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랜드 캐넌도 가 봤지만 중국 장가계가 훨씬 멋지더라!!"
몇 년 전 동네 각종 모임을 쥐락펴락하는 이웃집 아주머니와 여행후일담을 이야기하는 도중 나온 이야기였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압도적인 풍광과 지구의 수많은 숨은 이야기들을 간직한 듯한 미국 애리조나 주에 있는 그랜드 캐넌.
그리 멀지 않은 곳인 중국에 그랜드캐넌보다 더 멋진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반신반의했지만 그날 이후 중국 장가계는 꼭 한번 들러봐야 할 나의 여행목록에 추가되었다.
아바타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하고 각종 여행프로그램에 자주 소개가 되어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그 정도 일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인근 국가이기에 몇 년을 미루어 오다 마침내 중국 장가계를 4박 5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8월 31일 9시 출국,
9월 4일 16시 30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장가계 공항으로 직접 가는 일정도 있었지만 장사공항에서 고급(?) 리무진 버스를 타고 4시간 반을 달려 장가계에 도착하는 상품으로 선택했다.
버스 차창밖으로 스쳐 보이는 중국 내륙의 풍경을 리무진 버스에 앉아 편안히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실 중국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업무상 출장으로 베이징, 광저우, 청도 3개 도시를 오래전에 다녀왔다.
출장 도중에 시간을 내어 도시근교에 있는 관광지를 둘러봤지만 대부분 문화유적지였고 자연경관을 관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람이 태어나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백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중국 속담은 이번 여행에 대한 나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다.
12시 반경 장사공항에 도착 후 동시에 3천 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다는 서호루란 이름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버스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장가계여행이 시작되었다.
4시간 반동안 버스로 이동후 저녁 무렵 장가계에 도착했다.
버스 차창밖은 의외로 내게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었다.
일부 낯선 건물들을 제외하면 한국의 시골풍경과 너무나 흡사해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호텔 인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장가계 억만년의 역사문화와 전설을 요약하여 표현했다는 천고정쇼를 관람했다.
뮤지컬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공연으로 거대한 무대장치나 화려한 조명에 비해 큰 감동을 주진 않았지만 공연을 중시하는 중국문화의 한 면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둘째 날은
황룡동굴, 군성 사석화 박물관,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장가계 대표 명소인 천문산관광이었다.
석회암 용암동굴인 황룡동굴 안에는 수많은 종유석과 석순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고 동굴 내 수로에서 10분 정도 보트를 타고 이동후 걸어서 동굴 내부를 관람하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동굴의 최고 높이는 160미터, 총길이는 15Km에 달린다고 하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밖은 습하고 더운 날씨였지만 동굴 안은 시원해 편안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천연광물을 이용해 그린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는 군성사석화 박물관을 관람 후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 일정은 천문산 정상 관광.
케이블 카를 타고 7.45Km 거리를 30분 동안 이동해 1,500m 높이의 천문산 전망대로 올라 간 후, 깎아지는 절벽에 설치된 폭 1.6미터 길이 1.6Km 길이의 잔도를 걷는 코스였다.
강선줄하나에 지탱해 정상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 그리고 도대체 왜 이렇게 위험한 곳에 설치했는지 이유를 묻고 싶은 잔도를 걸으며 새삼 인간의 자연에 대한 도전의지에 감탄하며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정상 주변 보행로를 따라 3.7Km를 걸은 후 산내부를 뚫어서 설치한 긴 에스칼레이타를 타고 천문산의 비경이라 불리는 천문동으로 내려왔다.
해발 1,518m의 높이에 뚫려 있는 높이 131.5m 폭 57m의 자연 동굴.
1.999년 비행기가 동굴을 통과하는 에어쇼를 하며 세계적인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오후 4시간 반정도의 천문산관광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2만 보가 넘는 거리를 걷는 바람에 피로가 쌓여 호텔 내에 있는 마사지샾에서 안마를 받으며 둘째 날을 마무리했다.
셋째 날은
산속에 댐을 쌓아 만든 인공호수인 보봉호와 무릉원의 서북쪽에 위치한 해발 1,250m의 천자산 관광.
