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은 과연 얼마나 만족할까요?
상품의 종류나 개인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입니다.
오픈 런을 기다려 가까스로 구입한 애착템인 경우 그것에 대한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명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면 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에 든다고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돈을 모아야 하고 막상 때가 되어도 심사숙고한 끝에서야 구입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가의 상품이라 가격대비 사용빈도는 낮겠지만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 자부심과 만족감이 살아납니다.
그래서 누구나 명품을 하나쯤은 갖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류나 일반 생활용품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요?
공식 통계는 없지만 소비자가 100% 만족하는 상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다 나은 신제품이 싼 가격에 출시되고, 유행도 점차 변해 가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물건들을 새것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성향도 한몫을 합니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란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사랑도 변하는데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여성에 비해 남성들은 스스로 물건을 사는 경우가 그리 흔하진 않습니다.
어릴 때와 미성년일 시절에는 어머니가, 결혼 전까지는 누나나 여자 친구가, 결혼 후에는 아내가 대부분 상품을 구매합니다.
여성들은 생활용품을 사용하는 일차적 당사자이기도 하고 자식이나 남편 꾸미기와 관리도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남편들이 아내의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사거나 입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물론 개개인의 성향이 강해져 그 흐름도 변해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구매의 주체가 여성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나도 일반적인 남성과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가끔씩 내 의견을 피력해 보긴 하지만 여전히 역부족이지요.
상품, 특히 옷을 선택하는 능력은 아내를 따라갈 수가 없으니까요.
때로는 스스로 옷을 구입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옷장 안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운명이 됩니다.
이런저런 연유로 구매에 대한 모든 결정은 자의 반 타의 반 아내가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년과 달리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갖게 됐습니다.
나의 의지가 적극 반영되어 구매를 결정한 것도 있고 선물로 받은 물건도 있습니다.
물론 백 프로는 아니고 반 이상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 제품의 탁월한 기능성과 디자인에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들고 정말 잘 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성비는 더 이상 말 할 필요가 없는 제품이지요.
그럼 이쯤에서 보면 볼수록 흐뭇한 2025년 나의 쇼핑템을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욕조 머리카락 거름망입니다.
욕조 안에서 샤워를 해 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욕조에 있는 플라스틱 자체 거름망으로 머리카락을 잘 걸러내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다이소 같은 할인마트나 생활용품점에 가면 몇 종류의 거름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싸지만 디자인도 조악하고 사용해 보면 기능도 그다지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대체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던 차에 한눈에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했습니다.
금년 4월 독일을 여행할 때였습니다.
독일에 거주하는 아내의 선배언니와 대형마트에 들렀을 때 진열대에 걸려있는 욕조 머리카락 거름망을 발견했습니다.
스테인리스 재질로 디자인이 깔끔하고 품질에 비해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아내에게 허락을 구하고 몇 개를 샀습니다.
우리 욕조에도 잘 맞을까 걱정을 했지만 그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설치하고 보니 기능은 말할 것도 없고 욕조의 품격(?)이 한층 높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독일을 여행한 기념으로 주변 지인들에게도 하나씩 나눠 주기도 했습니다.
그들로부터 사용후기를 들어 보진 못했지만 그리 불만족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작지만 내게 큰 만족을 준 첫 번째 쇼핑템입니다.
둘째,
문 여닫힘 방지 및 고정대입니다.
방문을 열어 놓으면 어느 순간 스르르 닫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문의 수직, 수평이 맞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내부공기 순환의 영향도 아마 있을 겁니다.
가끔 집안 청소를 하거나 공기 순환을 위해서 외부 창문을 열어 둘 때가 있습니다.
그때 바람 때문에 방문이 '쾅'하고 큰 소리를 내며 닫힐 때가 있지요.
놀라는 건 차치하고 어린아이들이 있는 경우에 손이 끼이거나 크게 다칠 우려도 있습니다.
그래서 쓰레기통이나 의자로 문을 괴어 두기도 하지만 미관상 그리 훌륭하진 않았죠.
그런데 정말 괜찮은 제품을 찾았습니다.
독일 선배언니의 집에 방문마다 문 고임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각종 건축자재와 공구를 파는 대형마켓에서 샀다고 하더군요.
독일 여행을 마치고 귀국 하루 전 선배언니 집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밤늦게까지 같이 마지막 회포를 풀고 출국 전 마켓에 들러 문 여닫힘 방지 고임대를 방문 개수만큼 구입을 했습니다.
그걸 놓아둔 이후 우리 집 방문은 바람으로 갑자기 여닫히는 경우가 없어졌습니다.
