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과 가치
살면서 죽음을 실감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각자가 부여하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인생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
어떤 것을 추구했으나 무엇인가를 만나 좌절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은 이루었으며
생의 이야기가 자랑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는 것.
그런데 자신을 주인공으로 쓰는 인생의 서사에서
다른 등장인물들의 역할, 다른 등장인물들의 의미가
사실이나 진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알 수 없다.
수없이 다시 쓰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이야기에 우리는 삶을 기댄다.
그런데 꼭 그 이야기가 논리정연해야 할까.
이야기가 논리정연할수록 오히려 사실과 진실에서 왜곡될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닐까.
죽음으로써 삶의 서사는 종결된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는 허무와 무의미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헛되다는 생각.
고통이라는 감각.
두려움이라는 감정.
의식의 퇴보.
그렇게 간절하게 끌어온 삶의 서사는 연하게 풀어져
무로 돌아간다.
그 무를 통해 삶의 의미는 남은 사람들에게 다시 재정립된다.
이는 먼저 간 사람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한 서사와는 또 다른 것이다.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파악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라는 존재.
누구나 매달리는 자기 인생의 서사가 있다.
이야기로서의 가치와 이야기의 필요는 또 다른 것이다.
삶이 이야기로 어떤 식으로든 수렴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그 수렴이 타인에게까지 보편적이면서 새로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가는
또 다른 싸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