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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Nov 18. 2020

양평, 전원주택 입문기(1)

코로나 - 19가 아내의 마음을  바꿨다.

"나는 자연인이다"란 프로그램이 중, 장년 남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젊은 사람들이나 여성들이 아주 싫어하는 대표적인 TV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내용도 없이 연예인 출연자와 자연인 단둘이서 이산 저산을 돌아다니며 약초를 캐고, 가끔씩은 연못에서 물고기도 잡고, 매 끼니마다 자연인이 특식으로 준비한 밥 한 끼를 먹으며 지나온 삶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게 프로그램 내용의 전부다.


매회마다 출연자와 장소가 바뀌는 것을 제외하면, 내용 구성에는 별다른 변화도 없다.


시쳇말로 핫한 연예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자연경관의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 장년 남성들은 슬금슬금 아내와 자식들의 눈치(ㅇㅇ)를 봐가며 꾸준히 "나는 자연인이다"란 곳에 채널을 맞춘다.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양 어깨에  "家長"이란 짐을 짊어진 중년 남성들이 언젠가는 모든 짐을 던져버리고 자연 속에서 아무 속박 없이 살아 보고 싶은  로망을 그 프로그램이 대리 만족시켜 주는 것이 아닌 가 싶다.


2년 전쯤인가, 고향에 계신 형님이 그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느 사이엔가 나도 찐 시청자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퇴직 이후에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 정원을 꾸미고 텃밭도 가꾸는 전원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도시와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전원생활은 또 다른 노동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귀촌 이후 모든 일은 남편들이 다 해줄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지만 아내들은 그 말을 털끝만큼도 믿지 않는다.


정글과도 같은 자식 교육과 남편 뒷바라지에 반평생을 보내고 나서, 이제 여유를 즐길만한데 생활의 터전을 바꿔서 전원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직장을 퇴직(?)하기 몇 년 전부터 귀촌을 고려하여 전원생활의 좋은 점에 대해서 수없이 설명을 해 주며 아내를 조심스럽게 구슬려 보기도 했지만, 퇴직 이후에도 귀촌하는 것에 아내의 결심을 얻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소위 1부 리그라고 말할 수 있는 직장에서 퇴직 이후, 1년 차에는 그때 끼지 아내와 함께 하지 못했던 해외여행도 다니고, 기회가 되는대로 취미생활도 같이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퇴직 2년 차에 접어들어, 소일거리 삼아 선택한 3부 리그의 직장생활이 생각처럼 그리 녹녹하지 않아서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아내와 같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좋은 여행 계획이 세워지면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을 즈음, 코로나 - 19가 터졌다.


처음에는 몇 개월이 지나면  코로나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니 생각했던 것이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 여행조차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어 집 밖에 나다니기 조차 어렵게 되었다.


생활 반경이 좁아지고 일상적인 생활패턴이 무너지고, 꼼짝없이 집안에서 생활하는 날들이 늘어날수록 아내에게도 코로나 블루가 나타나는 듯했다.


그때 마침 TV에서는 의뢰자의 요청으로 맞춤형 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었고, 코로나 상황을 고려한 것인지는 몰라도 수도권 주변의 전원주택들이 자주 소개되어 아내와 같이 즐겨 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서울과의 거리도 가깝고,

대중교통인 열차도 다니고,

강원도도 쉽게 다닐 수 있고,

공기도 좋은,

양평이면 귀촌을 허락할 수 있다고 했다.


드디어, 전 세계인의 공적이 되어버린 코로나 - 19가 요지부동이던 아내의 마음을 바꿨다.


그래서 2020년 4월부터 양평에 전원주택을 짓기 위한 땅 찾기가 시작되었다.



아내가 처음으로 손수 그린 전원주택 설계도


아내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그린 전원주택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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