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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Jan 23. 2021

코로나가 깨우쳐준 작은 행복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

이틀 전부터 아파트 커뮤니티의 헬스장, 사우나, 실내 골프연습장이 다시 문을 연다는 안내문이 엘리베이터 내부에 붙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고양시 일산 동구에 있다.


하지만 신도시 내가 아니라서 대중교통이나 도심의 생활편의시설들을 이용하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다.



일산 신도시 내에 20년 이상을 살다가  2014년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식사지구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때문이었다.


어느 곳이든지 10여 년을 훌쩍 넘겨 살다 보면

주변에 익숙해져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가장 편안한 곳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내부도 많이 낡아지고 새집,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살고 있는 집을 고쳐서 살까?"하고 고민을 하긴 했다.


딸은 대학을 다니고 있고, 들은 국군장병으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상태라 이사를 가도 큰  불편은 없을 듯했다.


그래서 신도시와 인접해 있는 외곽지역에 새 아파트를 알아보기로 했다.


물론 서울로 들어갈까 생각도 했었지만,


첫째,

아파트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둘째,

신도시에 오랫동안 살다 보면 공기가  좋고, 단지 주변의  넓은 공원을 마주하고 조용하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  답답한 느낌이 드는 서울생활이 썩 내키지는 않았고,


셋째,

20년 이상을 살아온 일산을 떠난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했었다.


그래서 이사 갈 집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지인의 추천으로 식사지구의 아파트를 보게 되었다.


아내가 아파트 단지를 먼저 보고  괜찮다는 연락이 와서 퇴근 후 저녁 무렵에 단지를 보러 갔다.


부동산중개사와 같이 단지 내 산책로와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간 곳이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었다.




사우나 시설, 헬스장, 골프연습장, 독서실, Guest House, 카페, 어린이집 등이 별개의 동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주민들은 최소의 비용으로 어느 때나 이용할 수 있었다.


옛날 "목욕탕집 사람들"이란 드라마가 인기가 있었던 때가 있었다.


이순재선생님이  목욕탕 첫 손님들을 받기 전에 사위 그리고 아들들과  목욕하는 모습이  드라마에 자주 나왔었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목욕탕에서 매일 목욕을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버킷리스트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단지 전체가 1층이 필로티로 되어있어 아파트 건물의 개방감이 너무 좋았다.


평소 "아파트 단지가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나의 생각을 백 프로는 아니지만 거의 만족시키는 단지였다.


그래서 그날 바로 결정을 하고 그다음 날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처음에는 아파트를 둘러본 바로 그날 저녁 계약을 하려고 했었다.


집주인 아내와 가격협의를 끝내고 난 후, 남편이 갑자기 나타나서 "가격을 천만 원을 더 받아야겠다!"라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그날은 계약을  못했다.


아쉬운 마음은 들었지만, 집주인 아내와 협의가 다 끝난 후에 남편이 와서 딴 소리를 하는 것이 괘씸하기도 해서 다음날 더  알아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동산 중개소를 나올 때 중개업자가 던졌던 말을 내심 기대하면서~~~.


"아저씨가 지금 고집을 피우시지만 결국  아줌마가  이겨요.  처음 가격에 내일 결정될 거예요!!"


하루 밤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에 중개업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제가  말씀드린 대로 아줌마가 이겼어요. 계약하러 오세요!!"

역시  아내의 힘은 강했다.


계약 후 한 달이  조금 지나서 바로 이사를 했고 식사동 아파트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평일 날은 퇴근 후 헬스장이나 골프연습장에서 가볍게 운동을 하고 사우나 욕탕에  몸을 푸~~~ 욱 담근 채 하루의 피로를 푼다.


휴일은 아침 일찍 6시 사우나 오픈할 시간을 기다려 부리나케 달려나 깨끗한 첫 물에 몸을 담근 후 한, 두 시간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특히  휴일 주말에 산행을 하고 난  다음 집으로 돌아와 사우나에서 몸을 풀 때의 행복감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또 다른 소소한 버킷리스트의 하나인 "온몸  때밀기"


휴일 새벽 운동 후  단지 내 사우나에서 세신을 하고 집에서 소로시 낮잠을 자는 호사는 누려 본 사람이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단지로 이사 온 이후 일상으로  즐기던  행복을 어느 날 빼앗겨  버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 단지의 커뮤니티도 예외 없이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다른 계절에 문을 닫았을 때는 그리 많은 아쉬움이 없었지만, 겨울의 초입에 사용중지가 되었을 때는 너무 아쉬움이 컸다.


외부 활동이 어려운  추운 겨울에 실내  활동마저 마음대로 못하게 되어 버렸다.


겨울이라 휴일에 시간을 보내기도 마땅치 않았고. 운동을 못하다 보니 슬금슬금 몸에 살이 어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맥없이 보내던 중 드디어 커뮤니티  오픈  안내문이 붙었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어제 잠들기 전에 맞춰 둔 알람이 6시부터 울기 시작했다.


다른 때라면 9시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렸겠지만 오늘은 알람과 동시에 일어나 운동복을 챙겨 커뮤니티로 달려갔다.


과거의 일상처럼, 사우나 첫 물에  몸을 담그고,

가볍게 운동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

코로나가 빼앗아 가버렸던 일상의 즐거움을 새삼 만끽하며 글을 쓴다.


코로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그렇지만 늘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평범한 일상이 사람들에게 큰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려준 존재이기도 하다.



2021년 1월 23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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