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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Feb 29. 2024

TWS_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내가 보이그룹의 노래를 반복재생할 줄이야

고단스러운 출·퇴근길에 세상의 마지막 낙(樂)인 것 마냥 SNS를 떠돌아다니다 보면 노래의 후렴구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 영상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몇 해전과 달리 이제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챌린지 영상들에 쉽게 눈길을 주지 않고 휙휙 넘겨버리기 일쑤였지만, 이번 챌린지 영상은 눈보단 귀에서 먼저 반응을 해버렸다.  문제의 챌린지 영상은 보이그룹 특유의 ‘힘찬 느낌'으로 무장한 멜로디와 함께 마음을 후벼 파는 듯한 정직한 가사로 시작된다.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지난 설날, ‘결혼 공격’을 받은 뒤로 올해는 ‘연애’를 도전해보고자 했던 탓인지 나의 심정과 동일한 가사에 손목을 낚아채이듯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다. 그러곤 나도 모르게 노래에 중독되었는지 33살의 솔로남자가 평균나이 17.8세의 보이그룹 노래를 무한 스트리밍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 노래는 바로 TWS(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이다


이 글을 준비하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찾아보았을 때, 적지 않게 당황했다. 뮤직비디오의 내용이 노래를 처음 접하자마자 떠올렸던 이성과의 첫 만남이 아닌, 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의 설렘과 앞으로의 우정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솔로상태가 길었던 탓인지 노래의 의도를 엉뚱하게 파악했던 것이다. 이 글을 읽을 수도 있는 TWS의 팬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은 자유이기에 나는 내가 받았던 그 느낌대로 글을 써내려 가고자 한다.  


노래는 첫 만남을 앞둔 사람의 설레는 모습을 한 가득히 담아내고 있다. 이때의 첫 만남은 내가 느꼈던 것처럼 이성과의 첫 만남 일수도 있고, 뮤직비디오처럼 새로운 친구에 대한 기대감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노래를 타이틀 곡으로 해서 데뷔한 TWS의 마음을 대변하는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이든 익숙하지 않은 첫 만남은 어렵기 마련이다. 특히나 대문자 I인 나는 더더욱 그렇다. 굳이 이성과의 만남이 아니더라도 훈련소를 막 수료하고 자대배치를 받았던 이등병의 입장이라던가, 부서배치를 받은 신입사원의 느낌을 떠올려 본다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첫 만남에 완벽할 수는 없다. 제아무리 완벽한 사전조사를 거치더라도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일어나면 원치 않는 답변이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이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첫술에 배부르랴”하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첫 만남이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부담감’ 일 것이다. 이러한 부담감은 바로 ‘첫인상’을 원인으로 한다. 상대방에게 각인되어 버릴 나의 첫인상에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다. 첫 만남 이후에  혹시나 실수하지 않았을까?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등등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게 이 때문이다.


실제로 첫인상은 그 사람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고 곧바로 이미지(=인상) 형성에 영향을 준다. 이를 ‘맥락 효과’라고도 하며, 이러한 맥락 효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만 상대방을 판단해 버리는 ‘후광 효과’로도 이어지기까지 한다. 이처럼 첫인상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를 감출필요는 없다. 진짜를 감추어버린 나는 언제든 들통나게 되어 있다. 부담감은 솔직함으로만 이겨낼 수 있을뿐더러 거짓으로 시작한 인연은 결국 거짓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첫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해 주는 건 어쩔 수 없이 연속된'만남'이 정답이다. 부담감인지 설렘인지 구분가지 않는 첫 만남이 끝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만남이 시작된다. 그렇게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다 보면 부담감과 설렘의 경계선이 명확해지기 시작하고 설렘이 부담감을 넘어서는 순간이 온다. 정말 상극이 아닌 이상 함께하는 시간들이 해결해 주는 것이다. 노래에서는 이를. “너와 내거리는 세 걸음 남았어"라며 미완성의 관계를 완성으로 바꾸어 나가는 긍정적인 설렘을 표현하고 있다. 


나 혼자 첫 만남인 경우는 없다. 내가 첫 만남이라면 상대방도 역시 첫 만남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상대방도 설레하거나 떨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다소 안정된다. 그렇게 만남이 연속되다 보면 결국엔 덤덤해진다. 하지만, 이 노래의 마지막 노래 가사처럼 설렘은 언제든 다시 시작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부담감이 사라진 순수한 모습의 설렘 그 자체로만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내일 또 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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