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3 6:05am

by joni

곁에 같이 누운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잠이 들면 나는 치가 떨렸다. 잠든 너는 나를 껴안지도, 머리카락을 쓸어주지도, 나를 생각하지도, 걱정하지도, 신경쓰지도 않는다.


‘못한다’라고 하는 쪽이 맞겠지만 아무래도 ‘않는다’고 표현하는 게 내 진심에는 더 가까웠다. 잠든 사람 특유의 움찔거림, 스르르 소리까지 내며 무너져내리는 얼굴, 점점 시체같아지는 숨소리 같은 것들이 느껴지면 나는 끔찍하게도 세상에 완전히 혼자 버려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못견디게 외롭고 쓸쓸하고 서운하고 두려워져 가슴이 철렁했다. 무엇보다도 나와는 달리 내일도 오늘처럼 정신없이 바쁠 너를 차마 깨우지 못하는 내 마음이 제일 서러웠다.


그럴 때면 혼자 조용히 잠귀 어두운 너의 눈치를 살피며 몸을 뒤집어 너를 등지고 누웠다. 벽에다 발바닥을 갖다대곤 지금 이 순간 너만큼이나 죽어버렸을,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옆집 사람마저 상상하며 창밖으로 귀를 기울여보면 지금 이순간 내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것 따위는 전혀 없다는 사실을 가슴 터질 만큼똑똑히 알게 된다. 그나마 냉장고가 위잉 소리를 내며 냉매를 퍼올리고 보일러가 지잉 가스를 풀어 방을 데우는 것을 알아차려서 그런 가전제품이나마 나를 위해서 깨어있는구나, 내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구나 한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내 심장이 뛰는 소리는 결코 들리지 않고 등 뒤에 누운 것이 내는 시체같은 숨소리만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걸 견디다 보면 이러다간 아무리 기다려도 해는 뜨지 않을 것만 같고 내일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공포에 사로잡히고 마는 것이었다.

혼자 어둠 속에서 소리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다 보면 콧물이 사방팔방으로 줄줄 흘러서 베개를 적실까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럴 땐 결국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멍하니 축축한 방 한가운데에 서 있는 수밖에는 없게 된다. 한참을 서 있어도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날에는 조용히 문을 따고 집을 나섰다. 건대 호수를 몇 바퀴쯤 돌아보다가 아무 데나 멈춰서서 멋대로 담배를 피우다가 24시간 불 꺼질 일 없는 맥도날드 앞에 한참을 서 있다가 했다. 그러다 차츰 맥도날드의 메뉴판이 맥모닝 시리즈들로 바뀌고 하늘이 부옇게 밝아들면 빈틈없이 단추를 채운 셔츠들과 든든하게 배를 채운 가방들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버스 정류장으로 모여들어 첫차를 기다리면서 뜬금없이 허술한 파자마 차림의 내 모습을 곁눈으로 발견해버리고 만다. 그토록이나 무방비인 상태로는 쏟아지는 아침 태양을 이길 재간이 없으므로 나는 겁을 집어먹은 채 후다닥 집으로 도망치곤 했다.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와 아직도 곤히 잠들어있는 네 곁에 다시 누워보면 이제 집 안은 그럭저럭 말라 있고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조차 구분할 수 없던 어둠도 제법 옅어져서 아까만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됐다.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해서 자는 척을 했다.

니가 잠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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