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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Jun 30. 2021

행복나무(Happy Tree)- 2

반려식물ㆍ우리 집 행복지킴이




과감히 잘라내고 뿌리쳐  봤지만  행복(?)은 끈질기게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어느 날 집에 불쑥 들어온 행복나무와의  동거가 어느덧 4년째가 되었다.


2년차 겨울나기


거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다가 마침내 현관 밖 복도로 쫓아낸 지도 3년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생명은 유지를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가족들은 "행복나무가 언제  생명을 다하고 장렬히 사라져 가느냐!"가 관심사였다.


 세 번째 화분갈이를 해야 할 만큼 키도 훌쩍 자랐고 외견상으로는 나뭇잎도 풍성해졌다.


몸집이 커져 세번째 화분으로 분갈이


그렇지만 영양제와 물을 충분히 줘도 앙상한 가지에  달린 나뭇잎 끝이 말라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이파리는 전체적으로 연약한 느낌의 연녹색을 띠었고 끝  부분은 말라서 노랑 빛깔이 되었다..


누가 보아도 간신히 링거에 의지하며 목숨을 연장하는 것으로 보였다.


"계속 그 상태로 두느냐?"

아니면  "아파트 1층 정원 쪽에  몰래 이식을 하느냐?"로 아내와 설왕설래를 하다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나무의 몸통 가지  윗부분을 과감히  잘라내는 대수술을 감행하기로 했다.


큰 사랑은 받지 못했지만 4년 동안 현관 앞 복도를 묵묵히 지키며 가족들과 늘 함께 했기에 차마 버리지는 했다.


메마른 몸통 가지만 남기고 윗가지와 곁가지를 다 잘라 내었다.


앙상한 나뭇가지와지지대(몸통만남기고 이판사판으로 윗  부분을 다 잘라냄)


그 결과, 죽은 행복나무 꼬챙이 하나가 덩그러니 화분에 심어져 있을 뿐, 누구도 다시 살아날 거라는  생각을 갖진 않았다.


아마 이웃집 가족들도 화분에 나무 막대기 하나만 꽂혀 있는 것을 보며 표현은 안 했지만 많이  의아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2주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물을 주었다.


그런데 3주 정도가 지난 어느 날, 나무에 연녹색의 자그마한 새순이 움트고 있었다.


가지를 잘라낸후 한달후 모습(눈에 보이진 않지만 새순의 기미가 있음)


너무 작아서 맨 눈으로 확인이 어려워 큰 돋보기로 확인 결과 나무줄기에 새 생명의 징조가 보이는 듯했다.


"가지가 금방이라도 새로 나올 것"으로 기대를 하며  기다렸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그 상태로 변화가 없이 또 한 달이 지나갔다.


두 달이 훌쩍 지나 더 이상의 희망을 포기하고 있던 어느 날, 미동도 하지 않던 새순이 드디어 잔가지를 내며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새순이 드디에 잔가지로 뻗어 나감


기적 같은 생존에 나와 아내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다시 살아났다는 희망에  물도 좀 더 자주 주고 영양제도 주었다.


현관을 드나들 때마다 보내준 나와 아내의 관심 덕분인지 어느덧 제법 형태를 갖춘 가지로 자라고 있었다.


온전한 가지로 자란  행복나무


가끔씩 집에 들르는 아들 딸도 행복나무가 다시 새 가지와 이파리를  내며 자라는 것에 신기해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만난 이웃분이 행복나무 화분을 보며 내게 말을 건넸다.


"작은 나무를 참 잘 키우셨어요!!"

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셨다.


기품있게 가지를 잘 뻗은 행복나무


거의 세 달 동안을 애처로운 모습으로 화분에 남아있던 앙상했던 나무가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살아난 것이 "그분들이 보기에도  좋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2년 후쯤이면  아파트를 떠나 양평으로 전원주택을 지어서 이사를 갈 예정이다.


행복나무가  지금 상태로 계속 유지가 된다면 생육환경이 좋은  양평까지 동행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부지런히 물도 주고 관심과 사랑을 듬뿍 주어야겠다.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번 흠뻑 물주기(욕실에서)


"과감히 뿌리쳤지만,

조그마한 관심과 사랑에 행복(나무)은 우리 가족의 곁에 끈질기게 함께  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아무리 뿌리쳐도 행복은 모든 사람의 곁에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냥 부르세요. 그럼 행복이 부리나케 당신에게 달려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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