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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Sep 21. 2022

"양평 가는 길"

전원주택 입문기(3)




"바이~ , 바이~ ,  바이~

정든 도시여 굿바이~~


너를 두고 떠나간다.


중략


나의 진짜 집으로 나 돌아간다.

도시여 안녕"




자기 노래  몇 곡 없이도 대중들의 인기를 끈, 가수 조용남 씨의  몇  안 되는 자작 곡이다.


이 노래는 91년도에 발표가 되었는데 그 당시에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가수 개인의 인기도 있었겠지만 그때도 이미  힘든 도시를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심정이 노래 가사에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지  않았나 싶다.


2019년 5월, 양평 공인중개사와  첫 대면 이후 3년 4개월 만에 드디어 도시를 떠나 양평으로 이사를 간다.


선배 부부의 전원주택  전경 1




"내 집을  짓는다는 것."


완성된 집만 보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돈만  있으면 땅 사서, 설계하고, 건축업체에  맡기면 되는 거지  뭐!!"


그러나  집을 직접 지어 본 사람들은 대부분 한결같이 같은 말들을 한다.


"한 번은 어쩔  수없이 지었어도 두 번은 이 짓 못하겠다."

땅을 사는 과정에서부터 집을 지어 입주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속앓이를  한 것이다.


전원주택 전경 2


2022년  9월 27일,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직접 집을  지어  양평으로 간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사를 하는 당사자가 내가  아닌 것이다.  ㅠㅠ


비슷한 시기에 나보다 조금 늦게 땅을 산 이웃  선배 부부의 이야기인 것이다.


땅을 먼저 구입한 나로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지만, 도로 문제로  인해 아직 집을 지을 생각도 못하고 있다.


우리 부부의 간곡(?)한 권유로 전원생활을  결정한 선배 부부도 집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되어 이사를 며칠 앞두고 있는 것이다.


거실에서 바라  본 외부 전경


좋은 집을 짓기 위해 직접 건축 강의도 고,

패시브 하우스  주택을 위해 단열재 공부도 열심히 하고,  

다양한 목조 주택 현장을  방문하는  등  집 짓기에 대한 선배님의 관심과 열정을 지켜볼 때면 수십 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나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가끔씩 있었다.


주방 모습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말대로 선배님의 집은 주변  자연과 잘 어울리고 아름답게 지어진 듯하다.

그렇지만 모든 것에 완벽함이 어디 있겠는가?

선배 부부 나름대로는  어딘가 아쉬움이 겠지만

살면서 조금씩 덧대며 꾸며가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부부의 관심과 노력의 최종 결과물인 그 집은 우리 부부에게 이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안방 내부전경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멋진 전원주택에서의 삶.


집을 짓기 전, 어느 날 아침  선배님 땅에  갔다가 우연히 느낀  비릿한 풀내음을 간직한  상큼한  양평 공기의  맛.


도시의 상시 소음으로부터의 해방 ㅡ 밤늦은 시간 창문을 열었을 때의 고요한 적막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그 즐거움을 알 것이다.


2층 방에서 바라본 마당


아파트 세대 간의 층간소음  걱정 없이  지내는 자유로움.


자식들과 손주들이 맘껏 뛰어놀고 쉴 수 있는 가족들만의 쉼터.


집과  정원을 관리하는 새로운 소일거리가 있는 평생 직업도 생기고.


사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몸으로 흠뻑 느낌.


가끔씩 양평 읍내와 서울  나들이를 하는 기쁨.


전원주택에 산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이런 즐거움들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선배 부부의 "양평 가는 길"이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즐거움과 행복이 듬뿍  담긴, 아무나 쉽게 가  보지 못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실 내부 전경


또 하나 남은 즐거움은,  좋은 사람이  오래 지나지 않아 이웃으로 올 거라는 기대감도  선배 부부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 주리라는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곧  이웃으로 따라가겠습니다.


문패를  달 수 있는

"진짜 집" 입주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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