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행운은 없다

by 이야 아저씨


ㆍ장면 1.

중학교 3학년 교실.


오늘은 학교에서 기말고사 치는 날.

시험 볼 과목을 어젯밤 벼락치기로 공부하고 아침 일찍 등교를 했다.

시험 치기 전 하나라도 더 암기하기 위해 책장을 뒤적이는 친구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나도 더 보고 싶지만 짐짓 느긋한 체하며 친구들에게 쓸데없는 농담만 날린다.


"야!! 지금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

평상시에 열심히 해."


성적이 상위권일수록 시험 치는 날에도 나름대로 가오가 필요한 것이다.

겉으론 태연한 척하지만 시험이란 것은 언제든지 누구나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


시험지를 받아 들자마자 애매한 것은 넘기고 아는 문제부터 빠르게 끝까지 풀고 정답을 체크한다.

다음으로 애매한 문제 풀기.

처음에는 그냥 넘겼지만 좀 더 집중해서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아낸다.

그런 후 마지막으로 도저히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만 남는다.

바로 찍기가 시작된다.

정답과 거리가 먼 것으로 판단되는 것은 버리고 남은 것에서 왠지 마음이 끌리는 곳에 답을 찍고 시험을 마친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나오는 순간 오늘은 왠지 찍은 문제가 다 맞을 듯한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주변 친구들의 정답 맞히기가 시작된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들려오는 것을 어떻게 막겠는가!!

찍기로 푼 문제들의 정답에 귀를 쫑긋 세운다.

늘 그렇듯이 찍은 문제들이 대부분 정답을 비껴갔다.


아~~, 오늘도 만점의 꿈은 날아갔다.





ㆍ장면 2.

골프장에서.


캐디의 안내에 따라 가볍게 몸을 풀고 드라이버 클럽을 가볍게 휘둘러 본다.

어젯밤에 잠도 푹 잤고 컨디션도 최상이다.

바람도 잔잔한 데다 하늘마저 푸르니 오늘은 뭔가 일을 낼 듯한 기분이 든다.


타석에 올라 첫 티샷을 한다.

첫 볼은 당연히 전 라운드에서 치던 볼.

스크래치는 있지만 아직은 쓸만하다.

가볍게 쳤는데 공이 똑바로 쭉쭉 뻗어간다.

거리도 제법 많이 나갔다.

투온을 하고 버디를 노렸으나 아쉽게도 파.

그래도 오늘은 스타트가 좋다.


두 번째 홀.


첫 홀의 기운을 살려 티샷.

드라이버 샷을 한 볼이 도로를 맞으며 죽지 않고 다행히 살 듯하다.

가서 보니 도로를 맞은 덕에 볼이 더 멀리 갔다.

이번 홀도 가볍게 파를 했다.


세 번째 파 3 홀.


티샷을 하기 전 홀인원을 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든다.

골프 30년 구력이지만 지금까지 홀인원을 못 했으니 확률적으로 할 때가 된 거 아닌가?

볼을 째릴 듯이 노려보고 티샷.

아쉽게 홀인원은 아니지만 깃대에서 멀지 않아 버디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아깝게 버디를 놓치고 파.


네 번째 홀.


평소와 달리 첫 홀부터 3 연속 파 행진이다.

뭔가 될 듯한 느낌이 온다.

더구나 이제 몸도 적당히 풀렸으니 스코어에 욕심을 내 볼만하다.

동반자들도 오늘 나의 샷이 유난히 좋다며 장단을 맞춰 준다.

2번 홀에서 도로에 맞아 스크래치가 간 골프 볼을 과감하게 새 볼로 바꾼다.

오늘의 스코어를 위하여.

새 볼의 터치감이 좋고 볼에 그려진 볼싸인이 선명하게 눈에 띈다.

이제부터 제대로 한번 쳐보리라.

빈 스윙을 몇 번하고 드디어 드라이버 샷.

의욕이 과했는지 오른팔에 힘이 들어가 버렸다.

당겨지며 해저드.

새 볼로 치면 해저드에 빠지는 징크스가 어김없이 또 나타났다.

벌타를 하나 먹었지만 해저드 타석이 그린과 가까워 다행히 보기로 선방했다.


다섯 번째 5홀.


아직까진 원 오버 타로 무난하다.

지금부터 다시 제대로 해 봐야지 하며 의지를 불태운다.

드라이버 샷이 제대로 맞았다.

하지만 두 번째 샷에서 뒷 땅을 치며 헤매다 간신히 보기로 마쳤다.


다섯 번째 홀부터 숨어 있던 핸디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반에 품었던 큰 기대가 무너지며 오늘도 역시 평소와 다름없는 스코어를 기록했다.


아~~. 오늘도 홀인원과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의 꿈은 날아갔다.





장면 3.

복권을 사고 나서.


누구나 복권에 일등으로 당첨되는 희망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당첨금을 수령하면 어떻게 쓸지 지출계획도 이미 잡아 놨다.

복권에 거액이 당첨되어 졸지에 횡재를 한 사람들의 최종 결말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설도 있다.

그렇지만 그건 한 번도 당첨되지 않은 사람들에겐 꿈나라 이야기나 다름없다.

당첨되고 나서 고민할 일들이다.


오늘 지하철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연히 복권 판매소가 눈에 들어왔다.

일등당첨 이력이 있다는 플래카드도 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복권을 사고 있었다.

주저하다가 로또복권 오천 원어치를 구매했다.

그때부터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는 뭔가 감이 좋은 느낌이다.

당첨자 발표날까지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기분 좋은 날들이 계속된다.

복권이 든 지갑도 갑자기 두둑해진 느낌이다.

복권 한 장이 이렇게 나를 기쁘게 하다니.

그런데 막상 당첨자 발표날은 항상 놓치게 된다.

예전에는 당첨번호 발표 시 가수들이 노래도 하고 긴장감이 있는 프로였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음날 아차하며 인터넷으로 당첨번호를 확인해 본다.

역시나 안 되겠지,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짜릿한 긴장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숫자를 세심하게 하나하나 맞춰 보지만 이번에도 역시 허탕이다.

너무 기대가 과했나,라는 허탈한 기분이 든다.


아~~, 이번에도 복권 일등당첨의 꿈은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누구나 내게도 한 번쯤은 큰 행운이 오기를 바란다.

조상의 음덕인지 모르겠지만 뜻하지 않는 행운으로 팔자를 고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끔씩 언론에서 접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언젠가 내게도 오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사람들 대부분은 오늘을 살아간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행운이 따라줘야 할 상황들이 많이 생긴다.

그런데 그 행운들이 늘 자기만 비껴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지독한 행운은 거의 찾아오지 않는 것 같다.

운칠기삼이라고 기대를 갖기 위해서는 개개인도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다음 행운이 적시에 따라 줄 때 성공이라는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는 것이다.

"지독한 행운이 따라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부럽긴 하지만 정말 힘들게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지독한 행운이 골고루 함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