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 이민자 May 28. 2018

생애 첫 프랜차이즈

육아일기

선우가 계절밥상에 가고 싶다고 칭얼거렸다.

가족 식사를 해야할 때 종종 갔던 선우의 최애 식당이다.

그 때 마침 공덕역 근처에 있었기에, 늘 가던 여의도 계절밥상 말고 공덕 계절밥상으로 갔다.

그런데 계절밥상 입구에서 선우가 울상을 지으며 손을 잡아 끌었다.


왜? 계절 밥상 오고 싶어 했잖아? 

아이 에프 씨…. 아이 에프 씨… (여의도 계절밥상은 아이에프씨 몰에 있다.)


그렇구나. 이 아이에겐 프랜차이즈의 개념이 아직 없겠구나.


여기도 계절밥상이야. 계절밥상이 여러 개 있어. 봐봐 비슷하지?


이러면서 달래서 들어가 앉혔다.

프랜차이즈라는 개념을 선우가 처음 마음에 들인 날인 것 같다.

왠지 싫었다. 모든 건 그 자체로 하나라고, 유일한 것이라고 가르치고 싶은데,

모든 건 언제든지 복제 가능하다고 가르친 기분이어서.


그런데 둘 다 진실이지 않은가.

모든 건 복제 가능하기도 하고, 유일하기도 하다.

그런데 왜 기분이 별로였을까.


생의 순간 순간이 경이롭고 소중함을 오래 만끽하게 해주고 싶은데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인 어른의 마음이 이식될까봐?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는 이미 충분히 생을 만끽하고 있다.

다른 계절밥상을 하나의 계절밥상으로 인식하고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실망스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매일의 작은 차이를 충분히 경험하는 건 중요하다.

갈수록 매일의 차이가 무엇이었는지를 잊어가는 나이가 되었다.

선우는 별개의 공간을 충분히 느끼고 경험했을 것이다.


아이는 다르지만 비슷한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그 순간이 새롭다. 비슷하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비슷하다는 걸 느끼는 건

삶에서 중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흉터와 바느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