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에 끌리는 것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간에게는 본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아기들조차도 젊고 예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멋있고 예뻐지고 싶은 욕망을 갖게 되고 그것들을 보는 순간 자신이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평범한 삶을 살 때는 군자인 척 살다가 권력을 갖게 되면 미색과 돈을 탐하게 되는 것을 우리는 역사 속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숱하게 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인륜을 저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중국 당나라의 6대 황제인 현종은 며느리의 아름다움에 반해 아들과 강제로 이혼시킨 후 나중에 며느리를 후궁으로 맞아들이기도 했지요.
그 여인이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인이라는 양귀비입니다.
또 아름다운 미모 때문에 계모인 왕비로부터 죽임을 당할 뻔한 공주 이야기도 있습니다.
옛날에 자신보다 예쁘면 참지 못하는 고약한 성질을 가진 왕비가 있었답니다.
왕비는 진실만을 말하는 신비한 거울에게 물어보곤 했었지요.
"거울아 거울아 이 나라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왕비님, 왕비님이 제일 예뻐요."
이 말을 들은 왕비는 뿌듯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거울의 말이 달라졌습니다.
"왕비님이 제일 예쁘세요.
하지만 백설공주가 백배 천배 더 예쁘답니다."
이 대답을 들은 왕비는 공주를 죽이기 위해 온갖 계략을 꾸미다 결국은 자신이 죽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동화는 누구나 알고 있는 독일의 작가 그림형제가 쓴 "백설공주"의 줄거리입니다.
최고의 아름다움을 갖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인간의 질투심과 오만감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지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듯합니다.
몇 개월 전 싱글 남녀를 대상으로 연애상대자를 선택하는 기준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가 언론기사에 게재되었습니다.
연애상대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남성은 여자의 성격, 여성은 남자의 외모를 1순위로 꼽았다고 합니다.
물론 잘 생기고 예쁜 데다가 성격까지 좋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본인의 모습도 뒤돌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즘 2~30대 사이에서는 외모 승인제 파티까지 있다고 합니다.
그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미리 보내 승인을 받아야 한다더군요.
문득 일찍 태어난 것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인생을 마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외모는 하느님이 주신 달란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형이니 뭐니 해서 아무리 가꾸고 다듬어봐야 타고난 외모를 당해 낼 수는 없습니다.
얼굴은 기술의 힘을 빌려 어찌해 볼 수 있겠지만 몸매는 현재 과학으로도 분명히 한계가 있을 테니까요.
천상의 비율로 태어난 몸매를 어찌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차선책으로 사람들은 성형과 피부 관리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은 끝이 없으니까요.
예전에는 신부에게 보내는 결혼식 예단에 외제 화장품이 제1호 혼수용품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집을 잘 간다는 척도의 기준이 바로 예단에 들어 있는 외제 화장품 브랜드나 종류였지요.
국외 여행이 어려웠던 7~80년대, 해외여행이나 근무를 하고 귀국을 할 때면 반드시 사 와야 하는 것도 화장품이었습니다.
여성들을 위한 향수, 콤펙트, 립스틱은 기본이고 다양한 종류의 외산 화장품들이 귀국자들의 캐리어에 고이 모셔져 있었지요.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만든 화장품은 그리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가방이나 파우치 안에는 한 두 종류의 외산 화장품이 반드시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K-드라마의 성공과 한류의 세계화에 힘입어 K-뷰티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을 하게 된 것이지요.
세계 곳곳에 한국 화장품 매장이 세워지고 국내에 온 해외 여행객들의 필수 구매품목이 한국산 화장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2015년 화장품을 생산 판매하던 아모레 퍼시픽의 시가총액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차, SK 하이닉스, 한국전력에 이어 5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름다움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과 제품개발에 대한 회사의 노력이 합쳐져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외모를 꾸준히 가꾼다고 해서 그 아름다움이 영원히 지속될까요?
아무리 꾸미고 가린다 해도 세월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가끔 몇 년 전 사진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 속에는 감추려 해도 감추어지지 않는 진실이 숨어 있지요.
마음속으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
그것은 바로 나이 듦입니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수년 전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 누구나 "야! 이때는 내가 젊었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입에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나이 듦에 대한 위로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닐까요?
인간에게 가장 큰 아름다움은 바로 젊음,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며 아무리 가꾸고 노력해도 젊은 시절의 풋풋함과 에너지 넘치는 외모를 뛰어넘을 수는 없겠지요.
흔히 말하듯 시간을 되돌릴 순 없기에 나이가 듦에 따라 외모보다는 내면에 더 충실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것은 책임과 의무로부터 해방이다."라고 하고 노년의 아름다움은 내면의 성숙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온다고 합니다.
거울을 보며 나도 가끔 물어봐야겠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