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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Jun 23. 2024

꾸준함을 꾸준하게.

말은 쉽지? 근데 또 이게 되네?

  일요일의 시간을 지내다 보면 오묘한 기분이 든다. 금요일의 저녁과 토요일에는 내일도 ‘쉼’이라는 기분 좋은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일요일은 마치 ‘자유’와 ‘억압’이라는 상반된 성격을 가진 동거인들과 하루를 온전히 함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나의 일요일은 평일의 업무 스트레스와 토요일의 빡센 외출의 피로함을 풀기 위한 재충전 시간에 불과했다. 눈을 뜨고, 점심을 먹고. 식곤증에 힘들어하다 낮잠을 자고, 눈을 뜨고,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월요일을 맞을 준비를 하다 늦게 잠드는 여유롭지만 게으른 시간의 연속이었다.


  최근 한 달 전쯤부터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게으름을 벗어나고자, 일요일에도 외출을 감행하고 있다. 실상은 관심 있었던 미술 강연이 하필 매주 일요일 2시마다 개최되고 있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 밖을 나와 일요일 만의 꾸준함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최근 내가 만들어 나가는 일요일의 꾸준함은 이렇다.

① 충분한 수면을 하고 나서 알람 없이 일어나기, ②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뒤에 외출 준비, ③ 미술 강연이 있는 명동에 도착해서 근처 문구 편집샵에 방문하기, ④ 카페로 이동해서 가장 큰 용량의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함께 독서를 하거나 글쓰기, ⑤ 강의장 입장시간에 맞추어서 카페에서 나와 좋은 자리에 앉기, ⑥ 강의를 들으며 만년필로 필기하기, ⑦ 강의가 끝난 후에는 그날의 강의내용과 관련된 유튜브를 시청하며 집으로 돌아오기, ⑧ 한 주의 정리와 월요일을 준비하기, ⑨ 저녁을 먹은 뒤에 자유시간을 갖기, ⑩ 월요일이 되기 전에 잠에 들기


  적고 보니 난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제법 고상하게 일요일을 보내는 꾸준함을 이어오고 있다. 오늘도 강의를 듣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꾸준함을 성공했다. 강의 내용이었던 ‘피카소’에 대한 유튜브를 시청하다 지하철이 동작대교를 진입하자 열차의 차창밖으로 햇빛이 느껴졌다. 나는 자연스레 창 밖을 바라보았고 대교 위를 빠른 속도로 뛰고 있는 시민 한 분을 지나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렇게나 습한 더위속에 러닝이라니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이름 모를 저 시민분에게는 일요일마다 아니면 매일매일 이어오고 있는 자신만의 소중한 꾸준함일지도 모른다.


  삶에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될 사건을 통해 앞으로의 인생 방향을 결정지을 수 도 있겠지만, 그러한 터닝포인트가 한 달에 몇 번씩이나 발생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자신만의 꾸준함으로 좋은 사건들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꾸준함도 삶의 방향에 따라 촛불처럼 쉽게 흔들리거나 꺼질 수 있겠지만, 언제든 다시 켜질 수 있는 심지와 라이터를 켜낼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꾸준함으로 익숙해진 스스로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처럼 다시금 불을 켜내고 어둠을 환하게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꾸준함이 익숙해야 좋은 기회를 꾸준하게 이어나갈 수 있기에 꾸준함을 꾸준하게 연습해 놓아야 한다.


꾸준함을 꾸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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