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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May 15. 2023

도데체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나이가 50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복용하는 약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은 40대부터 약통을 지참하고 다니는  장년들도 많다.


약이나 각종 건강보조제의 종류도 엄청 다양하다.


혈압약, 통풍약, 당뇨약, 고지혈증 약, 갑상선 약, 각종 비타민, 잇몸 약, 필수 영양제, 모발약,  아이들에겐 키 크는 약 등등 몸의 장기 하나하나마다 필요한 약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거기에다가 각종 연고와 비상약까지 더해보면 웬만한 집은 족히 큰 서랍 두 개 정도는 약으로 빈틈없이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젊을 때는 몰랐다.


왜 약통이 따로 필요한 건지!!!


약은 감기나 몸살이 있는 경우 잠시 먹고 증상이 나아지면 끊는 걸로만 알았다.

심지어 웬만한 감기  몸살은 약 없이 넘기는 게 젊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장기 복용약이 필요하고  심지어는 죽을 때까지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젠 삼시세끼 식사처럼 약을 먹고 여행 시에는 챙겨야 할 필수목록 1호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간이 약통 수요가 많아져 웬만한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이 되었다.


간이 약통 진열대


친구들과 여행 시 살펴보면 대부분의 친구들도 같은 형편이었다.

식사후나 잠자리에 들기 전 모두 물과 함께 뭔가를 먹는다.

머쓱한 지 간간이 설명도 덧 붙인다.


"아!!  이거 골프 잘 치게 되는 약인데

내일 보면  알 거야!!" 하며 약을 복용한다.


약은 먹지만  내 몸은 아직 쓸만하고 문제없다는 몸부림의 일환이다.

골프 칠 때면 골프 잘 치는 약, 산행할 때면 날 다람쥐처럼 잘 걸어지는 약, 낚시할 때면 대어 는 약 온갖 핑계를 대며 상시 복용약을 먹는다.


이제 한 두 가지  약 복용은 일상이 되었다.

이직은 하루 두 번 알약 두 개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6개월에 한 번씩 혈액검사를 할 때마다 늘 초조한 마음으로 검사결과를 기다린다.

약 복용이 또 한 가지 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이  삼 주 전 숙소에 있는 약 바구니에서  약통 하나가 문득 눈에 띄었다.

빈통이려니 하고 열어 봤다.

의외로 약통 속에는 무언가 꽈 차 있었다.

꺼내보니 우루사처럼 생긴 약이 들어 있다.



"어 이 약은 뭐지? 어디에 필요한 거지?"


생김새를 보아하니 분명 몸에 좋을 듯한데 무엇에 필요한 약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뭔가에 필요해서 집에서 나누어서 가져온 게 분명했다.

하지만 정확한 용처를 몰라 선뜻 집어 먹을 수는 없었다.


집사람에게 바로 전화로 물어봐야지 하고 다른 일을 보다가 또 2주가 훌쩍 지나버렸다.

그저께 주말에 집에 있다가 갑자기 약 생각이 떠 올라 아내에게 물어봤다.


"여보! 숙소에 우루사처럼 생긴 약이 있던데 그게 뭐지?"


아내도 바로 기억은 못했다.

다짜고짜 우루사처럼 생긴 약이 뭐냐고 묻는 나의 설명도 미흡했지만 이제 아내도 그리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렇지만 내 기억력에 비하면 아내는 천재나 다름없는 기억력을 갖고 있다.


친구나 지인들과 만남 도중 궁금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그러면 십중팔구 30초 이내에 원하는 답이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아내는 나의 뇌를 일부분 공유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심지어 친구이름, 노래제목, 가수, 장소, 책제목 나와 같이 공유했던 모든 기억들을 아내는 순식간에 알아낸다.

대단한 능력에 새삼 감탄한다.


나의 물음에 아내도 처음에는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30초 만에 답을 내놓았다.


 건강에 좋다고 해서 사 둔 영양제라고 했다.


요즘 아내도 깜빡깜빡하는 경우가 많아서 뇌에 좋다기에 샀고, 두 달 전쯤 나도 나눠서 먹겠다고 숙소에 가져간 것이었다.



기억력 증진과 뇌건강제를 사다 놓고 두 달이  도록 아내도 나도 약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이었다.

그놈은 평상시 복용약 옆 자리에 보란 듯이 버젓이 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있었는데도~~~.

플라스틱 약병에는 약의 효능이 영어로 큼지막하게 잘 쓰여 있었다.


"BRAIN HEALTH.

 (뇌건강)

 MEMORY SUPPORT.

 (기억력에 도움)

 MENTAL CLARITY & FOCUS

 (맑은 정신에 집중력증진)"


이런 좋은(?) 약을 사두고 두 달이 넘도록 먹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두 달 만에 다시 약의 용처를 다시 찾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생각해 보니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도대체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물음이 점점 많아지기 전에 아내가 큰 맘먹고 구입한 뇌건강약을 먹어 봐야겠다.


건강에 무해하고 뇌건강에 좋다면 약 하나 추가하는 게 무엇 대수겠는가?


밑져 봐야 본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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