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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이민자 Oct 15. 2016

농민 백남기

백남기 농민이 내게 상기시키는 것은 

지극히 촉각적인 무엇이다.


그가 꽹과리를 들고 있는 사진.

쇠채를 잡은 태와 손목의 각도,

쇠 안쪽의 울림을 조율하며 막음새를 했을 왼손.

다른 치배들의 소리를 들으며 진풀이를 느끼고 있었을 얼굴.


징을 들고 있는 사진에선

박을 놓치지 않게끔 징의 진자 운동을 만들고 있는 왼팔과

흐름을 타기 위해 펼친 어깨.

판을 감싸는 소리의 겸손함과 포근함.


손주를 안고 있는 사진에선

보드라운 아기 살 냄새와 기저귀 냄새.

옹알이 소리, 울음 소리, 웃음 소리.


그리고 

물대포를 맞았을 때의 충격, 공포.

떠밀려 나가는 몸.

눈 앞에서 솟아오르던 타인의 안경들.

벌겋게 부어오르던 피부.

그리고 까맣게 닫혔을 의식.


하늘 높이 퍼져나가는 풍물소리의 아늑함을 아는 귀와 몸

그 소리를 조율하던 손목과 손가락

그 박자를 타고 넘는 오금과 어깨짓.

새 생명의 내음

몸에 지니고 느끼며 살아온 수십년의 시간.


그 모든 것을 폭력적으로 닫아버린 어떤 촉각이

나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든다.


나와 다르지 않은 몸.

나와 같은 촉각.

누군가 끝장낸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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