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이야기를 많이 많이 해야 해. 우리의 이야기를 해줄 다른 사람이 없잖아."
며칠 전, 몇 병의 맥주와 몇 시간의 수다 끝에 잠자리에 들며 아내가 한 저 말을 듣고 한참 눈물을 흘렸었다. 너무 예쁘고, 아프고, 행복하고, 속상해서. 그리고 잠도 술도 덜 깬 다음 날 아침, 아내와 나의 -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쓰는 인터넷 공간을 만드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결혼 초기에 몇 달 정도, 우리가 하던 여행들을 적는 블로그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아내와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을 주된 독자들로 삼았던 곳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문장의 톤을 설정하는 것도 애매했고, 솔직하고 편안하게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종종 그런 입장의 글을 쓰는 것이 우리의 '즐거운 시간'을 전시하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는 행위처럼 느껴지곤 했고, 그렇게 조금씩 멀어지게 되었었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런 기분은 '단순히 나의 기분 탓'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 후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는 다시 키보드를 펼치고 앉아 아내와 나의 이야기를 남겨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더 활짝 열린 공간에서, 조금 더 솔직하게. 물론,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건조한 글을 쓰는 것이 직업에 가까운 사람으로서 재미있고 따뜻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적어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천천히, 써보기로 했다. 일기처럼, 기억처럼, 추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