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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May 27. 2024

성시경_한번 더 이별

"나 혼자만의 오랜 기대였던 그날들이 내겐 필요했어요."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빈틈없이 헤집고 다니던 시절, 우리의 문화영역은 자연스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했었고 현재까지도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아마도 이때부터 방송사에서도 본격적으로 예능이나 음악방송을 클립영상으로 만들어 업로드했었고, 일부 연예인들은 직접 유투버가 되어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 또한 이들이 올려준 다채로운 영상들 덕분에 코로나 블루를 잘 극복해 낼 수 있었는데, (거의 코로나19의 끝물시기였지만) 그 와중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당연코 '가수 성시경'의 '성시경 노래'라는 콘텐츠였다.


  제목 그대로 가수 성시경이 노래를 한다. 특히, 나의 최애 영상? 노래? 는 2024년 5월 26일을 기준으로 405만 회를 기록 중인 '한번 더 이별'이다. 최근에는 작곡을 담당했던 '가수 윤종신'의 가이드녹음이 "스투루뤼뤼롸우"였던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입가를 미소 짓게 만든 그 노래다. 이 노래는 그때 그 시절 노래답게 가사가 정말 주옥같아 이별 후에 들으면 울컥할 수밖에 없고, 성시경의 특유의 호소력 짙은 전달력을 노래방에서 따라 했다간 목이 나가버리기에 前 여자친구와의 통화시도를 차단시켜 주는 효자 노래이기도 하다.


다시 못 보는 너 남의 사람인 너
견디기엔 미칠 것만 같던
추억 너머 그저 기억으로만 지나간 사람으로만
이제는 너라고 말하지 않겠어요

  이 노래는 왠지 모르게 가을을 닮아 있는 피아노 반주로 시작하고, 노래의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별을 겪은 후에 일어나는 심경의 변화와 상대방을 마음에서 완전히 떠나보내는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혼자가 되어버린 '나'는 헤어진 연인인 '너'를 잊기 위해 '숨 가쁘게' 살아가고, '너'를 모른 척해주던 친구들도 시간이 웬만큼 흐르자 '너'의 안부를 전달해 준다. 남자는 애써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너'가 남의 사람이 되었다는 말에 길고 고통스러웠던 이별의 순간들도 멀리 떠나 보내려고 하며 잊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못 본 척 나의 눈물 가려주던 친구들은
이제는 웃으며 그 얘길 꺼내고
나도 웃음으로 받아줄 수 있었던 오늘
우리 한 번 더 이별할까요
다시 못 볼 그대 남의 사람 그대 견디기엔
미칠 것만 같던 이별의 그날들이 떠나가요
추억 너머 그저 기억으로만 지나간 사람으로만
이젠 그대라고도 말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그대'와 함께했던 계절들이 떠오르지만 남자는 다시 한번 눈물을 머금고 그리움을 멈춘다. 제법 시간이 흘렀기에, 남자의 눈물을 가려주던 친구들도 이제 술자리의 안주처럼 '그대'이야기를 웃으며 꺼내고 남자 또한 웃음으로 받아주며 '그대'와 한번 더 이별한다. 하지만 '그대'와 함께한 추억들을 완전히 지워낼 순 없었기에 다른 사람의 '너'가 된 ‘그대’를 이제 정말 추억이 아닌 단순한 기억으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었지만 이젠 그냥 '지나간 사람'으로 여기고자 마음을 다잡는다.


이제서야 안녕 한 번도 안 했던 말 안녕
다시 올 것 같던 나 혼자만의 오랜 기대였던 그날들이
내겐 필요했어요 많은 걸 깨닫게 했던
그 이별을 난 한번 더 오늘 할게요
그 어디에 살더라도 제발 나쁜 안부 안 들리게

  이제 남자는 그간 아껴두었던 "안녕"이라는 인사를 하며 진짜 마지막을 받아들인다. 그녀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지내왔던 '혼자만의 오랜 기대'였던 그날(아마도 재회의 순간)들도 이제는 과거의 시간들로 묶어낸다. 


  1절에서는 '너'라는 지칭을 통해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감과 애틋함을 표현하다가도 "이제는 너라고 말하지 않겠어요"라며 마음을 정리한다. 2절에서도 '너'가 아닌 '그대'로 한 번 더 이별을 결심하고, "이젠 그대라고도 말하지 않겠어요"라며 마음을 굳힌다. 마지막 후렴에선 '너'도 '그대'도 아닌 아무런 표현(지칭)을 하지 않은 채 그 어디에 살더라도 제발 나쁜 소식이 안 들리면 좋겠다는 전달되지 않을 혼자만의 마지막 인사를 보낸다.


  내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2007년 10월 19일에 발매된 이 노래의 참된 의미를 그동안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가장 최근의 연애에서 가사와 똑같은 상황을 나도 모르게 연출해 낼 수 있었다. 이별의 직후에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고 그리웠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 순간 무뎌져 가면서도 이따금씩 일상에서 '너'를 떠올렸고, 언젠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휩싸였었다. 그렇게 1년 정도가 흘러 지인들과 만난 모임에서 연애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접했을 땐 '너'가 아닌 '그대'가 되어버렸다. 또다시 1년이 흘렀을 땐 기쁜 소식만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기도와 함께 이제야 만남의 "안녕"이 아닌 이별의 "안녕"을 보낼 수 있었다. 


  만남의 "안녕"에서 서서히 가까워져 '그대'가 되었고 하나뿐인 '너'에서 '우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안부를 묻는 것조차도 어색한 사이가 된 '너'는 나의 인생에서 지나간 '그대'가 되었고 결국엔 나는 답변을 기대할 수 없는 마지막 "안녕"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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