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야 할 곳.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팀 버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나리오의 수정에 대해 제작사의 입김을 얼만큼 수용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것을 수용했기에 더 나아진 건지, 수용하되 잘못했기에 나빠진건지, 전권을 휘두른 결과인건지를 포함해서.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이미지와 의미는 마음 속에 깊이 남는다.
먼저, 예고에도 나왔던 미스 페레그린이 새로 변하는 장면. 신비롭고 매력적인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이 변신을 남용하지 않는다. 적의 공격 앞에서 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당당한 품위. "It's been my previledge to protect you." 너희들을 보호할 수 있었던 건 나의 특권이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대사와 이 씬만으로도 이 영화에 대한 보상을 다 받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미스 페레그린이 반복되는 하루인 '루프'를 여는 순간의 이미지. 나찌의 미사일이 소중한 보금자리 위로 투하되는 그 순간, 미사일이 집에 닿기 직전에 하루는 되감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의 찰나를 되돌리고 싶었을까. 그냥 동화적인 장면으로 넘어가기엔 그 이면의 비극성이 너무 짙다. 환상적이고 밝게 표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제이크의 능력이 투명한 적인 '할로게스트'를 볼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 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능력이 그를 현실의 세상에서 비정상으로 치부되게 한다는 것.
그리고 제이크의 마지막 선택이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는 액자 구성을 따르지 않는다. '빅 피쉬'나 '가위 손'처럼, 이 영화는 어떤 이야기였노라, 하고 끝내지 않는다. 제이크는 선택하고 달려간다. 그는 자신이 비정상이었던 현실 세계에 능력자로 돌아와 안착하지 않는다. 그에게 어울리는 자리로 떠난다. '이상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대체로 많은 이야기가 여행을 떠나 변화하여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그리는 데에 반하여, 제이크는 여행을 떠났고 변화하여 돌아왔으나, 돌아온 자리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떠난다. 그리고 본인이 결심하고 의도한 두 번째 떠남이야말로 그에게 희망찬 새 삶을 열어준다. 마음 껏 너다워도 돼. 아니 반대로, 너 다워지기 위해 최선을 다 하렴, 하고 속삭여주는 이야기.
아쉬운 구성과 가끔 깜짝 놀라게 하는 낡은 표현, 몇가지 진부한 자기 복제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아름답고 깊었다. 이상해도 괜찮아. 아니, 최선을 다해 이상해져라. 그게 너다운 것이라면. 어쩌면 너의 이상함이야말로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