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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Apr 19. 2022

동행


며칠 전 밤에 샤워를 하고 난 후,  갑자기 눈앞에 무언가 계속 아른거리는 것이  나타났다.


날파리 같기도  해서 손으로  좇아  봤지만 이리저리 위치만 옮겨 다닐 뿐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내에게  증상을 이야기하고 눈에 뭔가 있는지 봐 달라고 했다.


플래시를 찾아 눈동자에 비추며  내 딴에는 아내  앞에서 분주함을 떨었다.



그런데 나의 걱정과는 달리  아내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아 그거, 노화현상의  일종이야!   나이가 들면 그래."하고 아주 쉽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자기도 그런  일이  진즉에  있었다며 걱정되면 내일  안과에 가  보라는 것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더 이상 뭐라  말하기도 뭐해서  혼자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으로 검색하자마자 많은 정보들이  나타났다.


"비문 증상"


아내의 말대로 노화에  의한  안구 증상의 하나로

주로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데  가끔씩 젊은 사람에게도 나타난다고 했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  어른거리는 것에 적응하여 잘 느끼지 못하게 되므로 어른거리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음날 회사  출근 후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안과에 들러 진료를 받았다.


진료 결과 다행히  안구에는 이상이  없고 특별히 치료할 것도  없다고 했다.


날파리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면 그때 다시  안과에 들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며 의사 선생님께  조심스레  여쭈어 봤다.


혹시 시간이 지나면 비문 증상이  없어지나요?


아니요 평생  같이  사셔야 해요! 라며 아주 명쾌하게 말하는  의사  선생님의 대답을 듣고 우울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왔다.



"아~~, 나와  동행해야  할 것이 또 하나  늘었구나."


나이가 들어 갈수록  하나둘씩  떠나가는 것들도 있지만  같이 동행해야 하는 것들 점점 늘어난다.


대표적인 것이  나에겐 돋보기안경이다.


아직도 시력은 일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깝고  작은 글씨는  보이지  않으니  돋보기안경이  없으면 심봉사와 마찬가지다.


외출 시에반드시 챙겨야 하고 집안에도  곳곳에 돋보기안경을 놓아둔다.


각종 영양보충제나 매일  복용해야 하는 호르몬 약도  중년들에게는 필수  동반자다.


친구들이나 선배들과 같이 여행을  다녀보면  대부분 약을 담은 통을 갖고 다니며 아침저녁으로 한두 가지 약이나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이젠  일상적인 모습이 됐다.


피부의 노화에 따라  피부에 기생하며  동행하는 것들도  생겨났다.


목 주변에  쥐젖이  많아  없애려고 피부과에  들러보니 몸에  제거해야 할 각종 피부질환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피부질환들을  레이저  시술로 잠시  없앨 수야  있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다시 생길 수밖에  없으니  그것들과도 이제는 적당히 친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  두 살씩 나이를 더 먹게 되면 새롭게  동행해야  하는 것들이  앞으로도 많이 생길 것이다.


달갑진 않지만  이제부터는  그것들마저도  삶의 동반자로  보듬어 안고 가야 할 것 같다.


가끔씩은 적당히 손도 보고  달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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