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텐트폴 영화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결심한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그리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까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스스로 하드보일러라 자처하고 나선 만큼 두터운 서사 대신 그야말로 액션으로 가득한 영화였다. 정장을 입은 키아누 리브스만큼, 그 특유의 느낌이 나는 황정민의 액션을 두 시간 동안 원 없이 보여주는 영화였다. 원빈의 <아저씨>가 떠오른다는 말로 모두 설명이 가능할 기시감 가득한 것이었다. 타격이 이루어질 때에 순간 시간이 밀리는 효과는 다소 촌스러웠다. 넷플릭스에 이런 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도>는 같은 감독이기에 <부산행>과 연결 지어 좀비물이라 마케팅되었으나, 사실 <부산행>과는 별개의 것이었다. 부산을 향해 달려가는 한정된 공간, 부산에 도착하며 멈추게 될 한정된 거리와 시간이 있었으나, <반도>는 이미 나라 전체가 좀비로 뒤덮인 그야말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였다. 마동석이 손에 테이프를 감고 가녀린 아내(정유미)를 지켜내는 유쾌하면서도 타격감 있는 액션이 있었다면, 이번엔 그 반도를 내달리는 고난도 카 체이싱과 총기 액션이 있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도 생각이 나고야 마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그것의 배경이 어째서 사막인가를 충분히 설득했는가 하면, <반도>는 왜 좀비가 등장하는지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반도>에서 좀비는 주요 소재가 아닌 배경이다. <반도>에서 주인공 무리를 위협하는 건 좀비보단 좀비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재인(JANE)만을 외치다 퇴장한 권해효만큼 이 영화의 위치는 애매하다.
한반도의 비핵화 대신, 남북이 핵을 나눠 갖는다는 <강철비>에서의 메시지는 3년 만의 속편에서 한층 더 보완되고 튼튼해졌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 헌법의 기본가치를 말하던 <변호인>에서 조금 더 자신만의 소신을 말하는 양우석 감독은 한반도의 하늘을 뒤덮을 미사일을 강철비라 표현했었는데, 이번엔 한반도를 강타할 강력한 태풍 “스틸레인”을 말한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그간 영화가 남북관계와 국제정세를 소재로 다룬 적은 많이 있었어도, 그것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텐트폴 영화는 없었다. 그 지점이 단점이 될 수 있다. 국제정세에 큰 관심이 없었더라면, 감독이 구구절절 전하고 있는 말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관심을 갖고 있던 이들에게도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만큼, 캐릭터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악에서~>나, <반도>에 출연해서 멋들어진 액션을 선보였다고 해도 좋았을 정우성은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을 맡았다. 실재하는 대통령의 캐릭터는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에게 있어서도 까다로운 것이었을 테다. 그러나 정우성은 <아수라> 등에서의 거친 모습은 잠시 접어두고, <증인> 등에서 보여줬던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몸의 움직임이 많지는 않지만 한반도 평화협정에 서명조차 하지 못했던 대통령의 역할을 온전히 자신의 얼굴로써 표현해낸다. 역시 실재하는 인물을 떠오르게 하는 다른 국가의 정상들을 연기한 유연석과 앵거스 멕페이든의 연기 또한 그러하다. 잠수함 부함장을 연기한 신정근 배우의 굳건하고 뚝심 있는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으며, 그의 지휘 아래 긴장감 넘치는 잠수함 액션도 이 영화의 좋은 볼거리였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지며 맺는 이 영화는 스스로 그 감흥을 낮추고야 만다. 질문을 받는 순간 131분 간 봐왔던 영화에 대한 여운은 도마뱀이 꼬리 자르듯 잘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