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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Mar 02. 2021

양평, 전원주택 입문기(2) ㅡ 땅사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라고 했는데.


 전원주택 부지 매입 일지




ㆍ20년 4월부터 거의 매주말마다 양평 전원주택 부지 답사


20년 6월 20일 양평 광탄리  인근 전원주택 부지계약

(대지에 가압류가 되어있었음. 그렇지만 부동산 중개업자와 땅주인과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법원에서 이미 승소한 사건으로  9월까지 명의 가능하다"라고 해서 매매계약을 함)


ㆍ20년 7월 2일 계약해지 후  계약금 돌려받음

(승소 판결문을 요구했더니 재판에서 졌다고 실토. 한마디로 사기매매였음)


ㆍ계약해지 후 다시 또 다른 전원주택부지 찾기 시작



ㆍ20년 7월 13일 양평 덕촌리 인근  전원주택 부지계약

(기  건축허가받은 땅. 중도금 지급 및 건축주  명의변경 완료 후 8월 13일 잔금 및 소유권 이전 예정으로 계약 체결)


ㆍ20년 7월 16일 중도금  지급


ㆍ20년 7월 17일 양평군에 건축주 관계자 변경 신청


ㆍ20년 8월 6일 건축주 관계자 변경 신청 기한연기


ㆍ20년 8월 13일 잔금  및 소유권 이전 연기


ㆍ20년 9월 22일 관계자 변경 신청 반려

(맹지로 당초 계약 당시부터 관계자  변경 신청이 불가한  상황이었음.

계약 당시에 관계자 변경이 불가하다는 것을 부동산 중개업자는 몰랐다고 주장)


ㆍ20년 9월 29일 기존 건축허가  취소 신청 접수

(건축허가가 있는 상태에서는 매수자로 소유권 이전이  안됨)


ㆍ20년 10월 8일 건축허가 취소 승인(기존 매도자가 농지 전환 부담금을 돌려받고 부지는 농지로 전환됨)


ㆍ20년 10월 10일 ~ 18일 농지취득 자격 신청 및 취득

(매수인이 농지 취득 자격승인이 되어야 농지의 소유권 이전이 가능)


ㆍ20년 10월 29일 잔금  치르고 부지  소유권 이전 신청


ㆍ20년 11월 4일 소유권 이전 및 등기 완료






4월 초부터 시작된 전원주택 부지 매입이 우여곡절 끝에 2020년 11월 4일로 소유권 이전등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위에서 줄줄이 언급한 땅 매입 과정을 제삼자가 보면  "자그마한 전원주택 부지 하나 사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라고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30년 이상을 건설업계에 몸을  담근 사람이 어떻게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을 그렇게 쉽게 믿고 계약을 할 수 있느냐?"라고 해도 할 말은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설업과 부동산 개발업을 동일하게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건설업체에 오랫동안 근무했다고 하면 으레 부동산에도 전문가일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역할이 많이 다르다.


건설업자는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부동산 개발업자의 요청에 따라 공사비를 받고 단순히 건축물을 짓는 역할을 담당한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아파트, 휴양시설, 백화점이나 기타 업무용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사고 건설사로 하여금 건물을 짓게 한 후 분양을 해서 이익을 취한다.


요즈음엔 건설사들이 건축물 시공에서부터 부동산 개발까지 일괄로 다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진 건설사와 부동산 개발업자와 역할이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파트 분양으로 인한 대부분의 수익을 건설업자들이 가져가는 것으로 일반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사실은 부동산 개발업자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물론 사업에 실패해서 원금도 못 건지고 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리고 부동산에 있어서 또 하나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부동산 중개업자다.


그들은 땅이나 아파트 등 건축물을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해 주고 중개수수료를 챙긴다.


이렇게 각자가 맡은 다양한 역할이 있고, 인허가와 관련된 관청까지 있다 보면 부지 매입에서부터 건축물 시공까지 전반적인 시스템을 알고 있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시골 땅, 특히 임야나 농지를 개발한 땅을 구입해서 건축하는  과정은 소규모로 진행되기에 더 복잡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만 믿고 시골 땅을 샀다가 여러 가지 문제로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은 전원주택 부지 매입에 있어서는 꼭 명심해야 할 것들이었다.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월세 자취방, 전세, 아파트 매매, 지방 전원주택부지 매매 등 다양한  계약을 해 왔었다.


