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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Mar 18. 2022

아침을 여는 노래

즐거운  우리 집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 년은 삼백육십오일.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어도,

우리 집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누구에게나  아침 하면 많은  정경들이  떠  오를  것이다.


"아~~,  또  피곤한 하루의 시작이구나!!" 하며

마지못해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많은 자기 계발류의 책에  등장하는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가벼운  음악을  듣거나  맨손체조로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침을  맞이하는 소리도  모두 제각각이다.


옛날에는  수탉의  울음소리나  어머님이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식기들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가족들의  아침을  깨웠다.


그  이후  자명종  시계가  나오면서 매일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따르릉 소리가  아침을  흔들었다.



이제는  휴대폰에 저장된 자기만의  알람 소리가  대부분  사람들의  아침을  깨우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  따라 아침에 들려오는 소리도 다르다.


운이  좋아  산사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은은한 타종이나  목탁소리와 함께  아침을  시작할  것이다.


그만큼은 못하겠지만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닭  울음소리나  개 짖는 소리,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아침을 함께  한다.


도시화율이  90% 이상  진행된  현재의 대한민국은 눈 뜨자마자  들려오는 도시 소음이  대부분의 사람들을  맞이한다.


이렇듯 사는 곳이나 사람들의 성격  그리고 사회의  발전 정도에  따라 아침을  맞는 정경들이 다 다르다.


대 가족살이가 해체되고 핵가족이  일상화가 된  지금은 한집에 같이  사는 가족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드물기는 하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3대가 같이  사는 가족을  제외하기껏해야 네 사람 정도가 최대치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한세대에 동거하는 가족이 3명도 채  안될  것이다.


도시의  팽창화로 출퇴근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기족들이  집에서  학교나  직장으로 출발하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한가족이라도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  서로  다르다 보니 식구끼리 아침에  얼굴을 마주칠

일도  많이  줄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나 비대면 학습이 사회적으로 일상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젠 가족들  모두가  분주하지만  활기차게 움직였던  과거의 아침 풍경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7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가정이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이  얼추 비슷했다.


아침 준비가 끝나갈  무렵이면 기상을  재촉하는 어머님의 잔소리가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손목시계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밥  먹어라~~!"는  어머님의  외침이  기상시간이자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부리나케  일어나 각자의  일정대로 세수, 머리손질,  옷 입기, 시간표를  확인하고  책가방 싸기 등을  급하게  한다.


그 당시에는 평균 가족수가  6명이 넘었지만 화장실도 하나, 세수하는 곳도  하나, 거울도  하나이다 보니 온 집안이  등교와  출근 준비로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후 가족들  모두 밥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그때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울려 나오는 노래가

아침 홈드라마 주제곡인 "즐거운  우리 집"이다.


동네 거의  모든  집에서  똑같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짧은  드라마가  끝날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한 후,  종종걸음으로  대문을  나선다.


대문 밖에서  마주치는  이웃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교나  각자의  일터로 달려갔다.


70년대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사는 것이 힘든 시절이었지만,  누구나 미래를 향한 기대만은 가슴속에 품고  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아침은 언제나  희망으로의  발걸음이었고,  그  아침드라마의  주제곡은 희망을 성취하기   위한  응원가였다.


이 글  처음에 쓴  것이  그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랫말.


거의 50년이  지나도 토씨 하나 틀림없이  가사를  걸 보면 어린 시절과 나의  학창 시절에  아침을 늘  함께  한 노래였다.


궁금한  마음에 인터넷에  가사를  입력해서 정보를  찾아봤다.


"즐거운  우리 집"


1964 ~ 1989년까지  무려 25년 동안 8천 회를  방송한 KBS의  라디오 홈  아침드라마였다.


매일 아침 7시 50분에  시작해 10분 동안  방송했고 주제가는 "쿨 시스터즈"가 불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가 끝나면 뚜~뚜~뚜~하며  8시를 알리는 소리가 나왔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듯도 하다.


"아침 8시"

과거에  집을 나서는 시간이 아침 8시경이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지금은 많은 회사가 8시경에  업무를  시작한다.


출근에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생각하면 늦어도 6시 반경에는 집에서 출발을  해야 업무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무역대국의 반열에  오르고 경제적으로  많이 풍요로워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 이상 70년대의  활기찬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각자의 바쁜 생활 탓도  있겠지만 누구나 부푼 희망과 기대를  갖고  달려갈 이정표가  부족하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70년대  아침을 여는 "즐거운  우리 집"의 노랫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어도 우리 집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처럼  희망을  갖고 웃으며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60년대 후반의 기억 하나가  있다.


우리 집 대청마루 끝 서까래 밑에는 유선 라디오 스피커가  있었다.


집집마다 라디오가  없던 시절이라  반장 집인 우리 집에 스피커를  달아 놓고 특정시간대에 틀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마당을 가로질러 전선이 지나가고  처마를 통해 스피커에  연결이  되었었다.


우리집 마당에  있던  그  선이 세상 소식과 마을 사람들과의 유일한 연결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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