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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Feb 12. 2022

어머니에 대한 단상 - 3

엄마의 어록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모든 만물들은 조상(?)들의 유물이나 유산을 어떤 형태로 전승시킬까?


내 지식의 한계인지  모르겠지만 동물이나 식물들은 본능적인 행위를 통한 종족보존 이외 더 이상의 방법은  없을 듯하다.


그렇지만 문자나 도구를 사용하는 우리 인간들 과거에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예술작품을 남김으로써 후세에 지식과 기술을 전수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점진적인 기술의 축척으로 인해 사진, 비디오, 음성파일, 기념물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살아온 흔적들을  남기고 있으며  사후에 자신과 관련된 흔적을 남기려고 부단한 노력을 한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을  돌이켜 보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고 사후세계와 영생을 강조하는 종교적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의 삶의 흔적들을 자손들이나 후세가 영원히 기억해 주길 바라는  욕망이 더 클 것이다.


고대 왕정시대에는 절대적인 권력을 이용하여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거대한 피라미드나 왕릉을 짓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유명하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후세에 무언가를 반드시 남기고 싶어 한다.


유럽의 경우처럼 조상들이  물려준 훌륭한 유산으로 인해 후세들의 삶이 좀 더 풍족해지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렇지만  후손에게는 예술이나  학문적으로  뛰어난 한 사람의 인물이 존재했다는 것으로 기억될 뿐 더  이상의  의미는 없는 듯하다.


후손들은 그가  아니더라도 그 역할을  한 다른 사람이 반드시 존재했을  것으로 생각하니까!!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아쉬움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기억될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길어야 2세대, 60년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소중한 추억은 있어도 증조부모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스킨십을 통하지 않는 관계는  단지  조상으로서의 한 사람일 뿐 후손들의 마음 한구석을 애틋하차지하진 못한다.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 에스의 탄생으로부터 현재까지 20만 년이 흘렀다고 한다.


한세대를  30년으로 보면 6천7백 세대가 흘러온 셈이다.


긴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분들이 각 분야에서  저마다의 훌륭한  업적을 쌓아서 그  시대에는 큰 존경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정작 후손들의 기억 속에 회자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일 뿐이다.


오늘은 단지 역사 속에만 남아있는 조상님을 기리기 보담은  늘  가까이서  을 부대꼈던  어머님을  추억해 보고 싶다.


50년 전의 어머니  모습(좌측 서울 남산에서)


어머님이 작고 하신지가 어언 2년이 되었다.


필부로  사시면서  유명인들처럼 아무것도 남긴 것이  없지만, 그래도 아들인  나와 며느리, 손자, 손녀들의 가슴속에는 어머니로써  그리고 할머니로서 애잔하지만  따뜻하고 좋은 기억들이 아련히  남아있다.


  "어머니!!  어려움은 많으셨겠지만~~

자식들과  손주들에게는 좋은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누구 못지않은 훌륭한 삶을 사셨습니다."


어머님을 추억해  봅니다.




장면  #1(손녀와의 추억)

ㆍ할머니가 어린 손녀에게  매번 해주는 옛날이야기


손녀:

할머니  옛날이야기해봐~~

할머니:

옛날에 방귀를  잘  뀌는  며느리가  있었는데 시집에서 마구 방귀를 뀌어서, 시어머니가 친정으로 쫓아 버렸어.

며느리가  울면서  친정으로 가다가  배나무 밑에서 쉬게 되었지.

그래서 또 방귀를 뿡하고 뀌었는데  방귀가 너무 세서 배가 나무에서 후두득 떨어진 거야.

떨어진  배를 며느리가 울면서  먹었는데  얼마나 달던지~~

손녀:

이쯤에서  손녀는 "뿌~~ 웅"하는 며느리의 방귀소리  흉내에  "으 깍까까"를 외치며  자지러지게  웃고 나서  또  방귀며느리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할머니를  조른다.


할머니는 다시 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손녀는 다시  웃는 과정이  계속 되풀이된다. 


장면#2(손녀와의 추억)


초등학교 1학년인 손녀:

할머니 앞에서 선생님처럼 받아쓰기 문제를 낸다.