아침에 내린 비 때문인지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른 보봉호를 유람선을 타고 30분 정도 둘러봤다.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물고기를 입에 덥석 문 가마우지도 볼 수 있었다.
오후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천자산정상으로 향했다.
산중턱 위로 자욱한 안개가 끼어 케이블카 안에서 주변 풍경을 볼 수없어 못내 아쉬운 듯했지만 그건 잠깐의 기우에 불과했다.
산 정상에서 셔틀버스를 몇 번씩이나 갈아타며 들른 공중정원, 아바타 영화 촬영장소, 원가계, 천하제일교는 한마디로 동양 산수화에서나 볼 수 있는 절경 그 자체였다.
수직높이가 335m인 백룡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자산을 내려오는 것으로 셋째 날 일정이 끝났다.
넷째 날은
장가계 관광의 마지막 날.
오전에 쇼핑센터 몇 곳에 들른 후 오후에 대협곡과 유리대교를 관광하는 코스였다.
교각 없이 설치된 유리대교는 길이 460m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높이 설치된 인도교라고 한다.
바닥에 설치된 유리를 통해 까마득한 높이의 협곡이 보이고 다리 밑에는 번지점프를 하는 곳도 있었다.
운이 따랐는지 번지점프하는 장면을 바로 위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대협곡아래에 있는 호수에 내려가 유람선 타는 것을 마지막으로 장가계여행의 공식일정이 모두 끝이 났다.
오후 5시경 장가계를 떠나 밤 10시가 넘어서야 장사에 있는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은 별다른 일정 없이 아침식사 후 바로 공항으로 가 12시 30분에 출발하는 인천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늦은 시간까지 짐정리를 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 잠자리에 들었다.
다섯째 날 호텔에서 조식 후 공항으로 이동해 12시 30분에 중국 장사공항을 떠났다.
이번 장가계여행은 거의 18년 만에 중국대륙에 다시 발을 내어 디딘 것이었다.
10년이면 강산이 한 번 변한다고 하니 강산이 거의 두 번이나 변했다고나 할까?
서로 다른 곳을 방문해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음식점에서는 중국음식 특유의 향신료 냄새와 향이 많이 사라진 듯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라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재료를 썼을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음식점의 위생환경이나 음식 맛도 많이 개선되어 있었다.
장가계와 장사에서 묵었던 호텔 두 곳 모두 객실이나 레스토랑시설이 여행동안 지내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여행기간 중 장가계에 비가 예보되어 있어 조금 걱정은 되었으나 천문산 정상에서 잠깐 우산을 쓴 것을 제외하면 4일 내내 맑은 날씨를 보여 우리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이번에도 단체여행 동반자 중에 날씨 요정이 끼여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행이 즐겁기 위해서는 동반자들의 나이나 성향도 큰 몫을 한다.
60대 중반 친구인 남성 4명, 남동생 부부와 누나 2명, 70대 중반의 부모님을 모시고 온 딸과 손녀 4명 그리고 우리 부부 2명 모두 14명이 한 팀이었다.
모두가 이번 여행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무난한 체력과 성품을 가진 분들 이어서 여행 내내 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와 아내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했던 애플망고.
국내에선 비싼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없었지만 장가계에서는 달랐다.
저렴한 가격에 맛도 최상급이어서 애플망고를 배부르게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맛난 음식 배 터지게 먹기 버킷리스트에서 또 하나를 지울 수 있는 여행이었다.
장가계여행을 마치고 장사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내가 내게 물었다.
중국 다른 곳에 다시 여행을 올 마음이 있냐고?
거대한 영토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이기에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자연환경과 도시들이 많이 있겠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시 올 생각은 없다고 대답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자연환경이나 고층 아파트단지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도시전경은 우리나라의 자연과 도시를 연상케 했다.
왠지 감추고 싶었던 나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속모습을 중국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여행 내내 그리 상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여행의 기쁨은 낯선 곳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많은 곳을 다녀보진 못했지만 중국은 내게 낯섦보다는 익숙함이 더 느껴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들러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중국여행이었지만 이제는 익숙한 느낌이 드는 곳과 영원히 작별인사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로 차이나? 굿바이 차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