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타카
"같이 사기를 치려고 해도 쿵짝이 맞아야 뭘 해 먹지?"란 말이 있습니다.
비단 사기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을 도모하는 데 있어 반드시 손발이 잘 맞는 협력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삶을 살다 보면 유난히 쿵짝이 잘 맞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70년대 초반 가정에 TV가 아주 귀하게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인기 드라마나 스포츠경기 중계가 있는 날이면 동네 사람들 모두 TV가 있는 집에 삼삼오오 모여들었지요.
그들은 안방과 마루를 가득 채운채 스포츠경기를 보며 응원을 하고 드라마를 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국민들 대부분이 인정하는 만담의 대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만담의 대표적인 인물인 고춘자, 장소팔콤비였습니다.
물 흐르듯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만담은 두 사람을 그 시대에 쿵짝이 가장 잘 맞는 콤비라는 명성을 누리게 했습니다.
요즘도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인기를 누리려면 진행자들의 쿵짝이 잘 맞아야 합니다.
특히 개그를 하거나 공동으로 사회를 보는 경우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추임새를 잘 넣어 주는 것은 그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입니다.
그것이 어떤 채널을 틀어도 서로 손발이 잘 맞는 방송인이나 MC를 자주 볼 수밖에 없는 이유지요.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추임새를 잘 넣어주는 사람, 한마디로 쿵짝이 잘 맞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야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 주변에는 쿵짝 즉 시쳇말로 티키타카가 잘 맞는 사람들이 늘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는 서로의 역할이 존재합니다.
오직 한 사람, 즉 리더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언제나 조금 부족한 듯한 역할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사람들이 다 리더가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리더를 일단 최상의 자리에 올려놓고 난 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그 과실을 서로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지요.
어찌 보면 리더는 나머지 사람들의 든든한 어깨를 밟고 그 위에 서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쿵짝이 맞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국민 대다수가 자신의 희생을 감내하면서 각 분야의 리더라 통칭할 만한 사람들과 손발을 맞춰 만든 결과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불공평한 분배로 인해 개인적인 불만은 있었겠지만 나라의 위상과 국민들의 생활환경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없을 만큼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개인의 안녕과 이익이 우선시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누구도 상대방의 희생을 강요하며 쿵짝을 강요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상호간의 신뢰도 많이 무너져 정치, 경제, 어느 분야에서도 쿵짝을 잘 맞출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최근 정치와 사회를 보면 쿵짝은 고사하고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국민들도 더 이상 말릴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부딪치면 어떻게 되나 하며 팔짱을 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며 빨리 결판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주장한 정반합(正反合)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한쪽의 주장인 정(正), 그에 대한 반대이론인 반(反)이 서로 충돌하거나 대립하는 과정을 거쳐 좀 더 발전적인 상태인 합(合)으로 나아간다는 것이지요.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현재 우리가 처한 사회현실들을 우려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주 보는 열차가 충돌해 모든 것이 박살 나기 전에 우리 사회에 정반합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쿵짝을 잘 맞춰 인기를 얻는 연예인들처럼 정치인도, 경제인도, 공직자들도, 국민들 개개인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쿵짝이 잘 맞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