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라플랜 한종완 Sep 11. 2020

엄마는 왜 밴드만 해?

수많은 SNS 중 왜 하필 네이버 밴드일까


지난 5일 인천의 한 주민자치회가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코로나 시국을 맞아 매년 열리는 주민총회를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한 것이다. 이미 일상이 된 비대면 회의지만, 눈여겨볼 점은 지자체가 선택한 방송 툴(tool)이다. zoom, skype, YouTube 등 미디어 환경에 특화된 플랫폼이 아닌, 네이버 밴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소수의 자치위원만 참여하고 나머지 주민들은 영상으로 함께 했는데, 참여자의 만족도가 꽤나 높았던 모양이다.



네이버 밴드를 누가 써..?

'한국 87%가 SNS 이용···네이버 밴드 가장 많이 썼다' 얼마 전 나를 굴복시킨 기사다. 단 한 번도 자발적으로 밴드를 사용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밴드의 인기는 실로 충격적이다. 지난 6월 모바일인덱스가 국내 소셜미디어의 월활성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밴드가 1692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인 인스타그램(1149만명) 보다 500만명 이상 많은 수치다.


DMC미디어가 제공한 국내 소셜 미디어 연령별 이용자 순위를 보면 페이스북은 10대에서만 1위, 인스타그램은 20대와 30대에서 1위를 차지했고, 40대부터는 밴드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에 비해 밴드는 20대와 30대에서도 각각 3위, 2위의 이용자 수를 보였다.



수많은 SNS 중 왜 하필 네이버 밴드일까?

도대체 어떤 요인이 해외 유명 서비스들을 제치고 네이버 밴드를 국내 1위 SNS로 올려놓았을까. 밴드의 가장 큰 차별점은 ‘폐쇄성’에 있다. 앞서 언급한 유명 SNS들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정보가 공개될 수 있는 개방형 서비스인데 비해, 밴드는 같은 그룹에 가입한 특정 인원끼리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기능적으로도 모임 활동을 지원하는 각종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게시물을 작성하면서 투표, 지도, 파일, 해야 할 일, N빵 등 다양한 기능을 첨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전거 동호회 공지라면, 모일 장소를 지도로 첨부하고, 할 일 리스트를 만들고, 회비를 1/n하는 것 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언택트 시대 맞아 미국서도 급성장

밴드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원격근무, 원격수업이 확산되면서 밴드가 소통 도구로 주목받고 있는데,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3월 이후 가입자 수가 81%, 신규 그룹의 숫자가 140% 증가했다. 언택트 시대에 맞추어 밴드는 원래 존재하던 모임들을 온라인으로 옮겨놓고 있다. 새롭게 개설된 그룹을 살펴보면 치어리딩 관련 밴드가 540% 증가, 종교밴드가 232%, 학교는 133% 증가하는 등 제한적 그룹 내에서 소통해야 하는 경우에 강세를 보였다.



그런데 왜 우리는 몰랐지?

밴드의 성장 동력이 ‘폐쇄성’에 있었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30에게 밴드가 통하지 않았던 원인 역시 ‘폐쇄성’에서 비롯한다. 동창밴드와 같은 서비스는 청년들에게 통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다. 또한 모임 주최자의 승인을 구해야만 하는 프로세스 역시 2030의 유입을 방해한다.


아침기상 하늘인증 밴드

밴드는 최근 젊은 시장 공략을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들고 나왔다. 바로 인증밴드이다. 인증밴드는 ‘그룹형 SNS’의 장점을 극대화해 온라인으로 소통, 인증하며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 하는 2030 사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몰고 있다. 실제 네이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밴드 전체에서 10~30대 이용률은 35% 이지만, 목표달성 밴드의 경우 10~30대 이용자 비중이 47%까지 높아진다.



과거부터 준비한 밴드의 비전

최근 밴드는 온라인 개학을 고려한 새 기능을 대폭 추가하며 교사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에게 직접 문의를 받고 의견을 모은 결과다. 갑작스럽게 도래한 언택트 시대가 밴드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2013년 지금은 밴드를 떠난 이람 대표가 언론사와 나누었던 인터뷰를 보면 밴드의 내공은 우연이 아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밴드를 글로벌 서비스로 꼭 성장시키고 싶다. 세계로 나아가기에는 같은 언어 사용자끼리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밴드 같은 폐쇄형 서비스가 낫다."


당시 쟁쟁하던 개방형 SNS 사이에서 다시 폐쇄형 커뮤니티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점을 내다보고 있었을까.


    

작가의 이전글 미래를 위해 한달 간 축제를 열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