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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손 Jan 08. 2019

[독서노트]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PD라는 직업의 책임감에 대해

작가: 나영석 PD(tvN)

분류: 에세이

분량: 343p

초판: 2012년 12월




인상깊은 구절들 필사


사실 좋은 촬영이라는 건 때때로 그 세세한 내용보다는
촬영의 전체적인 ‘흐름’이랄까 ‘기’라는 요소가 상당히 중요하다.
- 54 페이지


일이 10분정도 늦었다고 아무도 뭐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10분을 기다려 시작된 족구와
뛰어나오자마자 열이 받쳐 시작한 족구는 분위기가 미묘하게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10분의 차이를 예상해서 그 시간에 맞추는 것이 바로 1%의 디테일인 것이다.
- 64 페이지


신입생 오티나 응원제 따위의 떠들썩함이 우스운 광대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럴듯한 졸업장이나 생산하는 대학 따위 때려치우겠어 정도의 패기는 없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
- 204 페이지


프로는 결과로 얘기해야 하는 것이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우선은 한 사람 몫의 PD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 돈값은 하는 기능인이 되자.
꿈이나 이상 같은 건 그 다음에 생각하자. 그렇게 다짐한다.
- 266 페이지


만화 속의 주인공 바텐더는 단순한 칵테일 제조 기술자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그는 ‘바’의 의미를 단순히 ‘술을 파는 공간’이 아닌 ‘지친 영혼들의 휴식처’로 확장한다.
내 생각에 직업인과 장인의 경계는 여기서 갈린다.
- 275 페이지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욕심, 더 감동적이었으면 하는 욕심.
시청자를 가르치려 하고 있었다. 때로는 더하는 것 보다 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본질에 충실하는 순간 재미와 감동은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조금씩 배워가기 시작했다.
- 297 페이지


결론을 정해놓고 이야기를 끼워맞추지 말 것.
문제의 핵심속에 묵직한 직구를 던져놓고 나머지는 그저 기다리는 것.
‘그것이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5년간 터득한 노하우였다.
- 298 페이지


병원에서 돌아온 그들에게 나는 또 개편을 앞두고 사탕발림을 하고 있었다. ‘
“사실은 널 위한 거잖아. 네가 성공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 뿐이잖아.”
심장이 쿡쿡 찔린다. 프로그램의 성공이 계속될수록, 주변 사람들은 피폐해져갔다.
- 318 페이지


또 욕심에 겨워 다른 사람을 쥐어짜고 내 자신을 쥐어짤게 뻔하다.
결국 스트레스가 극에 다다른 어느 날, 결심을 했다. 회사를 관두자고.
더 이상 나나 다른 사람을 학대하며 살기 싫었다. 민폐 끼치며 살고 싶지 않다.
- 324 페이지


나는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선한 프로그램을 만들려 노력하지만, 그걸 위해서 악한 수법도 자주 쓴다.
순수하게 스태프들에게 다가가지만 음흉하게 그들의 등골을 파먹는다.
성공하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 강단은 없다.
한마디로 나는, 그냥 약한 사람이다.
- 334 페이지


“우리가 언제 성공, 실패 따져가며 일했어”
“재밌을 것 같고 꽂히면 하는거지. 망하면 망하는 거지 뭐.”
이 단순한 진리를, 나는 그동안 왜 잊고 살았을까.
- 339 페이지



나영석 PD에 대한 설명은 굳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한 때 방송국 PD를 꿈꾸던 시절, 내가 생각하는 PD는 본인만 똑똑하고 잘나면 되는 사람이었다.

모든 건 다 내 마음대로 될 것만 같고, 스탭들이 뭘 하는지,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민속촌에서 PD로 5년간 일하며 얻은 결론은 아주 심플하다.

PD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창의력도, 아이디어도, 기획안 작성능력도 아닌,

스탭들을 이끄는 ‘리더십’이라는 것.


모든 프로젝트는 협업이다. 기획자 혼자 잘해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스탭들의 서포트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스탭들을 한 방향으로 잘 이끄는 리더는 본인의 능력 이상의 결과물을 얻게 된다.


항상 겸손하고, 누구에게나 배울 줄 알고, 느리더라도 함께 가기.

혼자 잘난 PD말고 함께 가는 PD가 되자. 오늘도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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