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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유감!!!

by 이야 아저씨


매력적인 관광지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창조할 수 없는 어난 자연경관이나 수백, 수천 년 전 과거 속으로 빠져 들어간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역사, 문화적 유산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아무리 멋진 자연환경과 역사적 유산을 갖고 있더라도 여행자들을 위한 인프라시설들이 없다면 관광지로서의 가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접근성이나 숙박시설 즉 관광객들이 다가가서 먹고 잘 수 있는 시설들이 갖추어질 때 비로소 사람들이 선호하는 관광지가 되는 것이다.

인프라가 없는 곳을 여행하는 것은 관광이라기보다 어떤 의미에서 탐험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프라시설이 미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나라들이 의외로 많다.



요즘은 여행객들의 성향이 많이 다양해졌다.

새롭고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한 미식여행, 건축가들을 위한 건축물 답사여행,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각종 액티비티 체험여행, 골퍼들을 위한 골프여행, 탐험가들을 위한 오지여행 등 특별한 목적을 갖고 떠나는 여행객들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여행의 밑바탕에는 앞서 말한 자연경관과 역사적 유산이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하고 여행객을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는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2024년도 연간 세계 국가별 관광객 방문순위를 보면 상위 15개 국가 중 미국, 태국, 캐나다, 중국, 일본을 제외하면 모두 유럽국가들이 나머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여행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그 순위가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기원전부터 2천 년 이상 세계의 중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무역, 정치문화, 산업발전을 이끌어 온 유럽 국가들.

중세와 근대 도시의 생활상을 지금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유럽 각국의 구시가지 모습.

지중해와 대서양 그리고 장쾌한 알프스 산맥과 끝없이 펼쳐지는 대평원.

북해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피오르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절경들.

가슴을 탁 틔게 하는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

이 모든 것에 더해 유럽인들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자연과 건축물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세심한 관리가 유럽대륙을 세계 관광의 일번지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곳을 방문할 때마다 마주치는 자연과 건축물을 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지만 사실 아쉽고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도 몇 가지 있다.

"옥에 티"라고 해야 하나?

유럽을 여행하며 느꼈던 나의 유감을 적어 봤다.




ㆍ하나 : 화장실 문화


여행을 하는 도중에는 외부활동이 대부분이다.

시내 도보투어를 하기도 하고 버스로 장거리 이동을 할 때도 많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생리적 현상 해결이다.

우리나라에는 공공장소에 대부분 번듯한 화장실이 있고 일반 건물도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다.

그래서 외출을 하더라도 화장실 사용에 따른 불편함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물론 화장실 사용료도 없다.

70년대에는 서울 시내에 일부 유료화장실이 있었고 지하철에서는 많은 곳이 유료로 운영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80년대 들어서면서 모든 공용 화장실이 서서히 무료로 개방이 되었다.


이런 화장실 문화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처음 유럽여행을 가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공용화장실이 사용료를 받는 유료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사용료는 감내한다 하더라도 공공장소에서 대중화장실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서 급한 경우에는 근처 카페를 들어가 음료를 시키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최악의 경우 사람들의 눈을 간신히 피해 가며 공공장소에서 볼 일을 본 경험이 있는 여행객들도 아마 적지 않을 것이다.



화장실을 혐오시설로 간주해 14세기에 지어진 베르사유궁전 내에는 화장실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유럽 대부분 지역의 물에 석회성분이 많아 화장실 유지관리에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한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화적 관습과 화장실 유지관리 비용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이해가 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관광대국답게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생리현상 때문에 당혹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용화장실 수도 늘리고 사용료도 없애야 할 때가 된 듯하다.

가끔씩 이런 의문이 든다.

미성년자인 아이들은 유럽 도심에서 생리현상을 어떻게 해결하지?



ㆍ둘 : 소변기 높이와 크기


국내에서 소변기 높이로 인해 불편해 본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나의 경우 남성 평균키보다 조금 모자란 편이지만 소변기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당연히 불만도 없었다.

