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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_에피소드

픽션이 논픽션이 될 때.

by 이종원

요즘 나의 출·퇴근길에는 이무진의 ‘에피소드’라는 노래가 무한히 반복되어 재생된다. 이무진이라는 가수의 독특한 음색과 실력도 한몫했지만, 두근두근 설레는 연애의 시작부터 가슴 먹먹한 연애의 마지막 장면까지를 3분 26초의 짧은 시간 동안에 풀어낸 가사는 잘 만든 명작 영화 한 편처럼 나의 마음 한구석에 깊숙이 박혀버렸다.


스트리밍을 통해 처음 노래를 접했던 날.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시험만을 위해 암기했던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로 이어지는 소설 구성의 5단계를 자연스레 떠올렸다. 나는 문학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이러한 소설의 구성단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정립되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분명히 인간의 본능을 기반으로 한 연애사를 참고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애이야기를 풀어볼 만큼의 경험은 충분치 않지만 나름대로 연애의 한 사이클을 오롯이 경험해 보았기에 연애의 흐름과 소설의 구성단계를 엮어 글로 끄적여보자면 ‘발단’에서는 작은 연락에도 설레며 상대방과 함께할 시간을 꿈꾸며 기다리는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 뒤엔 설레는 마음 그대로 서로를 마주 보던 사이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사이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다시 마주 보는 사이로 틀어진다. 누군가에는 말 그대로 ‘위기’의 단계가 찾아오고 그 위기를 원인으로 한 '절정'을 거쳐, 미완성으로 끝나버리는 연애를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마주 보며 죽일 듯이 서로를 노려보는 위기를 접하더라도 서로의 입장에서 다시금 생각해 보면서 애틋한 진심을 알아차린다면 위기를 원인으로 한 새로운 감정의 절정을 맞이하고 이내 완성형의 연애를 맞이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연애에서 엔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는 내가 조금 전 글로써 쉽게 쓴 것처럼 오롯이 우리의 몫이고 항상 해석의 여지는 남겨져 있다. 이를테면 ‘미완성으로 끝나버리는 연애’도 이별로 끝맺음한 새드엔딩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변함없는 끝사랑처럼 끝나지 않은 연애로도 이해가 가능하다.


애초에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라는 구성단계를 가진 소설은 앞서 말한 대로 우리의 일반적인 본능을 기반으로 했을 수 있지만, 결국엔 허구의 픽션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의도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상상대로 쓰여진 이야기는 노력에 의해 논픽션이 될 수 있다.(적어도 나는 이렇게 믿는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타자기를 통해 소설을 써내려 가는 것처럼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한순간의 오탈자로 전체의 페이지를 찢어내지 않게 하기 위해. 그리고 해피엔딩으로만 끝나야 하는 기나긴 소설의 마지막 온점을 찍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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