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구입한 지 일 년 반이 지나 새로운 기능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실수로 버튼을 잘 못 누르는 바람에 가끔씩 오류가 나는 기능을 바로 잡는 방법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이지요.
요즘 차량 매뉴얼이 두껍고 어려워 중요 부분을 제외하곤 잘 보지 않습니다.
사실 자세히 읽어 봐도 정작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아 핵심부분만 대충 훑어보고 차량 글로브박스 안에 고이 모셔 둡니다.
차량에 문제가 생길 때만 가끔 펼쳐볼 뿐 처음 구입한 상태 그대로 늘 그 자리를 지킵니다.
차량 운행에 관련된 사항들, 즉 굴러가고 서고 히터나 에어컨 켜기 등 핵심사항들만 숙지하고 차를 몰고 다닙니다.
일주일 이상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알고 있었던 기능도 깜빡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백미러 접는 버튼을 잊어버려 세차 안내원의 지적을 받으며 당황한 적도 많고 오토 크루즈 기능도 기억이 나지 않아 장거리 여행 시 계속 가속 페달을 밟으며 고생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으로 가면 점점 더 머리가 아프다.
요즘은 일상의 모든 일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육체활동을 제외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것들은 스마트폰으로 모두 처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은행업무, 여행이나 음식점 예약, 도서대출, 메일 보내기 및 확인, 교통티켓 예약, 전화 통화, 사진 찍기, 동영상 촬영등 수없이 많은 일들이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집니다.
특히 국내외 자유여행을 떠나 보면 그 의존도가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
여행을 위한 모든 예약정보가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으니 잃어버리거나 앱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는 순간 그 여행은 끝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은 사람들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없을 정도지만 사실 그 기능을 다 알고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기능들이 많지만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다 알고 사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로서는 전자기기 본연의 기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에 스마트폰에 내재된 다양한 기능들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설명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꼼꼼하게 읽어 본 기억은 없습니다.
직장 동료나 후배 그리고 자식들에게 필요할 때마다 하나둘씩 몸소 배워가며 지금까지 사용해 왔습니다.
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지만 가끔씩 곤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평소 쓰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지 않거나 에러가 나면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이것저것 눌러보고 조치를 취해 보지만 원래의 기능으로 돌아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최후의 수단인 스마트폰 껐다 다시 켜기.
대부분 복구되지만 여전히 그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왜 그랬지? 내가 뭘 잘 못 누른 건가?"
사실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를 잘 다루려면 이것저것 눌러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버튼이나 앱을 눌렀다가 가끔 낭패를 본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새로운 화면이 나타나면 일단 조심하게 됩니다.
더구나 SNS를 통하여 교묘하게 피싱을 하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것에 링크하는 것조차도 가급적 삼가게 되었지요.
그래서 특별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늘 쓰던 앱이나 기능들만 계속 사용하게 됩니다.
어느 날 실수로 버튼을 잘 못 눌러 새 기능을 알게 되어 유용하게 쓰기도 하지만 리셋이 될까 두려워 버튼을 과감하게 눌러보지 못하는 것이 나와 같은 중장년층의 현실일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면 무엇이든지 마구잡이로 만지고 눌러보며 사용하는데 거침이 없다.
최근 아이들 장난감은 전자기기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버튼을 눌러 장난감이 소리를 내거나 작동을 하면 깜짝 놀라지만 어느 날 아이가 그것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된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갓난아기들도 스마트폰을 좋아한다.
뭔가를 누를 때마다 색깔과 화면이 바뀌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스마트폰에 있는 웬만한 기능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은 나이가 어릴수록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릴 때는 실수란 것이 뭔지 모르니 두려워할 필요도 없이 몸으로 부딪혀 가며 하나둘씩 모든 것을 배우는 것이다.
설령 실수를 하더라도 부모들의 도움이나 사회적 배려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니 오히려 그것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고 사회경험이 쌓일수록 사람들의 두려움은 커진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은 작금의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경우가 되어 버렸다.
한 번의 실수로 실패자란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젊은이들조차 과감하게 선뜻 도전을 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요즘 한국의 미래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K-POP이나 K-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지만 그 근저엔 Made in Korea란 브랜드를 단 제품이 이미 세계 곳곳을 파고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국민들의 먹거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정세나 무역환경에서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국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으니 누가 새로운 사업이나 스타트-업 분야에 도전하려고 하겠는가?
생의 끝까지 성공만 하며 죽음을 맞이할 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도전정신이 없다며 청년들을 탓하기에 앞서 젊은 인재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한 걸음씩 더 앞으로 내어 디딜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날 한국의 발전도 기성세대들의 수없이 많은 실수를 통해 얻은 결과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아낌없이 격려의 박수를 칠 수 있는 대한민국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