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차고 알찼던 대마도 가족여행!!

by 이야 아저씨


가족 모임을 한 이후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누구나 2남 2녀의 막내인 내가 당연히 여행계획을 짜고 준비도 했겠지라고 추측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여행, 특히 일본여행의 고수인 큰 매형이 여행지 선택에서 계약까지 모든 준비를 했다.

2박 3일 오사카여행을 2년 전에 계획했었지만 사정이 생겨 취소하고 올해 9월 19 ~ 20일 1박 2일 일정으로 가까운 대마도를 다녀오기로 날짜를 잡았다.

둘째 매형은 일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일곱 명만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대마도는 항공교통편이 없어 부산에서 여객선을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각자 안동, 대구, 양평에서 출발해 부산항 국제여객 터미널에서 아침 7시경 만나기로 했다.

가장 먼 곳인 양평에서 출발하는 난 전 날 잠깐 눈을 붙인 후 당일 새벽 2시경 아내와 함께 부산으로 출발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차를 달려 6시 반경 부산항 국제 여객터미널 주차장에 도착했다.

형님 내외분과 안동에서 같은 차를 타고 출발한 작은 누나도 5분 정도 일찍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다.

하루 일찍 부산에 내려와 근처 호텔에서 숙박을 한 큰 누나와 매형도 7시경 합류를 해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 출국수속을 마쳤다.



여행 당일 날씨는 가끔 흐리고 맑음.

그리고 2미터 높이의 파도가 예상되어 있었다.

배 탑승시간은 1시간 40분 정도.

기상상황에 따라 2~30분 정도 연착될 수 있다고 했지만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25년 전 부산에 살 때 멀미 없이 후쿠오카를 배로 여행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뱃멀미가 걱정이 되는 가족들은 큰 누나가 미리 준비해 온 약을 먹고 승선을 했다.

2층 좌석에 자리를 잡고 배가 출발하자 곧바로 잠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 자다가 깨어 보니 배가 심하게 요동을 치고 있었다.

둘째 누나는 뱃멀미로 이미 초주검상태로 신음하고 있었고 나머지 다른 가족들도 억지로 멀미를 참고 있는 중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많은 승객들도 심한 뱃멀미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새벽에 차를 운전하느라 잠이 부족했던 것이 내겐 오히려 다행이었다.

잠을 깬 이후 한 시간 정도 힘은 들었지만 대마도에 도착할 때까지 무사히 버틸 수 있었다.

거꾸로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는 법.

높은 파도로 인해 20분 정도 늦은 11시 반경 대마도 하타카츠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스시와 우동세트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 후 대마도 여행일정이 시작되었다.



20년 이상 일본 여행안내를 해 온 전문가이드 덕에 대마도와 일본에 대해 짧지만 실속 있는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대마도는 동서로 18Km, 남북으로 82km의 길이로 대한민국 거제도 2배 정도의 면적(696 제곱 킬로미터)을 가진 섬이다.

당초에는 하나의 섬이었으나 배 항로의 편의를 위해 운하를 만들어 현재는 상도와 하도 두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2025년 기준 2만 5천 명 정도의 주민이 섬에 거주하고 있으며 섬 전체 면적의 90%가 산지라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과의 거리가 49.5km로 일본 본토보다 가까워 관광객의 대부분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하차와 승차를 반복하며 여러 장소를 둘러봤다.

ㆍ상대마와 하대마를 잇는 붉은 다리인 만제키바시와 섬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만제키바시 전망대.

ㆍ대마도주의 거처인 금석성 터.

ㆍ춘향전을 일본에 소개한 일본 작가의 문학관.

ㆍ대마도의 대표적 신사인 하치만구 신사

마지막으로 조선의 마지막 옹주인 덕혜옹주의 결혼 봉축비를 둘러보고 슈퍼에 들러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서 숙소인 리조트 호텔로 들어갔다.



저녁은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삼겹살 해물 야채구이와 밥에 미역국이 곁들여진 한 상차림이었다.

시원한 생맥주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구이는 여행 첫날의 피로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할 만큼 맛이 있었다.

대욕장에서 온천욕으로 몸의 피로를 깨끗이 풀고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둘째 날 아침.

맑은 날씨였던 어제와 달리 아침부터 천둥이 요란하게 하늘을 때리고 있었다.

오전 내내 비가 내리고 오후에 그치는 것으로 기상예보가 되어 있었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9시에 숙소를 떠났다.



오늘 둘러볼 곳은

ㆍ바다의 수호신을 모시는 와타즈미 신사

ㆍ슈시 편백나무 숲길 산책

ㆍ부산이 보이는 한국전망대와 조선 역관사 순국비

ㆍ일본 10대 해수욕장인 미우다 해수욕장이었다.



다행히 오전에 비가 잦아들어 우산을 쓴 채 슈시 편백나무 숲길을 산책할 수 있었고 와타즈미 신사는 비록 버스차창밖 관광이었지만 바다에 세워진 토리이를 빗속에서 볼 수 있어 더욱 운치가 있었다.



하타카츠항 인근 면세점에 들러 각자 필요한 쇼핑을 하고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에는 한국전망대와 미우다 해수욕장을 둘러본 후 하타카츠터미널로 돌아왔다.

어제보다 파도가 다소 낮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뱃멀미가 걱정이었다.

일본 뱃멀미 약이 좋다는 소식에 다들 사서 복용을 하는 분위기였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오후 3시 반 배는 하타카츠항을 출발해 부산으로 향했다.

파도가 어제보다 조금 낮고 예비책으로 사전에 멀미약을 먹은 덕분인지 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오후 5시경 부산항에 도착해 터미널 내부에 있는 식당에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형님 내외분은 부산에 있는 조카 딸네 집으로.

큰 누나와 매형은 대구행 기차를 타는 부산역으로.

나와 아내 그리고 작은 누나는 내 차에 탑승하여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에 누나를 모셔 드리고 다시 양평으로 차를 몰았다.

거의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집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가 대충 짐을 풀고 간단히 샤워를 한 후 바로 잠자리에 들며 여행을 끝냈다.



이번 여행은 1박 2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무척이나 여러 날을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당일 새벽 한 시부터 시작해 다음날 밤 12시에 집에 도착했으니 정말 꽉~~ 찬 이틀을 보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이나 다른 나라를 여행해 보면 사실 이동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 보니 하루에 관광지는 정작 두세 군데 정도 들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마도는 면적이 작아 짧은 거리를 이동하고 관람시간도 짧아 상대적으로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비록 크게 볼거리는 없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에 산과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고 솔개들이 유유히 하늘을 날아다니는 곳이기에 번잡한 대한민국을 벗어나 하루 이틀 힐링여행을 하며 보내기에 적합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의 안내를 귀담아듣지 않은 동반자 한 명이 사라져 가이드의 애를 바싹 태우는 건 물론, 다른 동반자들로 하여금 불길하고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든 사건 그리고 여성 한 분이 넘어져 입 근처를 조금 다치는 사고가 있긴 했지만 정말 알차고 속이 꽉 찬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대마도까지 배를 타고 가야 한다는 현실이 뱃멀미에 약한 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이미 지나간 일이기에 이번 가족여행은 나뿐 아니라 가족들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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