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과연?!
“선생님 글은 그냥 일기 같아요.”
한 에디터가 내 글을 보며 말했다. 그는 문장 하나하나를 대충 읽으면서 내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일기’ 같다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의 입술 모양이 아직도 선명하다. 나의 글이 일기 같다는 생각은 괜찮았다. 그런데 앞에 ‘그냥’이라는 부사가 붙은 게 걸렸다. 그것도 ‘이런 걸 글이라고 가져왔냐’는 듯한 표정과 함께였기에 흡사 일기 비하 발언처럼 느껴졌다. 내 글이 부족하고 현실을 깨닫게 해준 건 고마웠다. 하지만 일기를 별 것 아닌 것처럼 표현하는 게 탐탁지 않았다.
일기는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나오는, 아주 진솔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는 최고의 문학 작품이 될 수 있다. 다른 것 다 떠나서 문학의 기본은 진솔함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진심이 담긴 글에 비유, 묘사, 복선 등에 양념을 치는 것이다. 진솔해야 독자의 마음을 울릴 수 있으니까.
또한, 누구도 따라 쓸 수 없는 나만의 글이 일기다. 여기엔 누구나 접하기 쉬운 일상 소재에 하루의 행복, 불안, 반성, 다짐, 희망 등 온갖 감정은 물론, 자연스럽게 메시지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말 그대로 그냥 일기에 베스트 작품의 요소가 모두 스며 있는 셈이다.
어쩌면 우리는 최고의 작품을 세상에 출간하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른다.
사회에서도 일기처럼 평범하고 기본적인 요소들이 쌓이고 모여 결국 성공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