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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Feb 18. 2022

트바로티

일 년 전만 해도 거의 매일 잠들기 전에  즐겨 들었던 곡이 가수 김호중이  불렀던  노래다.


유튜브로  10곡 정도가 재생되는 동영상고른 후, 머리맡에 틀어 놓고 잠자리에  들면 어느새  아침이  되곤 했다.


마지막 곡까지 들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대부분은 다섯 번째 곡이 나오기 전에 잠이 든  것 같다.


늘  쉽게  잠들지  못해 잠자리에서 뒤척거리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보다 더 좋은  자장가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당연히


 "고맙소".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

~~~

로 시작해서  

(중략)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트바로티"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  만든 신조어다.


단어 하나만으로도 트롯에 성악을  가미하여  노래하는 가수임을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통 트롯 리듬에  성악의  탁 트인 음성과 음량이 듣는 로 하여금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어느 날 TV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의 첫 무대  경연곡인 "태클을 걸지 마"를 듣고 바로 팬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이전에  영화 "파바로티"를 재미있게 본 영향도 있었을 것이고, 가슴이 탁 트이는 그의  시원한 목소리가 좋게 다가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이후 경연에  같이  참여했던  가수들의  잦은 TV 출연과  각종 장르를 넘나드는 노래실력으로  그의 인기는 한층 높아졌다.


경연 당시에는 그가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단연 일등이었다.


그렇지만 "호사다마"라고 해야 할까?


높은 인기로 인해 그는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올랐다.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일들이 그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지나가 버린 과거의  사건에 대한 진실게임에서 대부분은 승자가  없다.


명백한 진실이 밝혀지기보다는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게 아픈 상처만을  남긴 채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갈 뿐이다.


지나간 과거를 되짚어 보면  누구에게나 과오가 있을 수 있다.


저지른  과오에 대해선 진심으로 반성하고  응분의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겠지만,  그것이 미래의  삶에  대한 족쇄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재생의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고 단 한 번의 용서도 없는  삶이라면  너무  팍팍한  인생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대체 군 복무로  인해 대중의 기억 속에 잠시 사라졌지만, 복무 후에는 다시 대중들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가 발표한  신곡들도  있지만  아직은 마음속에 와닿는 것은 대부분 다른 가수가 부른 곡이다.


대중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으려면  결국은  본인의 히트곡을 가져야 한다.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좋은 곡을 받는 운도 따라 주어야 할 것이다.


그의 노래를 좀  더 생생하게 들어보려고, 처음으로 영화로 상영된 팬미팅  콘서트도  보았다.


관람료도  많이 비싸, 일반 영화 관람료의 3배 정도였다.


호기롭게 입장권을  끊고 들어갔지만, 갑자기 주눅이 들었다.

 

"청일점"

관람객들이 대부분 50대에서 80대까지의 아줌마들 뿐이었다.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가끔씩은 눈가에 눈물이 고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라운딩 음향효과도 있었겠지만,  김호중에게 완전히 빠져든 아줌마, 할머니 부대의  진심 어린 환호에  감동해 버린 마음도  있었다.


나이대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과 가수에 대한 취향도 변해간다.


오랜만에 깊은 울림을 주는 가수를 만나게  되어 반갑고 고마웠다.


그가 성악가로서 부른 가곡 "산노을"을 들어 봤다.



그 곡은 내가 고등학교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선배가 독창곡으로 즐겨 불렀던 노래였다.


노랫말도  아름답지만, 선배의 목소리와 바이브레이션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노래였다.


지금까지의 기억으로는 그 선배가  가곡 "산노을"을 최고로 애절하게 잘 부르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이젠 그 자리를 트바로티에게 내어 주어야겠다.


김호중의 산노을  노래가  마음속에  늘 남아있던   선배의 그것을 저만치 날려 보내 버렸다.


요즘은 참 좋은 세상인 듯하다.


과거에는 좋은 영화나 음악을 들으려면  장소의 제약도 있고 비용도 들었지만, 이제는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김호중이 부른 노래를 들으며  잠을 해야겠다.


그리고 대중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좋은 곡을  만나 열정을 다해 노래를 불러 줄 그날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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