개인이, 설사 그 개인이 모여 작은 연대를 이루었더라도 세상을 바꾸긴 쉽지 않다. <밤쉘>은 그 쉽지 않음에 대해 말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단지 실화에 기반 한 픽션은 아니다. 지금도 당시의 영상을 찾아보면 마치 이 영화의 예고편이나 클립을 보는 것 같이 똑같은 대사가 나온다. 사실에 근거한 드라마에 과한 판타지를 넣지 않았다. <밤쉘>을 보고 나면 뭔가 덜 끝난 것 같고, 연출에 어딘가 흠이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로저 에일스(존 리스고)는 성추행 혐의가 인정된 후에도 반성하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로저는 영화에서만 처벌을 받은 게 아니다. 현실에서도 그랬다. 어렵게, 어렵게 용기를 낸 이들에게 보상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죄를 지은 이가 심판을 받게 됐다. 그러나 통쾌함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보수 성향의 언론사에 있었다고 해도, 메인 뉴스의 간판 앵커였다. 메이저 방송사의 대표 목소리였으나, 그런 위치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메긴(샤를리즈 테론)이나 그레천(니콜 키드먼)만 그런 건 아닐 테다. 국내에서도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없는, 쓰인 대본을 억지로 읽기만 해야 하는 상황에 파업을 하는 등 멀지 않은 곳에 비슷한 사례가 많이 있다. 실화에 기반했다고 해서 대단히 예전의 일이 영화화된 게 아니다. 불과 5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아직 진행형이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대요.”라는 결말은 없다. 아무리 픽션이라도 아직 그런 결말을 맺을 수는 없는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영화의 끝을 맺는 케일라(마고 로비)의 내래이션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좋은 이야기는 완벽한 방식이 아니더라도 옆으로 새지 않고 관통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짊어진 가장으로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의 부양자로서,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어느 각도로 보아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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