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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Mar 20. 2024

DAY6_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국방부가 쏘아 올린 역주행 로켓

국내 최대의 연계기획사는 어디일까? 우스갯소리이지만 나는 당연코 「정부조직법」제26조 제7호의 ‘국방부’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수많은 남자 연예인들이 ‘국방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주어진 임무를 하루하루 수행하며, 전속기간이 만료될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왠 뜬금없는 소리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얼마 전 예비군 훈련을 마친 그날 나의 유튜브 추천영상에 올라온 하나의 영상 때문이다. 이 영상은 나도 여러 번 반복 시청한 적 있는 아주 유명한 영상이다.


바로 밴드그룹 DAY6(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의 공연 영상이다. 더 정확히는 제74주년 국군의 날 특집으로 진행된 ‘불후의 명곡 2 전설을 노래하다’의 방송 클립 영상이었다. 이 영상의 독특한 점은 국군의 날 특집답게 당시 군복무 중이던 DAY6 멤버들이 직접 나와 노래를 불렀다는 점이다. 이 영상은 그 당시부터 ‘우리나라에서 음악 제일 잘하는 군인들’이라고 소개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나 또한 이 영상을 통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처음 접했고, 국내에선 DAY6의 노래들이 역주행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청춘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시기에 군에 입대한 멤버들이 모여 청춘을 노래하는 영상이라니, 일종의 ‘치트키’를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수록된 ‘The Book of Us : Gravity'앨범은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함께해 나갈 시간들을 한 권의 책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그중 타이틀곡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유난히도 풋풋한 20대의 기운찬 느낌과 당당함을 느껴볼 수 있다. 어떤 느낌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나의 유튜브 추천 영상에 뜬 저 영상을 시청해 본다면 금방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멤버인 ‘Young K‘가 작사한 주옥같은 가사들은 시작하게 될 인연을 청자가 응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노래의 첫 시작은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매일 같이 기다려온 설렘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바라던 대로 인연이 시작된 다음에는 “지금 이 순간은 꿈만 같아 너와 함께라 오늘을 위해 꽤 많은 걸 준비해 봤어”라며 믿기지 않는 행복으로 가득 찬 현 상황을 표현한다. 단계적으로 밟아온 빌드업을 거쳐  클라이맥스인 후렴구에서는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며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활기찬 미래를 기대하게끔 한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의 가사 한 문장 한 문장은 어떠한 청춘이더라도 설렐만하다. 그 상대방이 사랑하는 사람일지 친한 친구일지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함께’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무 걱정도 하지는 마
나에게 다 맡겨 봐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내가 제일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노래의 마지막이다. 나와 미래를 함께할 인연에게 너무나도 당당하게 앞으로의 미래를 자신에게 맡기라는 내용은 당당함을 넘어 듬직하기까지 하다. 뙤약볕의 해바라기처럼 하나의 인연을 기다려온 한 청춘이 오랜시간 바래왔던것 처럼 인연을 시작하고, 자신이 준비한 미래를 보여주며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을 함께 써 내려가기를 청한다. 그러곤 나와 함께하는 인연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지금 써 내려간 이 청춘을 나중에 꼭 함께 확인하자며 당부를 건넨다. 너무나도 이상적인 인연의 모습이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상대방에게 든든함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만큼의 당당함을 보여주고 싶다. 완벽하지 않은 모습으로도 얼마든지 인연은 시작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청춘’이라는 챕터의 마지막 마침표를 함께 찍을 인연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기록되고 싶다.


꼭 그래야만 하고,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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