손주들이 와서 놀아도 다칠 일이 없는 안전한 집이 되었지요.
볼 수록 흐뭇해지는 나의 두 번째 쇼핑템입니다.
셋째,
디지털 피아노입니다.
일 년 전, 인터넷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지만 시간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악기보다는 현악기나 건반악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관악기는 연주만 할 뿐 노래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악기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멜로디와 화음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악기가 바로 기타와 피아노입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둘 중에 한 가지 악기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접한 기타를 본격적으로 공부해 볼까 하다가 새로운 악기인 피아노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먼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저렴한 중국산 디지털 피아노를 구입했습니다.
선생님은 유튜브.
인터넷으로 왕초보레슨 단계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차 목표는 유럽 룩셈부르크에 있는 공원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그곳에서는 누구나 연주할 수 있도록 야외 공원에 피아노가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금년 4 ~ 5월 독일과 인접 국가를 여행할 때 룩셈부르크에서 드디어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연주 곡명은 '아리랑'.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곡이죠.
저렴한 디지털 피아노와 달리 건반이 무겁고 터치감이 달라 일순 당황했지만 일차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디지털 피아노를 새것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처음 구입한 것이 워낙 저렴한 제품이라 눌러진 건반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더군요.
일반적인 피아노와 달리 건반 터치감도 가볍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지인들의 의견도 들어 보고 피아노 판매 대리점에 들러 여러 종류의 디지털 피아노를 살펴봤습니다.
중고제품을 살까 고민하다가 국산 디지털피아노 신제품을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아내의 조언이 컸었지요.
88 건반에 해머 액션기능으로 건반의 터치감이 일반 피아노와 거의 흡사했습니다.
각종 기능도 많고 헤드폰을 끼고 언제라도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중고제품과 달리 A/S도 가능해 고장에 대한 염려도 사라졌습니다.
방 한쪽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피아노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의욕이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이제는 2차 목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클래식과 대중가요 몇 곡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능숙해질 때까지 해 볼 작정입니다.
그때까지 나와 함께 할 디지털 피아노.
내게 또 다른 기쁨을 주는 쇼핑템입니다.
넷째,
스마트폰 스트랩입니다.
제가 직접 산 건 아니고 아내의 친구로부터 선물로 받았습니다.
사실 스마트폰을 손에 지니고 다니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특히 강이나 바다에서 사진을 찍을 때 실수로 떨어뜨리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촬영을 합니다.
깜빡하고 어딘가에 놓고 왔다가 다시 찾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준 선물이라며 아내가 스트랩을 하나 주더군요.
굳이 이런 걸 써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소지품이 또 하나 늘어난다는 마뜩잖은 마음도 있었지만 선물로 준 아내친구의 호의를 생각해 일단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 날이후 스트랩이 없는 스마트폰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손목에 걸고 다닐 수도 있고 폰을 떨어 뜨릴 위험도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끈이 하나 폰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심적인 안정감마저 생기더군요.
작은 스마트폰 스트랩 하나.
핸드폰사용 이후 30년 이상 감수했던 불편을 말끔하게 덜어 낸 올해의 쇼핑템입니다.
마지막으로,
라텍스 패드와 베개입니다.
9월 초 중국 장가계 여행 시 강매로 마지못해 구입한 제품입니다.
선택관광이 없는 노 옵션상품이라 마음 편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섯 번의 쇼핑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사고, 없으면 구경만 하면 될 거라 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내와 나의 착각이었습니다.
들르는 곳마다 최소한 한 시간 이상 상품설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동반객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라텍스제품 판매장.
침대매트, 패드, 베개등 다양한 제품들이 준비되어 있더군요.
단체 관광객 팀별로 구역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집집마다 대부분 라텍스 제품을 한두 개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라텍스 침대매트에 누워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보내 줄 생각이 없는 듯했습니다.
매장 분위기는 가라앉아 숨을 내쉬기조차 힘들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나와 아내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온 한 가족이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라텍스 패드와 베개 2개, 다른 가족은 침대매트를 샀습니다.
대금계산을 마친 후에야 우리 팀은 매장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요.
다른 일행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들었지만 강매를 당해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쇼핑덕에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라텍스 패드와 베개를 중국에서 산 것으로 교체를 한지 어느덧 두 달이 되어 갑니다.
패드의 촉감이 부드럽고 쿠션감과 무게감이 느껴져 뜻밖에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라고 했던가요.
기대 없이 산 것이 큰 만족을 준 올 해의 나의 마지막 쇼핑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