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라플랜 한종완 Oct 23. 2020

2조원을 투자받은 퀴비(Quibi)가 문을 닫았다

Quick Bye가 된 퀴비(Quick Bites) 


미국의 영상 스트리밍 기업 퀴비(Quibi, Quick Bites)가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폐업을 선언했다. 드림웍스 창업자이자 슈렉, 마다가스카 등 인기 애니메이션 제작자인 제프리 카젠버그와 HP, 이베이 경영자 출신의 실리콘밸리 여제 맥 휘트먼, 두 사람이 합심했다는 소식에 출시 전부터 2조원가량의 투자금이 몰렸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 대형 신인의 몰락을 두고 조롱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퀴비 어플리케이션 (자료=퀴비 앱스토어)


그래서 퀴비가 뭔데?

턴 스타일 (자료=퀴비)

퀴비는 5~10분짜리 영상을 제공하는 유료 숏폼 온라인 스트리밍(OTT) 서비스다. 이름도 한 입 거리라는 뜻의 Quick Bites를 줄인 퀴비. 짧은 재생시간과 모바일 최적화를 무기로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턴 스타일이라는 독특한 기능이 특징인데, 같은 화면도 가로보기와 세로보기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여러 시점을 보여주거나 주인공이 확대되는 등 스마트폰 이용에 최적화된 기술이다.



로켓(?)에 탑승하세요

맥 휘트먼(좌)과 제프리 카젠버그(우) (자료=MARTINA ALBERTAZZI/BLOOMBERG NEWS)

맥 휘트먼과 제프리 카젠버그의 이름값이 과대평가된 것일까. 서비스 시작 전부터 이미 17억 500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이 모였고 펩시콜라, 월마트, 안호이저 등 미국 유명 기업들과 1억 5000만달러 규모의 광고계약을 체결했다. 두 창업자는 올해 CES2020(Consumer Electronic Show,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의 기조연설까지 맡으며 세간의 관심이 절정에 달하는 듯 보였다. 올해 초 국내 언론들 역시 ‘대형 신인의 등장’, ‘넷플릭스 떨고 있니?’ 등의 수식어를 붙이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퀴비의 몰락

지난 4월 서비스를 개시한 퀴비의 앞길은 순탄치 않았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TV와 PC를 함께 지원하는 경쟁 서비스들은 모두 코로나 기간 급성장을 이루었지만, 퀴비는 그렇지 못했다. 앱 다운로드 숫자가 나날이 격감하며 초반 일 40만에 이르던 다운로드 수가 9월쯤에는 1000건 가까이 폭락했다. 무료 프로모션으로 확보한 고객들 역시 유료 전환과 동시에 92%가 이탈했다. 투자 라운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현금흐름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그 어떤 기업도 호응하지 않았다.



이것도 코로나 때문이야?

퀴비는 애초에 출근이나 등하교 시간,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타겟팅했다. 모바일에 최적화한 UI로 5~10분짜리 영상만을 취급한 이유다. 애석하게도 코로나 사태 이후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굳이 짧은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봐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창업자인 카젠버그 역시 퀴비의 실패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표현했는데, 고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겁한 변명이라고. 비교대상인 틱톡 역시 모바일로만 볼 수 있는 짧은 영상 콘텐츠 플랫폼이지만, 코로나 시기에 대폭 성장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망했어요

비싼 구독료도 문제다. 광고가 포함된 이용료가 월 5달러, 광고를 없애려면 월 8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중간 정도다. 퀴비가 다수의 짧은 영상을 취급하는 플랫폼임을 감안하면 시청자가 봐야 하는 광고의 개수는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고객의 입장에서 퀴비의 영상들은 그만한 불편을 감내할 가치가 없었다. 결국 틱톡보다는 비싸고 넷플릭스보다는 재미없는 플랫폼으로 퀴비의 행보는 마무리됐다.

캡쳐가 불가능한 퀴비, 캡쳐가 가능한 틱톡 (자료=TechCrunch)

폐쇄적인 태도는 사용자 경험을 해쳤다. 영상 재생 중 스크린샷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7월부터 허용), 계정 공유도 불가능했다. 다른 숏폼 매체와 달리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했고 시청자들이 주어진 소재를 재생산하며 홍보경로를 넓힐 수 있는 가능성마저 차단시켰다. 퀴비의 과도한 자신감이 불러온 역효과다.

매거진의 이전글 '블라인드'는 왜 한우를 팔게 됐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