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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Feb 08. 2024

이무진_에피소드

픽션이 논픽션이 될 때.

요즘 나의 출·퇴근길에는 이무진의 ‘에피소드’라는 노래가 무한히 반복되어 재생된다. 이무진이라는 가수의 독특한 음색과 실력도 한몫했지만, 두근두근 설레는 연애의 시작부터 가슴 먹먹한 연애의 마지막 장면까지를 3분 26초의 짧은 시간 동안에 풀어낸 가사는 잘 만든 명작 영화 한 편처럼 나의 마음 한구석에 깊숙이 박혀버렸다.


스트리밍을 통해 처음 노래를 접했던 날.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시험만을 위해 암기했던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로 이어지는 소설 구성의 5단계를 자연스레 떠올렸다. 나는 문학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이러한 소설의 구성단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정립되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분명히 인간의 본능을 기반으로 한 연애사를 참고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애이야기를 풀어볼 만큼의 경험은 충분치 않지만 나름대로 연애의 한 사이클을 오롯이 경험해 보았기에 연애의 흐름과 소설의 구성단계를 엮어 글로 끄적여보자면 ‘발단’에서는 작은 연락에도 설레며 상대방과 함께할 시간을 꿈꾸며 기다리는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 뒤엔 설레는 마음 그대로 서로를 마주 보던 사이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사이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다시 마주 보는 사이로 틀어진다. 누군가에는 말 그대로 ‘위기’의 단계가 찾아오고 그 위기를 원인으로 한 '절정'을 거쳐, 미완성으로 끝나버리는 연애를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마주 보며 죽일 듯이 서로를 노려보는 위기를 접하더라도 서로의 입장에서 다시금 생각해 보면서 애틋한 진심을 알아차린다면 위기를 원인으로 한 새로운 감정의 절정을 맞이하고 이내 완성형의 연애를 맞이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연애에서 엔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는 내가 조금 전 글로써 쉽게 쓴 것처럼 오롯이 우리의 몫이고 항상 해석의 여지는 남겨져 있다. 이를테면 ‘미완성으로 끝나버리는 연애’도 이별로 끝맺음한 새드엔딩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변함없는 끝사랑처럼 끝나지 않은 연애로도 이해가 가능하다.


애초에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라는 구성단계를 가진 소설은 앞서 말한 대로 우리의 일반적인 본능을 기반으로 했을 수 있지만, 결국엔 허구의 픽션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의도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상상대로 쓰여진 이야기는 노력에 의해 논픽션이 될 수 있다.(적어도 나는 이렇게 믿는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타자기를 통해 소설을 써내려 가는 것처럼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한순간의 오탈자로 전체의 페이지를 찢어내지 않게 하기 위해. 그리고 해피엔딩으로만 끝나야 하는 기나긴 소설의 마지막 온점을 찍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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