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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Apr 21. 2022

아내의 봄 나들이

남도지방 봄 여행

아침부터 아내가 출발 준비에 분주하다.


오늘 하루  일정이  바쁠 만도 하다.


아침 8시에  집을  출발해  예전에  살던  일산  동네  선배 언니의 아파트로  간다.


몰고 간 승용차는  아파트  단지에 내 던져두고 4명이 탈 수 있는  대형 SUV 차량으로 갈아 탄 선배 언니들과 사당동으로 간단다.


거기서  마지막 동승자이자  장거리  운전의 달인이라고 자칭하는 운전자를 태우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전라남도 진도의 한 리조트로 출발한다.



진도까지는 승용차로 쉬지 않고  달려도  서울에서  족히  다섯 시간은 걸리는 거리다.


가는  도중에 군산에 있는  유명 빵집에 들른다고  하니 아마 저녁때쯤  해서야 오늘의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을까 싶다.


얼추 3개월  전에  이미 이번 여행 일정을  잡아 놨다.


지인과 남편 찬스를 동원해  저렴한 비용으로 리조트와 골프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2박 3일간의 일정이었다.


기나긴 겨울 동안 잔뜩 움츠리고 있었으니  봄 햇살과  푸른 잔디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연녹  빛의 새순들과 들녘의 봄나물들이 흐드러지게 사방에 돋아나고  따뜻한 봄볕이  쏟아지는 4월이 상춘객들에게는 최고의 계절이다.


즐겁고 부푼 기대에 반해 예비 봄 나들이객에게는 남 모르는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이었다.


나들이 일정이  정해진  이후부터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하루에 수십만 명의  코로나 감염자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하필  여행 가기 전에 코로나에 감염되어 격리되면  어떡하지?"


모처럼  잡힌  일정이라 같이 여행을 떠나기로  한 모두에게는 이런 걱정이  태산 같았다.


간절한 기도로 하나님의 보살핌이 있었던 것인지 다행히(?)  출발일  한두 달전에 세 사람이 차례로 코로나에 감염이  되었다.


사전에  백신을  맞은 덕분인지 모두 자가격리를  무사히  끝내고  건강에도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남은 한 사람,  나의 아내가  문제였다.


동네 언니들은 감염으로 슈퍼항체 보유자가 되었는데  아내는  언제  코로나에 감염이 될지 예측을 할 수가 없었다.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걸리는 추세로 봐서 아내만 감염을 피해 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다.


여행 일정  영향이  없도록  빨리 감염이 되기를 내심으로 기대를 했지만, 가끔  증상만  있을 뿐 검사 결과는 매번 음성이었다.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더해졌다.


어찌 보면 동행자 중 막내이고 이번 여행의  주선자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이미 슈퍼항체 보유자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일단 감염이  되면 양심상 격리 지침을 준수해야겠지만, 출발  며칠 전에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증세가 나타난다면 검사를 받지 않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조심조심  하루 이틀이 지나가고  드디어 출발  하루 전, 코로나의 증세도 없고  아내의 컨디션도 양호했다.


여행가방을 챙기고 집안에서 연습용 골프채를 휘두르는  아내의  어깨에 힘이 잔뜩 실린다.


즐거운 마음에 크게 클럽을 휘둘렀겠지만,

잘 치려면 힘을  빼야  되는데~~.


그렇지만  점수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좋은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힐링도 하고 운동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겨우내 쌓였던 스트레스를  확 내던져 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당연히 연습하고 준비한 만큼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여보~~  이번에는  굿  샷!!"을  마음속으로 크게 외치며  응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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