할머니:

손녀가 불러준 단어들을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꼬박꼬박 쓴다.

손녀:

다섯 개 정도의 단어들을 불러주고 답을 맞혀본 후,

틀린 부분에 대해 할머니를 나무란다.

할머니:

그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할머니의 변명

"옛날에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한테 동사무소에서 글을 가르쳐 줬는데, 나는 잘한다고 일찍 마쳐서 제대로 못 배웠다.

그때 조금만 더 배웠으면 글을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하시며 손녀에게  늘 변명 아닌  변명을  하셨다.



장면  #3(할머니에  대한 손주의 기억)


초등학교 1학년 즈음 아들이 살이 많이 쪘었다.

그래서  와이프는  아들이 살찌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웬만하면 된장찌개에 밥 두 그릇 못 먹게 하고  계란 프라이 2개 이상을 주지 않았다.

늘 그것을 애처롭게 여긴 할머니.

와이프가 없을 때면  손주가 원하는 대로 맘껏 차려 주시며,

"마이  묵어~~~(많이  먹어)"




장면 #4  (손주 안전사고 예방)


2층으로 된 단독주택에  살  때였다.

아들이  한 살 이전  걷진 못했지만, 기어서 못 가는 곳이  없었다.

그날도 서울에 다니러 오신 어머님께서 잠시 한눈을 판 사이 2층 올라가는 계단참에 손주가 기어서 올라가 있었다.

그때 이후부터  할머니의 자리는 계단 첫 단이되었다.

손자의 안전을 위해서~~~



어머님의  어록


서울 태생으로 경상도 안동 시어머니를 맞이한  와이프는  어머니의  사투리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어머니의 사투리에  익숙해지고 말씀도 흉내 내게 되었다.

며느리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정겨운 안동 사투리.


ㆍ전다지(전부, 온통을 뜻함)

예문: 여기는 전다지 돌밖에 없다.


ㆍ삐삣내로(따로 혼자서)

예문:삐삣내로 오면 어예 밥을 다 차려  주노!!


ㆍ마안년(망할 년의 순화된 사투리 말)


ㆍ매란도 없다(흉하기도 하고 어설프기도 한데 정확한 의미를 표현 하기가 어려움)

예문:그 집에 가보니  집이 매란도 없더라!!


ㆍ남 모타리이다(남에게는 못 할 일이다)


ㆍ시시만쿰(각자가)

예문:시시만쿰 알아서 해라


ㆍ댈라?(되겠는가? 의 뜻으로 묻는 말이지만 긍정의 답변으로 해야 하는 의문문)

예문:(며느리를 보며) 소금은  이만하면 댈라?


ㆍ글라?(그런가?)

    왜 글로?(왜 그런데?)

    그쿠 글라?(그렇게까지 그런가?)


ㆍ니맛도 내 맛도 없다.(특색 없는 맹한 맛을 지칭할  때)

예문:이 귤은 니맛도 내 맛도  없네(귤의 특성인 단 맛이나 신맛도 없는 맛없는 귤일 때)


ㆍ그단새(그 잠깐 사이에)

    그단새  물이 다 찼네!!


ㆍ맨자구(잘 알지도 못하고 멍청한데 쓸데없이 약간의 고집이 있는 사람)

예문:아까 가(그 사람은)는  맨자구래.


ㆍ운짐이 다나(마음이 급해지고 초조해지는 상황)

     이제 운짐이 다나?


ㆍ아  잘 보래이!(손주들  잘 보살피라는 말씀)


ㆍ잘  갔다 와아~~(사투리는 아니지만  가족이 집을 나갈 때  따뜻하지만 걱정스레 하는 인사말)


무엇이든지 짧게 말하는 안동 사투리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10대 후반까지  일본에서  공부를 하셨기 때문에 어머니 특유의 사투리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도 훌륭한  삶이겠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조차 외면받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자식들과 손주들의 가슴 한구석에 따뜻하게 남아있는 분,그래서 어머니는 누구보다 좋고 훌륭한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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