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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Jun 20. 2024

타인의 시선이 중요해? 중요하지!

특이하지만, 그래도 꽤나 잘 살고 있어요.

  이따금씩 "지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제법 여유가 있을 때는 정말 찰나의 순간을 함께한 이름 모를 사람에게도 "나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카페에서 조금 전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의자를 가져가신 아주머니께 "나는 친절했을까?" 하는 식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제법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오래전 어떤 잡지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들의 성격이 자존감이 낮거나 자존심이 강해서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또 그 글에는 불우한 성장환경도 공통점이라는 내용도 있었는데 나를 대입해 보면 무조건적으로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의 성장환경은 '평범' 그 자체였다. 이제는 한물간 자기소개서의 단골멘트인 엄격한 아버지와 인자하신 어머니 아래에서 2남 중 막내였고, 엄청난 재력을 갖춘 집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찢어질듯한 가난을 경험하지도 않았다. 정말 딱, 중간이거나 중간을 기점으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던 지극히도 평범한 가정환경이었다.


  남들과 다른 한 가지를 굳이 찾아본다면 부모님의 '교육열'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내가 경험했던 사교육은 초등학생 시절 아주 잠깐의 수학 학습지와 태권도 학원에 불과했다. 그렇다. 나의 부모님은 엄청난 교육열을 가지신 분들이 아니라 그 반대로 나의 '공부'에 크게 집착하지 않으셨다. 아마도 시골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일을 하셔서 그런지 공부가 어색하셨고 또 공부를 하게끔 하는 방법을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잘 모르셨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부모님께선 내가 학교에서 중간만 하더라도 크게 나무라지 않으셨고, 제법 자주 받았던 백일장이나 논술대회 상장을 보시곤 고향인 부산에서 국어선생님이나 했으면 하는 바람을 보이셨던 게 전부였다. 공부에 있어선 자유로웠기에 나의 청소년기는 내가 하고 싶은걸 내가 알아서 잔뜩 할 수 있었던 내 세상이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내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경찰이 되고 싶었던 중학생 때에는 까까머리를 하고 대형서점에 가서 형법 수험서를 보기도 했었고, 고등학생 때는 그저 법과 관련된 시험을 응시해보고 싶어서 '민법 및 민사특별법' 과목이 있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행동들을 했었고 실제로 특이하다는 시선을 많이 받았다. 그런 시선들 때문인지 나는 외형적으로 어른스럽게 보이고자 노력했었고, 내적으로는 "이게 맞을까"하는 걱정을 자주 하곤 했다.


걱정은 계속되었지만,
나는 하고 싶은 걸 계속했다.


  중학생이 서점에서 형법 수험서를 읽는다고 해서 또는 미성년자가 공인중개사 시험을 친다고 해서 제3자에게 피해를 준 게 있을까? 전혀 없다. 오히려 특이하다는 시선을 받은 내가 '움찔'하고 위축될 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더라도 모난 행동을 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꾸준히 했다. 그렇게 타인들의 시선을 조금씩 견뎌나가다 보니 예상치 못한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소하게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응시했을 때 같은 고사실 아주머니들로부터 기특하다는 멘트와 함께 간식 선물을 잔뜩 받기도 했었고, 혼자서 꾸준히 여러 경험을 해나가다 보니 내신성적 없이도 서울 한가운데 있는 대학의 법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오히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덕분에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내가 자라온 환경은 부모님이 마련해 주신 자유였고, 나는 그 자유를 바탕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타인의 눈엔 나의 행동들이 특이하다고 느껴질 수 도 있었겠지만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다. 누군가는 타인의 시선을 아예 의식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자고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무의식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볍게 생각해 본다면 적당한 스트레스가 일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듯이 적당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삶도 제법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내일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하루하루를 특이하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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