하지만  이번 양평 땅 계약만큼 속앓이를 한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땅을 팔려는 매도인과 부동산 중개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뻔한 거짓말을 하면서  부동산 계약을 추진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차  당했구나!!"라고 느낄 때쯤에는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험난한 과정들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마침내 매도인과 중개업자를 상대로 법적인 소송도 불사하리라는 마음의 배수진을 쳤다.


그 후 인터넷과 관련 자료를 뒤져 땅의 소유권 이전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해결방안을 찾아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우리 측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감내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루한 과정을 통해서 계약 후 5개월(계약 당시에는 한 달 예상)이 지나서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


부지계약에 있어서 다소의 금전적인 손해도 아쉬움이 있었지만, 실상은 매매와 인허가와 관련해서 마주친 사람들의 신뢰에 대한 상실감이 더 컸다.




전원주택에 살기 위해서는,


먼저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땅을 하나 장만하고,


그다음, 가족들과 머리를  맞대고 평소 꿈꿔 왔던 집을  설계를 한 후,


마지막으로 좋은 시공사를 만나 집을 짓고 이사를 들어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마지막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에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땅을 사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관계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숨어 있는 인공 암초가......


전원주택 입문기(1)에서  언급했듯이 전원생활을 결정하는 것도 쉽진 않았지만, 그것은 단지 마음의 선택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땅을 구입하는 단계에 있어서는,  매입과 연관된 사람들에게서 느낀 실망감이 너무나 컸다.


소유권 이전을 하고 나서"나만 이렇게 힘들었나?" 하며 맥없이 한숨을 기도 했다.


그 이후  전원주택 부지 매입과 건축에 관련된 주변 사람들의 힘들었던 경험담을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


"나만 바보처럼 당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의외로 시골 땅 구입과 관련해서 애로를 겪은 사례들이 내 주변에서도 많았던 것이었다.


앞으로는 기대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퇴직 후 생활비도 좀 줄이고 삶의 쾌적성을 높이기 위해서 탈도심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난하고 순탄한 과정을 통해서 전원주택에 근거지를 마련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알게 모르게 나의 경우처럼 피해를 입는 사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누구나 부담 없이  전원생활을 선택한 수 있도록 땅 구입에서부터 주택시공까지 지자체나 국가에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 선의의 피해자가 없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원주택 땅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느낀 몇 가지 유의사항을 적어 본다.



하나)

유튜브에 소개되는 매물들을 전적으로 믿지 말자.

화면으로 보는 매물들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매수자와의 1차 연결을 위한 미끼 상품으로 생각하면 됨


둘)

가능하면 소유권 행사에 제한이 없는 지목이 "대지"인 것을 구입할 것.

"대지"의 의미는 그 상태에서 건축물을 바로 지을 수 있고, 주변인의 동의서를 득하거나 기타 필요한 서류가 거의 없음.

농지나 임야를 전원택지로 개발 중에 분양하는 사업은 당초 일정에서 길어질 소지가 많고, 일정이 길어지면 자금 문제로 사업이 어려워질 소지가 많음.


셋)

막다른 골목 땅은 가급적 피할 것.

"대지"가 아닌 경우 막다른 골목에 접해 있는 땅은 골목에 인접해 있는 모든 토지주들의 동의 과정을 거쳐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고 도로 건설에 따른 비용 문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음.


넷)

부동산 관련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를 알려주는 앱을 활용하면 주변 땅의 시세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부동산 중개인의 터무니없는 가격제안에 적절하게 대응이 가능함.


다섯)

부동산 업자의 제안에 쉽게 혹하지 말 것.

부동산 업자가 팔려고 하는 물건은 항상 제일 나중에 보여주는 경향이 있음.

한 두 군데의 미끼성 물건을 보여주고 시세 가격을 알려준 후, 마지막에 본인이 팔려는 부지를 보여줌.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마지막에 본 부지가 앞서 본 부지에 비해 훨씬 좋고 가격이 싸게 느껴지게 만듦.


여섯)

부지 계약 시에는 반드시 기한을 정할 것.

기한을 넘긴 측에서 모든 책임을 감당할 수 있도록 명확히 할 것.


일곱)

부동산 중개업자는 늘 매수자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는 것을 기억할 것.

매입하고자 하는 시골  주변의 땅에 대한 정보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절대 우위에  있음.


여덟)

마음에 드는  땅이  있으면 시간을 두고 땅에  대한 정보나 가격대를 확인한 후 마음을 정할 것.

중개업자들은 지금 바로 계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재촉하지만  시골 땅은 금방 어디로 도망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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