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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Mar 18. 2024

스스로 목을 조여 오는 긴장감

넥타이

최근 주말마다 이어진 결혼식을 참석하기 위해 하나의 루틴처럼 직접 다림질한 셔츠를 입은 다음, 거울을 보며 정장과 어울리는 넥타이를 골라 맸다. 요즘에는 결혼식에 넥타이를 매고 가는 것이 너무 격식을 차린다는 의견이 많아 ‘노타이’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나는 올곧게 넥타이를 매는 편이다.


비즈니스맨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넥타이는 특이하게도 ‘전쟁’과 관련이 있다. 지금처럼 ‘패션 아이템’의 느낌이 아니라, 전쟁터로 나가는 군인의 가족들이 그 군인이 무사히 되돌아오기를 기도하며 붉은 천을 목에다가 둘러준 것에서 유래되었다. 약간의 미신적인 요소로 시작된 것이다. (순간 “전쟁터 같은 직장이니까 넥타이를 매는 걸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본다.)


그 후로 시간들이 흘러 흘러 의복에 격식을 중요시하기 시작했고 절제된 의복들 사이에서 넥타이의 색상과 패턴, 그리고 매듭짓는 방법을 통해 공장처럼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개개인들의 특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기도와 개성


‘기도와 개성’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조합들은 현재의 나와도 결을 같이한다. 넥타이를 매는 순간만큼은 그날의 상황이나 주인공들을 떠올리며 기도를 한다. 가령 결혼식에 참석하는 날에는 넥타이를 목에 두름과 동시에 신랑•신부의 모습을 떠올리며 행복을 기원한다. 업무상 법원에 가는 날이나 회사에 중요한 날이 있는 경우에는 “오늘도 무사히”라는 자기 암시를 하고, 슬픔을 공유받는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내가 가진 넥타이 중 가장 어두운 색상을 손으로 집을 때면 엄숙함과 함께 위로를 건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넥타이를 함으로써 나의 개성은 정립된다.  ‘개성’이라는 게 원래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라고 할 것인데 넥타이를 함으로써 나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신뢰감, 정갈함’과 같은 번듯한 타이틀을 얻는다.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맨 외형적인 모습에서 오는 신뢰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상대방을 위해 격식을 차렸다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 대한 나의 신뢰감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상대방에게도 ‘믿음’을 전달한다. 왠지 모를 단단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도 넥타이를 매고 있을 때면 겁 없고 내일이 없을 것 같은 청춘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층 조심스러워진다. 이를테면 넥타이를 맨 모습이 제복공무원들의 ‘근무복 또는 정복’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넥타이를 매고 나면 왠지 모르게 든든해진다.
스스로 목을 조이며 느끼는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상대방에게 작지만 단단한 신뢰감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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