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가끔 남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나 누리고 있는 사회적 지위들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아마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심적이나 육체적으로 힘이 들 때 그런 마음이 더 간절하겠지요.
세상만사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두 이뤄진다면 걱정할 것도, 부러울 것도 없겠지만 그건 꿈속에서 조차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신세타령을 하며 그 책임을 남이나 다른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가장 먼저 탓하는 것이 조상입니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소위 말하는 금수저로 태어났으면 내가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며 조상 탓을 합니다.
대놓고 가까이 있는 부모님 탓이라 말하기는 껄끄러우니 멀리 있는 조상님을 불러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으로 이해가 되긴 합니다.
부모님이 돈이 아주 많다면 물려받을 재산으로 신경 쓰지 않고 평생 놀고먹으며 지낼 수도 있으니까요.
공부에 목을 멜 필요도 없고 하고 싶은 것들에 다 도전해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하는 일마다 성공을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이 있어 두려움도 없습니다.
또 국내에서 명문대학 입학이 어려울 실력이면 해외로 유학 가서 버젓하게 대학 졸업장을 따 올 수 있으니 누구나 겪는 입시 스트레스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은 극복할 수 없는 신체적 한계가 아닐까요?
요즘 MZ세대들은 서구화된 식생활 덕분인지 키도 크고 반듯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드라마나 연예 프로그램을 보면 성별을 떠나 "참 잘 생기고 멋지네!" 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연예인들이 있습니다.
나도 저 정도 외모와 피지컬이 있었으면 뭐라도 한 몫 했을 텐데 라며 자신의 얼굴과 몸을 거울에 비춰본 후 바로 한숨을 내어 쉽니다.
TV나 SNS로 멋진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되면 외모를 평가하는 자체기준이 높아져 자신의 외모에 스스로 불만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또 하나의 기회를 빼앗긴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성형수술까지 한다는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일정 수준 이상 남녀들만 참가한다는 사전 외모승인제 파티까지도 열린다고 합니다.
성형의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지만 사람의 몸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요.
문득 작고하신 어머님이 "인물이 다라? 얼굴 뜯어먹고 사는 거 아이다"라고 자주 쓰시던 말이 생각납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가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세 번째로 자신의 재능이 없음을 탓합니다.
과거에는 학문을 잘하는 것이 최고로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유학을 치세의 근본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학문을 하는 선비가 아니면 출세길에 오르기가 힘들었습니다.
천문, 어학이나 의학 그리고 예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중인의 신분을 벗어나 관직에 오르는 일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공부는 좀 못해도 운동, 노래, 춤, 말하기, 예능과 유튜브 등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한 가지만 잘해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성공사례의 대표적 인물로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는 일들도 잦아졌습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자신의 뒤를 돌아보며 또 의문을 품게 됩니다.
난 잘하는 게 뭐지, 나한테는 도대체 재능이 있기나 한 걸까 하며 속앓이를 하게 됩니다.
공부는 차치하고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둘씩 있는 듯한 재능이 왜 자기에게만 없을까 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운을 탓합니다.
자신은 지지리 운도 없다며 머리를 쥐어 뜯기도 합니다.
사실 나는 성공을 하는 데 있어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세 가지가 전혀 없더라도 운이 좋아 졸지에 팔자를 펴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미국 로또복권의 당첨금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도 로또초기를 생각해 보시면 고개를 끄떡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로또가 시작된 2003년에는 매주 새로운 백만장자가 탄생했고 전국적으로 로또광풍이 거세게 불기도 했습니다.
짜고 치는 놀음판에서도 운빨이 좋은 사람은 당할 수없다는 말이 있듯이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실에 귀한 구슬을 꿸 수가 없습니다.
운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노력하고 준비된 사람들에게 오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운조차 자신을 비켜간다고 생각하니 이젠 정말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며 신세한탄을 하게 됩니다.
이런 네 가지 탓만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대부분의 어려움과 실패에 대한 변명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이 편해진다면 다행이겠지만 남 탓은 하면 할수록 스스로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어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집니다.
네 가지 중 하나만 가질 수 있어도 좋은데 가끔씩 모두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많은 재산으로 어릴 때부터 좋은 교육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일찌감치 본인의 재능을 찾는 사람.
거기에 더해 준수한 외모까지 갖추고 운도 따라 줍니다.
한마디로 네 가지 탓이 아니라 덕을 보며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는 케이스지요.
사회적 인싸로서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거리가 됩니다.
그들이 몸에 걸치고 다니는 옷이나 소품들이 매장에서 동이 나기도 하고 판매회사의 매출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가지고 성공한 사람은 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할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진 않습니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있습니다.
먼발치에서 보면 즐겁고 행복하게 보이는 사람도 가까이서 보면 고민과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을수록 양어깨에 짊어질 짐이 늘어나고 행동반경은 점점 좁아집니다.
당당하고 소신 있게 뭐든지 다 하며 사는 것 같지만 늘 사회와 언론, 그리고 주변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합니다.
일반인이라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실수도 그들에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됩니다.
어쩌면 말 못 할 고민으로 밤잠을 설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예전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재벌총수도 50대 중반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 적이 있습니다.
누구도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통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었겠지요.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듯이 한 사람에게 모든 고통을 몰아주지도 않습니다.
"모든 삶은 고통이다. 그 고통의 원인은 욕망이다."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했습니다.
욕망은 자신이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커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진 것이 적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성공해서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더 큰 고통에 시달리지 않을까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합니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것에 더 이상 불만을 갖지 말고 한발 두발 차분하게 앞으로 내딛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대운을 신이 내려 줄 수도 있습니다.
신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