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들
소설집.
어쩌면 이렇게 쓸 수 있을까.
1.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대학의 에세이 수업 이야기. 나는 남은 사람일까 떠난 사람일까.
2. 몫
해진, 희영, 정윤. 90년대 학보사로부터 여성인권운동까지의 담담한, 쓰는 일과 활동하는 일.
그 시절의 공기가, 말들이.
3. 일년
인턴 다희, 정규직 선배. 재회한 병원에서 일년에 대한 회고.
4. 답신
고통스럽지만 같은 편일 수 없었던 언니의 기억. 그리고 사랑하는 조카에게.
5. 파종
떠나간 터울 많이 나는 오빠와 그 오빠를 그리워하는 딸.
6. 이모에게
애증어린 나를 키워준 그녀에게
7.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두 딸에게 여전히 부끄러운, 극복되지 않은 자신의 삶의 상처와 봉합시켜주지 못한 갈등들이.
너무 빨리 잊어버릴까봐 복기해본다.
어쩌면 이런 목소리들로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걸까.
어떻게 이런 마음을 잘 알 수 있는 걸까.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원래 작가가 잘 알고 있는 어떤 마음의 세계였겠구나.
그 마음의 풍경을 여러 인물을 통해 구체적으로 펼쳐놓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겠구나.
나는 내가 충분히 알 수 없었던 목소리들을 듣는다.
작아지고 보이지 않게 된 마음들과 시간들, 그런데 생생한 고통들.
알고 있는 마음을 펼쳐 써 낸 것이겠구나.
쓰다보니 더욱 잘 알게 되었겠지만,
모르는 걸 안다고 하지 않으려고 했겠구나.
그런 목소리를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 답례로 난 어떤 목소리를 세상에 돌려줄 수 있을까.
최대한 거짓없고 위선 없이, 잘 알고 있는 풍경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
어떤 풍경을 잘 알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