하지만 유럽 화장실의 소변기는 한국보다 높게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손으로 벽을 짚고 까치발을 하며 볼 일을 볼 때도 있고 대부분은 간신히 높이를 맞춰 불편한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평균신장이야 동양사람들에 비해 크겠지만 유럽사람들 중에도 신장이 작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왜 소변기 높이가 그렇게 높은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이 심한 편이다.

소변기 크기도 한국에 비해 작다.

그래서 유럽 외부 화장실에서는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가 없다.

작은 소변기에 간신히 높이를 맞추니 제대로 배뇨가 되겠는가?

전립선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몇 번 여행을 다니다 보니 요즘은 요령이 생겼다.

한 발만 까치발을 하고 볼 일을 보니 몸의 균형도 잡히고 조금 수월해졌다.

그래도 국내보다 어렵긴 마찬가지다.

인체공학적인 위치나 크기를 고려해 키에 관계없이 누구나 수월하게 볼 일을 볼 수 있도록 소변기 높이를 조정해 설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ㆍ셋 : 소매치기


유럽 단체여행을 가면 인솔자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이야기가 있다.


"소매치기 조심하시고 가방은 가슴 앞쪽으로 매세요."


선진국인 유럽 곳곳에 소매치기가 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두 번 정도 소매치기를 눈앞에서 목격을 하고 친한 지인들이 당한 사례를 들어보니 긴장이 되었다.

지금까지 직접 당해보진 않았지만 언제라도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도시마다 소매치기가 활동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7 ~ 80년대가 최고 전성기였을 것이다.

버스, 지하철, 각종 행사장이나 역사 구내등 사람이 붐비는 곳에는 어디서나 소매치기가 들끓었다.

소지품을 훔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에게 상해를 끼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었다.

실력이 뛰어나 일본이나 인근 국가로 원정까지 간다고 했을 정도로 주변에 소매치기와 야바위꾼이 많았던 시기였다.

그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소매치기등 민생사범에 대한 강력하고 대대적인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다행히 소매치기란 단어는 대한민국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국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여권이나 소지품을 잃게 되면 당사자뿐 아니라 동반자도 여행을 망치게 된다.

몇 년을 벼르고 별러 온 여행이 한순간 실수로 관광객들에게 악몽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없앤 소매치기들을 유럽 국가들이 없애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의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 뿐.

피해자 대부분이 관광객들이다 보니 소매치기를 오히려 방치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언제 어디서든 약자는 보호되어야 한다.

타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현지에서 돈을 쓰지만 사실 약자에 속한다.

돈은 벌면서 약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끝끝내 외면하는 유럽 관광대국들의 태도를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ㆍ넷 : 인색한 물인심


세계에서 물 인심이 가장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

해외를 한 번이라도 나가 본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한국을 떠 올릴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관공서, 은행등 대부분 공공장소에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어 어딜 가든 목마를 일이 없다.

음식점에서도 물은 당연히 기본으로 제공된다.

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찬물, 더운물, 보리차, 옥수수차 심지어 얼음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그런데 유럽에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음식점에서 물이 제공되지 않는다.

음식점에서 주문 시 와인이나 간단한 음료를 먼저 주문하고 메인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물도 당연히 주문할 수 있지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물값도 만만치 않아 음료수와 거의 같은 값이다.

늘 공짜 물에 익숙한 한국사람들은 돈을 낼 바엔 맥주를 마시거나 아예 물을 마시지 않는다.

일부 호텔에서 서비스로 물이 제공되는 경우가 가끔 있긴 하지만 유럽에서 공짜로 주는 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공기처럼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생명유지의 기본적인 요소인 물도 사람들이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유럽이 내게는 가끔씩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문화의 다름은 이해하지만 "정수기 하나면 모두 해결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일부를 제외하면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음에도 유럽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정돈된 느낌이 든다.

현대 문명 속에서도 옛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역사와 문화유적들을 보존하기 위해 꿋꿋하게 노력하는 국가와 유럽인들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보다는 인간의 노력과 건축물이 어우러진 경관이 더 환상적일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유럽은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다.

가진 자가 베풀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유럽여행 시 내가 느낀 불편함이 이제부터 하나둘씩 서서히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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